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광물 등 한미FTA 非수혜종목이 대미수출 증가세 주도
▶ 일자리 10만개 실종 주장 근거 희박…韓기업, 3만7천개 창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DB>>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보호무역 기치 아래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그가 비판의 근거로 삼는 통계의 실체와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가 '재앙', '일자리 킬러', '깨진 약속의 완벽한 사례'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해 한미FTA를 성토하는 근거는 크게 무역수지와 일자리 2개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 주(州)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한미FTA로 미국의 수출이 100억 달러(약 11조850억 원) 이상 늘고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버락 오바마 정부와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하면서 한미FTA 때문에 거의 10만 개의 미국 일자리가 없어졌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 무역적자 규모의 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약 16조6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는 주장도 폈다.
◇무역수지
외견상 드러난 무역수지 규모로만 보면 트럼프의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한미FTA 발효(2012년 3월 15일) 이후 한국의 대미(對美) 흑자가 늘면서 미국의 대한(對韓) 적자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가 집계한 연도별 무역수지 규모를 보면 2009년 86억1천만 달러, 2010년 94억1천만 달러, 2011년 116억4천만 달러, 2012년 151억8천만 달러, 2013년 205억4천만 달러, 2014년 250억 달러, 2015년 258억2천만 달러다.
한미FTA 발표 직전인 2011년과 지난해 말 무역수지를 단순비교하면 141억8천만 달러가 증가한 셈이다.
역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트럼프가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세는 자동차와 금속·광물, 농수산식품 등 대부분 한미FTA 비(非)수혜 품목이 주도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차 관세율이 그동안 2.5% 그대로 유지돼 오다가 올해 들어 폐지됐다.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 제너시스 홍보영상<<연합뉴스 DB>>
실제 2011년 대비 지난해 말 품목별 대미수출 증가액을 보면 한미FTA 혜택 품목은 54억 달러(182억 달러→236억 달러)였지만 비혜택 품목은 그보다 44억 달러 많은 98억 달러(385억 달러→483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미국산 제품의 한국수출 증가세는 자동차와 농수산물, 의약품 등 한미FTA 혜택 품목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FTA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미FTA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한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경기변동적인 무역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욱이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이 오히려 흑자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서비스 수지를 보면 2011년 69억 달러, 2012년 75억 달러, 2013년 103억 달러, 2014년 95억 달러, 2015년 94억 달러 등이다.
워싱턴의 통상 소식통은 "상품과 서비스 부문의 교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미FTA는 양국 모두에 혜택을 주는 협정"이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민주, 공화 양쪽 대선 캠프는 물론 미 조야에 다각도로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역시 지난 6월 말 미국의 체결한 FTA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미FTA가 미국 경제의 교역수지, 소비자 후생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2015년 기준으로 교역수지 개선 효과가 157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ITC는 한국에 대한 교역수지 적자는 283억 달러(미국 집계 기준)지만 한미FTA가 없었을 경우 적자규모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6월말 발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FTA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연합뉴스 DB>>
◇일자리
트럼프는 한미FTA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날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미FTA로 미국의 수출이 100억 달러 이상 늘고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미 정부와 전문가들의 애초 설명을 뒤집어 반박하는 논리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하면서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자리는 협정 당사국 간 무역규모의 증감과 관계있는 것이지 무역수지 적자규모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간 무역규모는 2009년 666억9천만 달러, 2010년 902억2천만 달러, 2011년 1천7억7천만 달러, 2012년 1천18억7천만 달러, 2013년 1천35억6천만 달러, 2014년 1천155억6천만 달러, 2015년 1천138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만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을 뿐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한미FTA 발효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롯데케미칼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늘렸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워싱턴 통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12∼2014년 연간 평균 투자금액은 56억 달러로, 직전 2009∼2011년 연간 평균 투자금액 48억 달러에 비해 16.7%인 8억 달러 증가했다.
또 미국에 투자한 한국의 주요 기업이 지난해까지 총 3만7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투자 한국 기업의 현지 고용인원도 3배 가까이 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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