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 과일로는 수박과 참외가 으뜸이었다. 요즘 참외를 먹기가 좀 부담스럽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 주민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성주가 느닷없이 ‘사드’ 후보지로 결정되자 주민들은 농사를 뒤로하고 후보지 취소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로 알려진 ‘사드(THAAD)’를 성주에 배치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발표 후 야당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민의 안위와 한반도의 정세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결정을 충분한 전략적 혹은 정치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별히 성주의 경우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발표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었다.
정부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주 지역민을 부추기는 ‘외부세력’으로 규정하여 사드 문제를 철저히 ‘성주 지역문제’로 국한 시키거나, 사드의 군사적 효율성 보다는 사드의 안전성에 초점을 두어 사드 배치를 수용하도록 설득하거나,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일부 ‘불순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우려가 된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과정을 보면 비록 대부분의 군사적 결정이 그 근저에 ‘비밀’이 요구됨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충분한 전략적 숙고나 정치 경제적 고려의 결여는 물론 여러 면에서 합리적 이해가 결여돼 있음을 본다.
먼저 많은 군사 전문가들조차 한반도 지형에서 ‘사드’의 효율성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사드는 아직 요격의 정확성도 확실하게 나와 있지 않은 현재진행중인 무기체계라고 한다.
더구나 만일 불의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북한이 고(高)고도미사일보다는 저(低)고도의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나 방사포 혹은 단거리미사일은 저고도에서 수도권에 떨어지기 때문에, 고고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사드로는 서울과 수도권을 방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여러 전문가들은 사드는 한반도에서 전략적 효율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다음으로 주변국들과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염려가 다분하며, 벌써 그런 징조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별히 중국이나 러시아는 남한에 사드가 배치되면 자신들의 안방을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벌써부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결국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며, 유사시 주변국으로부터 최우선적 공격의 목표가 될 우려가 있으며, 한반도는 신냉전과 각종 무기체계의 시험장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사드 배치로 주변국과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갖게 되면 자연 수출이나 산업 협력에 지장을 받을 것이며 이는 국내 경기 침체는 물론 서민들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끝으로 사드의 안전성 역시 우려가 된다. 사드 포대의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위험성과 소음 피해의 심각성에 대하여는 아직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성주는 내륙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농산물이 경작되고 있다. 안전성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들이 뒤섞여 사드 배치 논쟁은 현재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서 있다. 일부 종교계는 공식적으로 사드 반대의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사드’ 대신, 주변국과의 외교적 해결을 통하여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주력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공고하게 하여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매우 합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견해라고 본다.
사드에 대하여 누구나 찬반의 입장을 밝힐 수 있고, 정부는 들어야 한다. 자신의 이념이나 주관적 감정에 근거하여,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을 불순세력이나 외부세력 운운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찬성과 반대의 근거와 기준은 정책의 합리성이고, 국민의 주권과 민주적 절차성의 존중이며, 국가의 안보이며, 나아가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이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굳이 ‘사드’ 말고도 좋은 대안이 많이 보인다. 상호 이해와 대화와 평화의 길이 저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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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 성공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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