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륜전설과 경륜황제로 이름 날린 엄인영·조호성, 감독 변신
2016 아시아 사이클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단체스프린트 대표팀. 왼쪽부터 로스 에드가 코치, 임채빈, 강동진, 손제용, 엄인영 감독. [대한자전거연맹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사이클 대표팀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기대한다.
트랙 종목의 남녀 단거리와 남자 옴니엄에서 기대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최근 잇따른 세계대회 입상 소식이 희망의 근거다.
한국 사이클이 첫 올림픽 메달을 바라볼 정도로 역량이 부쩍 커졌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 배경에는 대표팀 지도자로 변신한 한국 사이클의 '전설'이 있다.
대표팀 트랙 남자 단거리를 총괄하는 엄인영(45) 감독과 옴니엄을 전담하는 조호성(42) 감독이 주인공이다.
두 감독이 현역 선수였을 때 한국은 사이클 불모지였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엄 감독과 조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대회에서 입상했다.
한국 최고의 스프린터로 이름을 날리던 엄 감독은 199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인트레이스 등 중장거리 강자인 조 감독의 경력은 더 화려하다.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캤다. '올드 보이'로 출전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경륜 팬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자연스레 각인됐다. 엄 감독과 조 감독은 각각 '경륜 전설', '경륜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997년 경륜에 입문한 엄 감독은 1999년 연대율(출전한 경주에서 1, 2위를 한 비율) 100%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었다. 한국 경륜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꿈의 기록이다.
당시 국내 경륜 일인자답게 경륜이 처음 올림픽 사이클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에 국내 선발전 1위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엄 감독의 경륜 통산 기록은 293전 217승이다.
시련도 있었다. 2004년 4월 훈련 중 경륜 준비생과 추돌하면서 골반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인공관절을 넣는 대수술을 두 차례 받은 엄 감독은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없었으나 "이대로 주저앉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2006년 경륜 무대에서 은퇴해야 했다.
2003년 경륜훈련원 입소만으로 화제를 모은 조 감독은 2005년부터 4년 연속 상금 랭킹 1위를 차지했다. 2006∼2007년에는 약 1년 간 47연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조 감독의 경륜 통산 성적은 260전 235승이다.
2008년에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서 아마추어로 돌아왔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좇겠다는 일념에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0㎞ 포인트레이스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올림픽 최고 기록인 4위에 오른 조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옴니엄에서 11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 감독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 엄 감독은 이미 국가대표 지도자로 변신해 있었다.
엄 감독은 당시 트랙 단거리 코치로서 강동진(29)·임채빈(25)·손제용(22)의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 스프린트 금메달을 이끌었다.
남자 단체스프린트 종목의 아시안게임 최초의 금메달이다. 그전까지 사이클 트랙 단거리 종목은 한국 사이클에서 매우 취약했다.
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서 한국 남자 단거리 대표팀의 위상은 확 달라졌다. 웨이트트레이닝 비중을 높이고 훈련량을 늘린 덕분이다. 외국 훈련방법을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진력한 것도 한몫했다.
강동진·임채빈·손제용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아시아선수권에서 단체스프린트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 리우올림픽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강동진과 임채빈은 경륜과 스프린트에도 출전한다.
엄 감독이 약 5년간 지도한 임채빈은 지난 1월 국제사이클연맹(UCI) 트랙월드컵 남자 경륜 부문에서 한국 첫 메달(동메달)을 따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4년 말부터 서울시청 코치로 지도자 걸음을 처음 뗀 조 감독은 리우올림픽 남자 옴니엄에 출전하는 소속팀 선수인 박상훈(23)을 전담 지도한다.
박상훈은 2010년 세계트랙주니어선수권대회 개인추발 금메달을 목에 건 기대주다.
개인추발이 주종목이었으나, 6개 세부종목 합산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종합경기 옴니엄으로 전공을 바꿨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해보자는 조 감독의 조언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리우올림픽은 제가 지도자로서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다. 제자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라며 "제가 못 이룬 올림픽 메달의 꿈을 박상훈 선수를 통해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 UCI 세계사이클센터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하는 대표팀은 오는 5일(현지시간) 새벽 결전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할 예정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이클 옴니엄 종목에 출전하는 박상훈(오른쪽)과 그를 지도하는 조호성(왼쪽)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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