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C “트럼프 후보자리 강제 박탈 못하지만 RNC서 낙마시 대응책 논의”, 깅리치 “본인이 더 용납받을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입증하며 힐러리 돕는 꼴”
▶ 트럼프 “후회안해” 강경기조…트럼프와 달리 부통령후보 펜스는 “라이언 지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이 그야말로 패닉 상황에 처했다.
당이 하나로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진군해도 8년 만의 정권탈환을 보장하기 어려운 마당에 오히려 '무슬림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자초하는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이를 대놓고 비판하는 당 지도부가 전면전을 벌이면서 당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공화당 골수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며 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상·하원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트럼프와의 공동 유세에 손사래를 치는 전례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과의 역사적 한판 대결을 앞두고 말 그대로 적전분열, 사분오열의 형국이다.
급기야 3일(현지시간)에는 당 지도부가 '트럼프 낙마'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ABC 방송은 당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에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중도에 낙마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경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으로 선출된 트럼프의 후보직을 강제로 박탈할 권한이나 장치도 없고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0'에 가깝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플랜B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 본선을 완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 규정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사실상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연방 선관위 후보등록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9월 초에는 이런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게 당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공화당이 물밑에서이긴 하지만 '트럼프 낙마'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그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을 둘러싼 당내 논란은 그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난해 6월부터 계속 이어져 온 것이지만, 최근 무슬림 비하 발언을 계기로 다시 한번 증폭됐다.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2004년 이라크전 참전 도중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 칸 대위를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들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반박함과 동시에 연설 당시 무대 위에 있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두고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했다.
미국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물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대거 트럼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더욱이 이에 발끈한 트럼프가 연방의원 후보선출 경선 때 라이언 의장과 매케인 의원을 지지하지 않고 그들의 경쟁자를 밀겠다고 선언하면서 트럼프와 당 지도부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연스럽게 트럼프에 대한 당내 불만도 점점 임계점을 향해 다가가는 분위기다.
실제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 등 경합주 후보들은 트럼프가 키즈르 칸 부부에게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트럼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그동안 트럼프를 앞장서 옹호해 온 당내 대표적 '친(親)트럼프' 인사 라인스 프리버스 RNC 위원장과 막판까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측근들도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NBC 방송은 이날 프리버스 위원장이 트럼프 캠프의 선대위원장 폴 매나포트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의 '라이언-매케인 지지 거부'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과 더불어 분노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트럼프의 후보직을 놓고 새로운 단계의 패닉에 도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깅리치 전 의장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대선은 (힐러리와 트럼프)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냐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지금 자신이 힐러리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함으로써 힐러리의 승리를 돕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당의 전방위 비난과 압박에도 트럼프가 자신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전날 ABC 계열의 버지니아 지역방송 ABC7 인터뷰에서 자신의 무슬림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트럼프는 "나는 그들의 아들(후마윤)에 대해 좋게 얘기했고, 그것도 아주 강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무대(연단 위의 키즈르 칸 부부)로부터 세게 얻어맞았다. 나는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가 접점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의 측근이면서 건설적 비판론자인 깅리치 전 의장과 프리버스 위원장,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3인이 트럼프가 제 궤도로 돌아오도록 그와 직접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NBC 방송이 전했다.
이들 3인은 현재 장녀 이방카를 비롯해 트럼프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조언자인 가족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트럼프와의 시각차를 드러내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펜스 후보와 라이언 의장은 원래부터 각별한 사이로, 펜스 후보가 사태 수습을 위해 두 사람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그가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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