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이 될 리우올림픽이 5일 막을 올린다. 리우올림픽을 앞둔 현지 분위기는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불안, 준비 부족 등으로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206개국, 1만여명의 선수들은 17일 동안 ‘인류의 화합’을 표면적 기치로, 또 ‘자국과 개인의 명예’를 실질적 목표로 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올림픽은 거창하게 인류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내셔널리즘’으로 요약되는 승리 지상주의다.
개최경쟁서부터 경기에 이르기까지 올림픽은 온통 내셔널리즘에 지배되고 있다. 올림픽 유치를 위한 부문별한 베팅은 도를 넘은지 오래다. 또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국가들은 메달과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개최권은 따기만 하면 되고, 경기는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승리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올림픽은 점차 골병이 들고 있다.
올림픽 유치경쟁은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케이스다. 도시들 간 경합으로 유치에 소요되는 비용은 점차 높아지고 그 후유증은 승리한 도시들에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남는다. 두주일 동안의 짧은 잔치를 치르고 수십년을 빚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거의 예외 없이 그렇다.
2012년 발표된 옥스퍼드대 연구보고서는 1992년 이후 20년 동안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가운데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고 밝혔다. 개최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평균 3배가 늘어났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비용은 무려 510억달러에 달했다. 올림픽 2년여가 지난 지금의 소치 풍경이 어떨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였던 많은 도시들이 발을 빼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보스턴이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했으며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 들었던 오슬로와 스톡홀름, 뮌헨 등도 이를 없던 일로 했다.
최근 올림픽 유치 추세를 보면 세계인들의 인정을 갈구하거나 국가적 자존감의 회복이 필요한 나라들의 도시가 대부분이다. 이런 나라들에게는 여전히 올림픽의 효용성이 있을지 모른다. 일본이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데도 버블 붕괴 후 다시 일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
LA는 2024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해 놓고 있는 상태며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미 2번의 올림픽을 치렀기 때문에 노하우와 시설 면에서 다른 도시들보다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최를 반대한다. LA는 이미 모든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올림픽 유치경쟁 뿐 아니라 경기 또한 비뚤어진 경쟁심리에 크게 멍들고 있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은 이런 일탈의 극치다. 올림픽에서 ‘아마추어리즘’이란 말이 고어가 된지는 오래지만 더 많은 메달을 가져가겠다며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행위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메달 집계와 순위 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이제는 거의 흔적만 남은 올림픽 정신이나마 지키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치적 용도로 올림픽 성적이 필요한 일부국가들은 순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이것이 극에 달하면 러시아처럼 무리수까지 두게 된다. 러시아의 성적집착은 올림픽이 동서대결의 장이었던 냉전시대의 낡은 잔재다.
올림픽에서 가장 메달을 많이 가져간 나라 정도는 한동안 뇌리에 남겠지만 7위니 10위니 하는 정도의 순위는 당사국 외에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림픽은 말 그대로 지구촌 축제가 돼야 한다. 건강한 경쟁을 즐기면서 메달 숫자와 색깔이 아닌, 선수들의 땀과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올림픽은 여기서 한참 비껴나 있다. 날이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는 ‘올림픽 브랜드’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은 근본적 개혁을 통해 올림픽 본래의 순수한 정신과 열정을 되살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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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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