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들은 선거철이 되면 경제를 잘 아는 후보를 뽑아야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후보들이나 소속 정당에서도 경제가 우선순위이니 자기 후보가 적임자라고 떠든다. 대통령의 경제 실적은 경제 사이클이 하강국면에 있을 때 당선되느냐 경기회복기에 임기가 시작되느냐에 거의 결정되는 것이지 대통령이 훌륭해서 경제가 회복되고 안 되고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여기에 기본조건이 있다. 조세재정정책과 ‘경제의 기본틀이 잘 짜인 후’라는 조건이다. 대공황을 겪어나가야 하는데 증세를 해서 기업들의 숨통을 조인다던지 경제란 틀도 없는 후진경제에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란 경제이론에도 없는 해괴한 방침을 세우거나 자유방임체제를 유지하던지 하면 그 경제는 침몰하기 십상이다.
현재 미국경기회복에 오바마대통령이 어떤 공헌을 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면, 대답은 그 질문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달렸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오바마가 대단한 공헌을 했다고 나오고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는 오바마 때문에 지금 경제가 엉망인걸로 얘기가 된다. 필자에게 대답을 하라면 별로 한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금융경제위기에서 시작한 오바마의 업무수행 시기가 그랬던 것이지 오바마의 정책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 건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경제적 토대가 그후 클린턴 시절의 호황을 불러온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는 너무나 현실중심적 정책들로 우선 인기 좋은 일만 했지 장래의 경제에는 도리어 짐이 될 일만 잔뜩 해놓고, 사회보장제도 수술처럼 장래를 생각하면 해야 할 중요한 숙제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얘기하는 것처럼 신통치 않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을 잘못 뽑아놓으면 그가 경제를 망치는 것은 아주 쉽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고 현실에 불만이 많다손 치더라도 지금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하층민들과 극단주의자들을 보노라면 인간들에게 민주주의를 맡겨놓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 수 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그 사회의 유권자들 대부분이 상당한 의식수준에 있다는 가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다수대중들이 히틀러를 뽑을 수도 있을 정도로 이성의 테두리 바깥에서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았다.
트럼프는 사람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비겁하고 저질로 추해질 수 있나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때 예로 들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만일에 트럼프가 정말 당선이 된다면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과 우방세계는 시궁창 같은 소용돌이에서 싸움을 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야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2년도 되지 않아 따를 것은 불문가지이고 지금 사회가 어지럽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상상이 안갈 정도로 사회가 어지러워 질것이다.
인터넷과 트위터가 트럼프 같은 괴물을 미국에 만들었다면 한국에 이것들이 미치는 영향도 대단하다.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를 하는 게 아니라 여론세력집단들이 모여서 그 파도가 치는 대로 허둥대는 불법천지다. 국회란 곳은 국민들의 조롱감이고 벌써 오래전에 그 존재가치를 잃었다. 여도 야도 나라를 생각하는 진실성은 없고, 정치인들은 기본자질도 안 갖춘 채 싸움꾼들이 되어 매일 싸움판과 술판만 오가는 현실이다. 현 한국정치에서 저질싸움과 저녁 술자리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과거에 그래도 조금은 존경과 신뢰를 받던 언론도 인터넷시대에는 사라지고 없다. 한국의 여론은 시민단체와 말썽꾼들이 내놓는 온갖 근거 없는 헛소문들이 지배하는 현실이다. 거기에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취임 초부터 좋건 싫건 개발독재의 자산도 되고 멍에도 되는 유산을 업고나온 현대통령이 과거 선대 대통령이 하던 것만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이제 박정희 대통령시절의 그것이 아니다. 거의 선진경제가 된 산업 몇 부분에 그 옛날의 구시대경제 잔재가 뒤섞여 있는 그런 복합체제가 된지 오래 되었다.
대통령이 자꾸 옛날 경제 기본인프라가 없던 정부주도의 경제시절의 꿈만 가지고 구시대인물들을 데리고 새로운 경제를 찾아 나서려 하는데 야당은 둘째 치고 공무원들과 여당 자체에서도 따라주질 않으니 아무리 새 먹거리 창출이니 경제외교니 해도 국민들이 알아주질 않는 것이다.
경제란 게 그냥 자체로 굴러가게 틀만 짜주고 간섭을 말아야지 대통령이 앞서서 하는 게 아니다. 부디 기자회견 자주하고 소통이나 개선하는 게 지금보다는 더 효과적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더 어려운 시절이 기다리고 있는 요즘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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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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