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음악의 도시로 변모하는 스위스 알프스 베르비에의 전경.
2016 음악축제의 개막 공연을 장식한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씨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제공]
가보르 타카치 나기가 이끄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와 협연무대를 선사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제공]
베르비에 페스티벌 포스터 앞에 선 제니 김 교수.
■ LA 매스터코랄 제니 김 이사의 음악기행
LA 매스터 코랄 이사인 제니 김(한국명 김순진) 클레어몬트대 음악과 교수가 지난달 22일부터 8월7일까지 아름다운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에서 열렸던 스위스의 세계적인 음악축제 ‘2016 베르비에 페스티벌’ (Verbier Festival 2016)을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 교수가 연주자들이나 청중들의 반응이 늘 뜨겁고 열정적인 뮤직 페스티벌이자 맑고 쾌적하고 절로 건강해지는 자연환경 음악축제의 이모저모를 보내왔다.
올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씨가 샤를 튀투아의 지휘와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브람스 콘체르토(Brahms Concerto in D major Op.77)를 선사하며 화려하게 개막했다. 정경화씨는 그 다음날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포레 소나타(Faure Sonata)와 프랑크 소나타(Franck Sonata) 등을 완벽한 호흡으로 연주해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이어진 다닐 트리포노프의 피아노 독주회, 바이얼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생상 콘체르토 협연, 안드라스 시프의 지휘와 피아노 연주로 감상한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5번 ‘황제’ 등은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내악 연주회도 다양하게 열렸는데 ‘예루살렘 4중주단’(Jerusalem Quartet)과 협연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수석주자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의 클라리넷 연주, 특히 2001년 태생 러시아 바이얼리니스트 대니엘 로자코비치의 리사이틀은 천재성을 충분히 인정하게 하는 연주였다.
지난 1994년 시작되어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2주 간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랑랑, 엠마누엘 액스, 예프게니 키신, 바이얼리니스트 힐러리 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이 참여하며 유럽 최고의 혁신적인 음악 축제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매년 축제마다 4만명의 관객이 모여드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에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 설레는 여행이다. 또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해 다시 기차를 타고 르 재브르까지 이동한 후 곤돌라(Cable Car)를 타고 알프스 산의 작은 마을 베르비에로 향한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몽포르의 산 정상에서는 몽블랑, 그앙콘반, 프치콘반 등 해발 4,000미터의 산들을 바라보는 파노라마가 일품이다. 겨울이면 100대의 리프트와 곤돌라가 계곡들을 연결해 거대한 스키장 카틀바레로 변신하는 베르비에는 축제가 열리는 여름 시즌에도 마을의 상점 대부분이 스키와 관련되거나 마운틴 바이크 등의 스포츠용품으로 가득하다.
이 축제는 클래시컬뿐 아니라 재즈와 팝 연주회, 그리고 유명 음악가의 매스터 클래스가 연일 계속된다. 지난 2012년 한국의 재즈 가수 나윤선씨가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초청돼 이 시대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는 미국도 유럽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온 그녀라는 극찬을 받았다. 올해는 그래미상을 네 번 수상한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 다이앤 리브스가 그녀의 2015년 앨범을 연주했고 팝 그룹 ‘집시 킹즈’(Gypsy Kings)는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며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이렇게 2주 간 열린 음악회는 총 40여 회로 모두가 완벽을 추구하는 공연이 감동을 감출 수 없게 했다. 2개의 콘서트홀 가운데 1,700석 규모의 살레 드 콩뱅(Salle des Combins)은 스위스의 자연과 어우러지게 텐트로 지어져서 음향적으로는 완벽하지 못하다. 반면에 엘리제(Eglise)는 500석 규모로 비교적 친밀한 느낌의 독주회나 실내악 연주회가 하루 4차례 열린다.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3개의 오케스트라(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체임버 오케스트라·주니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데 수준이 상당히 훌륭하다.
베르비에의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은 ‘대화’(Conversation)이다. 유명 음악가들을 가까이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기회로 스위스 전통 건축양식 샬레에서 매일 진행된다.
올해는 정경화씨와의 대화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세계 각국의 청중들이 그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경을 표할 때마다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헝가리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와의 대화 시간은 연주가들의 진정한 음악 내면에 대한 표현을 강조하는 모습, 그리고 청중들이 그의 음악에 대한 성실감으로 진정성과 존경을 보여주는 태도에 감동을 느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몇 개의 음악회를 제외하고, 모든 매스터클라스와 유명 음악가들과의 대화의 시간들이 모두 무료로 공개되고 있으며, 저녁 음악회의 경우 당일 아침 리허설 또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생각보다 저렴한 경비로 아름다운 스위스, 알프스라는 자연을 만끽하며 세계최고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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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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