▶ 구문회 씨, 그는 왜 볼티모어 빈민가로 찾아갔을까?
▶ 머리 골절된 채 불탄 차량 안서 발견…“2인 이상 범인, 우발 범행”
볼티모어 시 경찰국에서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문회씨 사건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차량 안서 변사체 발견
2014년 4월, 봄기운이 물씬거리는 볼티모어 시에 주차된 한 소나타 차량에서 30대 한인의 사체가 발견됐다. 차량 내부는 불에 타 있었다. 사체로 발견된 이는 엘리컷시티 거주 한인 구문회 씨였다. 1989년 부모를 따라 이민 온 31세의 영주권자 미혼 청년이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입을 닫았다. 수사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수사에 진전은 있는 건지 오리무중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사건발생 2년3개월. 마침내 지역 한인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수사 당국은 MD 엘리컷시티 거주 한인 청년 구문회 씨 살인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6일 밤 메릴랜드 한인회 사무실에서였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어
이날 경찰브리핑에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볼티모어시 경찰국 리차드 프러텔 수사반장은 “사건 현장에서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목격자도 제보자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결가능성(Solvability)’이 매우 높은 사건이라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시간과 인력, 노력이 많이 필요한 사건이니 조급해 하지 말고 경찰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유가족들에게 당부했다.
살인사건만 23년 담당한 이 베테랑 형사의 ‘해결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의 근거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역 거주자들의 특성에 있다.
그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은 범죄가 빈번한 빈민가 지역으로 이 지역 거주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며 “범인이 지역 거주민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회가 맞으면 제보자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 말했다. 이어 “현상금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상금을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사인은 두개골 골절
프러텔 수사반장은 사체 발견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2년 전 4월 볼티모어시 어드반 에비뉴 선상에 주차된 소나타 차량에서 구문회 씨의 사체가 발견됐으며 차량내부는 불에 타 있었다. 구씨의 휴대폰, 지갑은 분실된 상태였으며, 차량을 태우기 위해 자켓에 불을 붙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발견 당시 비가 많이 내려 증거보존을 위해 경찰은 차를 그대로 범죄연구소로 옮겨 조사를 진행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차량 내 화재가 아닌 두개골 골절로 나타났다. DNA, 지문 등의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구씨의 휴대폰, 컴퓨터, 온라인 계정, 관련인 인터뷰 등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했지만 의심되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후 2,000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사건현장에서 전단지를 나눠줬지만 제보자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구씨, 온라인서 귀중품 판매업
프러텔 반장은 가해자들이 구씨를 폭행하고 달아난 후 6시간 뒤쯤 다시 현장에 찾아와 불을 지른 것으로 보아 계획된 범행은 아니며, 구씨의 목에서 목졸림의 자국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범인이 2인 이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구씨가 온라인에서 귀중품 등을 판매하는 일에 종사했지만 수사결과 이번 살인사건이 직업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건 당일 구씨가 왜 현장에 갔었는지는 여전히 밝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씨 어머니 “너무 답답했다”
이날 경찰 브리핑은 고 구문회 씨를 어린 시절 지도했던 남정구 관장(남스태권도)과 메릴랜드 한인회(백성옥 회장)가 구씨 가족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브리핑 추진 과정에서 볼티모어시 경찰국에서 살인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줄리안 민 형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의 지인은 “지난 2년 3개월 동안 가족들이 경찰로부터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내용도 들어본 적 없어 매우 힘들었다”며 항의했지만 피해자의 부모들은 프러텔 반장에게 섭섭한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며 꼭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구씨의 어머니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수사 내용을 듣고 나니 범인을 반은 잡은 거 같아 맘이 좀 편하다”면서 “아들을 잃고 수없이 사건현장에 갔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더 힘들었는데 이렇게 한인들이 나서서 도와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인들 관심 당부
남정구 관장은 “우리 지역의 한인 청년이 살해됐는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서야 되겠느냐”며 “수사상황을 들어보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성옥 MD한인회장은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은 도와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한인사회에서 다 함께 이 사건이 해결될 때 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줄리안 민 형사는 “볼티모어 폭동이후 시 경찰국 살인담당 형사가 절반 가까이 줄어 현재 40여명의 형사가 약 350개의 사건을 나누어 맡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관한 제보는 볼티모어 경찰국(410-396-210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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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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