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연령 매일 1만명 늘고 기대수명 느는데 공급은 제자리…장수시대 회전율 낮아 뉴욕 공용주택 대기자 4년 기다려야 신청기회
▶ 저소득층 시니어들 노후거처 찾기 어려워 “정부서 대책 마련을”
미국에서는 매일 1만명이 시니어의 기준인 65세의 문턱을 넘는다.
베이비 부머들이 속속 은퇴연령에 도달하면서 ‘어르신’ 인구는 향후 15년간 하루 1만명씩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황혼의 삶을 보낼 거처를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사회보장국(SSA)은 오늘 65번째 생일을 맞은 시니어 중 남성은 84.3세, 여성은 86.6세까지 살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수명은 평균치일 뿐이다. 오늘 65세가 된 남성은 4명에 1명꼴로 90세를 넘길 것이며 10명 중 1명은 95세 능선마저 돌파할 것으로 SSA는 내다본다. 본격적인 장수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장수는 무병과 유전이라는 동반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축복으로 간주된다. 돈 한 푼 없이 병든 몸으로 질기게 목숨 줄을 이어가는 유병·무전·장수의 조합은 끔찍한 저주와 다름이 없다.
안타깝게도 연방회계감사원(GAO)의 지난해 보고서는 노후자금을 제대로 비축해둔 미국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SSA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55세에서 64세 사이의 연령대에 속한 미국인들의 평균 저축액은 10만4,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법 많은 금액인 듯 싶지만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생계를 거의 모두 소셜시큐리티 연금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소득계층의 양극화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워낙 크게 벌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노후자금의 단순한 산술적 평균치로는 은퇴자들의 전반적 생활상을 보여주는 정확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SSA가 지급한 월 평균 소셜시큐리티 액수는 1,335달러였다. 이 정도의 수입으로 노인들이 어떻게 렌트를 감당하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바이파티잔 폴리시 센터’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 전역의 저소득 시니어들에게 공급되는 저가의 임대아파트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니어 반열로 접어드는 저소득 미국인들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백만 단위로 측정되는 임대아파트의 공급량 부족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저소득 노인아파트 수요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부유한 노인들을 위한 주택개발도 많은 사기업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공영주택(public housing)은 전통적으로 노인을 비롯한 저소득자들이 의지하는 반석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뉴욕, 필라델피아와 시카고 등 대도시는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시니어들을 위한 방대한 물량의 노인 주거시설의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초과현상을 보인다.
시카고의 시니어 공용주택 대기자 명단은 2년분이 찼고 뉴욕은 4년분까지 신청이 밀린 상태다.
필라델피아는 더 이상 공용주택 입주신청을 받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주택국은 “현재 대기자 리스트에 오른 사람만 10만4,000명”이라고 전하고 “명단의 끝에 위치한 대기자가 맨 위까지 올라가는데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적체가 해소될 때까지 추가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대기자 적체를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낮은 입주 회전율을 꼽았다. 기존 입주자가 방을 비우고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브루클린법대 교수이자 주택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스는 “공용주택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많은 시니어들에게 실질적인 옵션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대로 돌아가는 곳도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시카고 소재 해비탯 컴퍼니의 공용주택 담당 부사장인 찰톤 해머는 현재 3,000여개의 시니어 유닛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빠른 속도로 재고가 줄어드는데 비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규건설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은 시카고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압도적 수요와 제한된 공급의 불균형 탓에 공용주택은 시니어들의 주거난 해소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시카고 에버그린 부동산그룹의 부사장 래리푸사테리는 “시니어 쓰나미가 밀려오는데도 의회는 공용주택 추가 건설을 원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물론 천문학적인 예산적자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소재 ‘세실 베이커+파트너스 아키텍스’의 파트너인 낸시 바스천은 “바로 얼마 전 켄싱턴 인근에 40유닛 짜리 저소득 노인아파트 프로젝트를 끝냈다”며 시정부가 관리하는 공용주택 입주 대기자 리스트가 이미 폐쇄됐기 때문에 시니어들은 저소득 민간 아파트를 잡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시카고 벤처스의 벤 버크 전무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아파트 건설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골드만삭스의 투자 지원을 받아 시니어 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여러 건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CA 벤처스 프로젝트는 노인원호생활시설(senior assisted liviing facilities)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저소득 시니어를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기존의 고급 시설과는 아무래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많은 투자자들 역시 유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자금문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이외에 영리목적의 민간 주택개발은 돈 많은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노인들의 상당수는 노후 거처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년에 몸을 누일 곳이 없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다.
이처럼 절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간기업은 예산과 자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이들의 꽉 막힌 고민을 뚫어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참고로 LA 카운티 하우징 리소스 센터(LA County Housing Resource Center) 웹사이트로 들어가면 LA카운티 지역의 시니어 아파트 수급현황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이트 주소는 housing.lacounty.gov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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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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