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영국 일간 가디언 지에 알프스 산자락에 침대 하나만 덜렁 놓인 호텔이 소개됐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자연의 공기도 그대로 침대 위로 불어온다. 침대 양옆에 놓인 스탠드(밧데리용?) 아래 책도 읽을 수 있다.
침대 머리 쪽을 제외하고는 벽과 천장이 없어서 ‘호텔룸’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7월초 예약을 받기 시작한 이후 여름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한다.이는 개념 예술가 프랭크, 패트릭 리클린 형제가 알프스 산에 설치한 ‘눌 슈테른(독일어로 별 0개) 호텔이다. 호화판 기존 호텔 체인을 패러디한 공간으로 오성급, 육성급을 내세우는 최고급 호텔의 위화감을 떠나서 고객이 스스로 새로운 공간에서 직접 가치를 판단하게 한다.
그야말로 별을 세다 잠이 들고 지저귀는 새 소리에 잠이 깨는 이 호텔에 묵을 수 있다면 한 번 스위스 알프스 산을 오르고 싶다. 다만 하늘이 보이는 얇은 모기장은 있어야할 것 같다.
이 사진을 보면서 생태주의 운동가이자 철학자, 시인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1845년~1847년까지 2년 2개월 2일동안 살았던 월든 호숫가의 통나무집이 연상됐다.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자란 소로우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28세에 혼자서 콩코드 윌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자신이 재배한 곡식과 채소를 먹고 살았다. 시대는 급속하게 도시화, 산업화되며 물질주의에 너도나도 빠져들었지만 그는 개인적 삶에 더 가치를 두었다.
집 길이는 10피트, 폭은 15피트, 좁은 공간에는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의자와 난로가 있었을 뿐이다. 소로우는 이 집에서 어류와 조류, 숲을 관찰하여 명상 수필집 '월든, 혹은 숲속의 생활( Walden, or Lite in the Woods, 1854)을 썼다.
“ 햇살 찬란한 날 육중한 문 손잡이를 닦고 욕조를 청소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집 같은 거 없는 게 좋지 않은가. 그러면 오직 딱따구리만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샘에서 길어온 물 한잔과 선반위의 검은 빵 한조각만 있으면 그만이다. ”
이처럼 식단이 간단하고 많이 먹지 않으니 몸이 부서져라 일하여 돈을 벌 필요가 없다. ‘ 값비싼 양판자나 호화가구, 맛있는 요리 또는 고급 주택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얽매임 없는 자유를 찾고 싶다 ’면서 숲으로 간 소로우다.
책 ‘월든’은 시인 예이츠에게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를 짓게 하고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이 늘 머리맡에 두었던 책이기도 하다.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게 영향을 주어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어냈다.
그가 살았던 월든 호수는 보스턴에서 수십 분 거리로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와 울창한 숲이 있으며 미국인들의 영적 고향이 되어 매년 5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금보다 170년도 전 일이니 지금보다 숲은 더욱 울창하고 가는 길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긴 세월을 뛰어넘어 소로우의 글은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미국의 불황으로 인해 무너진 중산층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젠(Zen) 스타일 열풍을 이어 다시 수년전부터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한 미니멀 라이프, 심플 라이프가 북유럽을 시초로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유행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여파로 여름휴가를 섬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파로 가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한다. 먼저 머리를 식히고 몸의 피로를 풀어 스트레스를 없애고 다음 단계로 나간다는 것.
아직 휴가를 못갔다면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와도 좋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자신의 내면 여행을 떠나보자. 이제껏 몰랐던 오지를 발견할 수 있다. 때로 다이아몬드 광산인들 못 찾을까.
눈만 뜨면 SNS의 세계에 묻혀 사는 우리들, 세계가 핑핑 돌아가는 뉴스를 잠시만 놓치면 주위사람과 대화가 안통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할 일이 태산 같은 숨가쁜 인생이다. 이 숱한 짐의 무게를 잠시 벗어놓고 자신의 마음으로 가는 여행을 떠나 훨훨 자유롭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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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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