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두 달 여를 남겨두고 있지만 벌써 끝나가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주요 경합주는 물론 전국 지지율에서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큰 폭으로 앞서 가고 있다.
NBC와 월스트릿 저널 조사에 따르면 올 대선 승부를 가를 주요 주의 하나인 플로리다에서 힐러리는 44대 39로, 콜로라도 46대 32, 버지니아 46대 33, 노스캐롤라이나 48대 39로 트럼프에 앞서가고 있다. 이들 주에서 힐러리가 모두 이긴다면 다른 주 대의원 수는 세어볼 필요도 없이 대권은 힐러리에게 넘어가고 만다.
힐러리는 전국 지지율에서도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CNN에 따르면 힐러리는 49대 39로 트럼프를 이기고 있으며 맥클라치/ 마리스트 조사에서는 48대 33으로 앞서가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주 안에 트럼프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올 대선은 물 건너갔으며 남은 선거 자금을 연방 상하원 다수당 자리를 지키는데 써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트럼프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명을 받기 전 “내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면 따분할 정도로 대통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화당 전당 대회 후 잠깐 빤짝하던 그의 인기를 까먹은 것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 그는 미국인들이 누구보다 존중하는 미국을 위해 싸우다 죽은 전사자 가족을 비하했을 뿐 아니라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 수정 헌법 2조와 관련, 힐러리가 미국인들의 총기 소유권을 박탈하려 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수정 헌법 2조 지지자들이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힐러리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가 이런 막말을 연일 쏟아 붓는 것은 공화당 경선에서 막말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소수계, 장애자, 멕시칸, 여성 비하 발언을 연달아 내뱉었지만 이는 그의 지지도를 깎아먹기는커녕 지명도를 높이는 결과만 가져왔다. 그러자 그는 “내가 사람을 쏴 죽여도 지지도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오만함을 보였다.
그러나 본선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세계화에 뒤쳐진 낮은 교육 수준의 저소득 백인 중하류 층이 몰려 있는 공화당 내 경선과는 다르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도파는 물론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차라리 힐러리를 찍겠다”며 등을 돌리고 나서고 있다.
올 대선 승자는 힐러리로 굳어지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치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힐러리는 트럼프를 제외하고는 생존해 있는 정치인 중 가장 신뢰도가 낮고 비호감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 미국인의 2/3가 그녀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을 둘러싼 힐러리의 태도를 보면 미국인들이 왜 그녀를 못 믿는지 알 수 있다. 힐러리는 이메일에 관한 힐러리의 주장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제임스 커미 FBI 국장의 회견 내용에 대해 팍스 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커미가 “내 대답이 진실 된 것이었으며 내가 미국 국민들에게 말한 것과 일치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커미는 힐러리가 진실을 말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메일에 관한 자신의 거짓말이 낱낱이 밝혀진 후에도 사과를 하기는커녕 끝까지 잘했다고 우기는 힐러리의 모습에 많은 미국인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지난 주에는 힐러리가 국무부에 넘기지 않은 이메일에서 길버트 차구리라는 클린턴 재단 거액 기부자를 국무부 관계자에게 연결시켜 주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차구리는 2000년 돈 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6,600만 달러를 나이지리아 정부에 돌려준 인물이다. 국무장관 인준 때 재단과 국무부 업무를 철저히 분리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일 뿐 아니라 왜 정부 기록으로 남는 공용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보다야 백번 낫지만 공과 사를 구별 못하고 거짓말이 습관이 된 이런 인물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한심할 뿐이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