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다가 꽤나 호들갑이다. 하여튼 오두방정도 그런 오두방정이 없다.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의 조야(朝野)가 보이고 있는 반응이 그렇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최후통첩 에 가까운 공갈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관영 매체들은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이 북한의 미사일도발을 불러왔다고 본말전도식의 보도를 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대놓고 한국이 사드배치 입장을 고수하면 중국은 유엔차원의 대북 제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은 한국 때리기에, 여러 분야에서 보복조치의 가시화다. 예상 못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행태가 그렇다. 한마디로 양아치 수준이다. 그저 덩치만 믿고 설쳐대는. 왜 그 같은 오두방정에, 조폭 같은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시진핑 외교는 참담한 실패작이 됐다-’ 미국뿐이 아니다. 아랍권의 목소리인 알자지라의 진단이기도 하다.
현대판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걸고 세계로 웅비하겠다. 시진핑의 그 중국몽(中國夢)이 백일몽이 될 상황을 맞았다. 국제상설재판소(PUC)에서의 패소로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든다는 야욕이 그만 무산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시진핑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당의 핵심, 당의 지존, 시진핑의 체면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그 초조감의 발로가 정말이지 저질수준의 전천후 한국 때리기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PUC에서의 패소 후 일부 미국계 KFC체인점을 타깃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그걸 막고 나선 게 인민일보 등 중국의 관영매체들이다. 그 관영매체들이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보복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미국과의 전면대결은 두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가는 끓어오르고 있는 중화 내셔널리즘에 체제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 한국을 타깃으로 삼는 거다. 미국 대신 한국 때리기로 구겨진 체면을 살리려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변하지 않는 정책목표는 파워의 독점이다. 그 ‘공산당 일당독재 원칙’은 외부적으로는 권위주의 형 폭압체제의 생존에 적합한 국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구체화 된다.” 프린스턴대학의 애론 프리드버그의 말이다.
국내적으로는 압제뿐이다. 거기다가 내세우는 것은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이다. 그 체제의 외교정책이라는 것은 결국 국제사회의 마찰밖에 불러오는 것이 없다. 남중국해에서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PUC 판결로 외교적으로 완패했다. 일대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났다가는 자칫 자멸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빠져있다. 그래서 반격의 기회를 노린다.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거칠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근대적인 중화 제1주의 멘탈리티에 사로 잡혀 있다. 거기다가 1당 독재의 공산주의 체제의 굴레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둘이 믹스돼 자아과대의 중증의 자폐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 중국의 공산정권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주변국인 한국을 조공국가 정도로 만만히 보고 있다는 거다.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평화와 번영의 파트너가 아닌 관리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은 한국주도의 통일은 결코 원치 않고 있다.
이 사드 한국배치를 둘러싸고 드러나고 있는 또 다른 그림은 ‘서글퍼 보이기까지 하는 한국의 못난 자화상’이다.
통일원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사드배치 반대의 의견을 중국 관영언론에 개진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우르르 떼 지어 중국으로 달려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편들고 나서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적극적 자세로 중국의 남남갈등 조장 정책을 돕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거침없는 친중파의 커밍아웃이라고 할까.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사대(事大)중국 DNA‘가 만개하고 있다고 할까. 그 광경이 어지럽다 못해 서글퍼 보인다. 그렇다고 친중파 커밍아웃 논란에 정부여당이라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서방지도자로서는 홀로 천안문열병행사에 참가했다. 그리고는 사열대 망루에서 시진핑과 나란히 섰다. 그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기에 하는 말이다.
‘흉(凶속에 길(吉)이 있다’- 한 가닥 고무적인 사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뒤늦게나마 공산당 지배의 중국의 민낯을 한국인들은 확실히 보았다. 그리고 그 중국 주도의 동북아질서는 악몽,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다.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더 대담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 일찍이 던진 충고다. 의연함이야말로 치졸한 중국의 꼼수에 대처하는 최대의 효과적인 방안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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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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