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정열의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이 5일 개막식을 갖고 오는 21일까지 17일간에 걸친 열전의 막을 올린다. 사실 남녀 축구경기가 지난 3일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총 19일간에 걸쳐 펼쳐지는 지구촌의 대축제다.
올림픽은 기원전 8세기부터 서기 5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열렸던 고대 올림피아 경기에서 비롯됐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교육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제전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청년들을 올림픽을 통해 하나로 묶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품고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켜 1896년 올림픽의 발상자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올해로 120년째를 맞고 있다. 매 4년마다 개최되니 올해가 31회째 하계 올림픽 대회가 돼야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총 3차례 대회가 열리지 못했기에 리우 올림픽은 하계 대회로는 28번째 대회가 된다.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한마디로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세계 평화 증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중엔 전쟁도 중단했다는 사실이 종종 올림픽의 기본정신을 말해주는 예로 제시되기도 한다. 물론 고대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그리스의 여리 신들에게 바치는 제사적인 의미가 강했기에 스포츠를 통한 평화 추구라는 이상적 측면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올림픽 제전 기간 중엔 서로간의 분쟁을 멈추고 스포츠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것의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정말 지구촌 전체적으로 최악의 혼란 상황 가운데 막을 올린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처럼 전 세계가 혼돈과 격랑에 빠져 있었던 적이 또 있었던지 모르겠다. 비록 공식적으로 전쟁기간이라고 분류되지는 않지만 현재 지구촌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테러의 위협에 몸살을 앓고 있어 사실상 테러와의 전쟁 상태에 있다. 대량살상을 목표로 하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은 국경도, 전선도 없고, 어쩌면 아예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얼굴 없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또 다른 이유로 인한 수많은 테러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어 이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테러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 전체를 뒤덮고 있다.
더구나 현재 지구촌이 맞고 있는 어려움은 테러와의 전쟁만이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전 세계가 요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정세도 불안하기 짝이 없게 흘러가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흘러들어온 난민 문제로 이미 유럽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고 극동에선 북한이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제적인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고 이와 관련해 한국에선 사드 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또 미국에선 그동안의 정치상식을 송두리째 파괴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등장으로 인해 역시 나라 전체가 흉흉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정세가 불안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올림픽의 개최국인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현재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직무정지 상태에 있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개최국의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 놓인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각국 정상들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개막식 참석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경제 불안으로 인해 브라질의 치안 상태는 사상 최악이며 대회 개막이 임박했는데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장이 있는가 하면 선수촌에서는 화장실이 수시로 막히고 전구도, 샤워커튼도 없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이런 상태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지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번 리우 올림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펼쳐지고 있는 현재 지구촌의 위기 상태를 정확히 비춰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리우올림픽엔 사상 처음으로 ‘난민 대표팀’(Team Refugee Olympic Athletes)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전선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고 나라 없는 사람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와중에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폐쇄주의는 더욱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과연 세계는 앞으로 17일의 리우 올림픽 기간 동안이라도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평화라는 올림픽 이상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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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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