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 자랑스러워 vs 동맹도 대가 지불해야’…‘강한 미국 vs 약한 미국’
미국 대선주자로 나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에 확실한 각이 잡혔다.
두 후보가 각각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동맹 vs 고립', '함께 vs 홀로', '강한 미국 vs 약한 미국'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국의 대조적인 현실 진단 및 대처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의 상당부분을 일주일 전 트럼프 후보의 수락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데 할애했다.
먼저 그녀는 자신의 대선 슬로건 '함께하면 더 강하다'를 내세우며 '단합'을 강조했다.
그녀는 "모든 미국인은 힘을 합쳐 우리나라를 더욱 자유롭고 공정하며 강하게 만들자. 누구도 그것을 홀로 할 수 없으며 그것이 우리가 함께하면 더 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다른 나라나 우리 서로 분열하기를 원하며 혼자 고치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미래나 서로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를 원한다. 미국인들은 혼자서 고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함께 고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 "나는 힘있는 이들이 자신을 옹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짓밟을 수 없도록 하기위해 정치권에 입문했다"며 "그 시스템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 때문에 나는 홀로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수락연설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클린턴 후보는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등 동맹을 흔들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녀는 연설에서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맞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는 데 있어 모든 미국인, 그리고 동맹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우리의 계획과 반대자들의 계획이 가장 다른 것은 우리의 계획은 미국을 우선에 둔다는 것"이라며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신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을 우선에 두지 않을 정치인들이 우리를 인도되는 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존경심을 갖고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7년에 모두 바뀔 것이며 미국인은 다시 한번 1등이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녀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안보·경제라는 동맹의 두 축을 모두 재조정하겠다는 선언이다.
집권 구상이 이같이 대조적인 것은 미국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 판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클린턴 후보는 "미국 경제가 모두를 위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녀는 "누구도 우리나라가 약하다고 여러분에게 말하지 않도록 하라.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에 트럼프는 대선 슬로건 자체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국내적으로는 가난과 폭력, 국외적으로는 전쟁과 파괴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을 야기한 똑같은 정치인들에 의존하는 한 지속될 것"이라며 "리더십의 변화는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설치를 비롯해 보호무역 및 법과 질서를 강조한 것도 미국을 '강하게' 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한편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폭력'(11번), '위협' 또는 '위협하다'(8번), '범죄'(7번) 같은 말을 주로 쓴데 비해, 클린턴은 '함께'(15번)나 '가족'(10번) 같은 말을 연설에서 주로 사용했다.
클린턴은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동맹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상대에 대한 공격을 연설의 상당 부분에 할애했지만, 상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횟수는 클린턴(20번)이 트럼프(10번)보다 많았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 경쟁자들이 내세웠던 다른 정책들을 언급하지 않았던 데 비해, 클린턴은 버니 샌더스의 이름을 두 번 부르며 샌더스의 주장이 자신의 정책에 반영됐음을 강조했다.
연설할 때의 무대 구성이나 후보가 무대에 오르는 모습에서도 두 사람은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가 등으로 강한 조명을 지고 연예인처럼 무대에 오른데 비해, 클린턴은 무대 뒤편 벽의 일부가 돌아가면서 벽 뒤로부터 걸어나왔다.
연설할 때의 배경도 트럼프는 실물 미국 국기들을 세웠고, 클린턴은 뒤편 전체를 전광판으로 사용했다.
양당 후보의 연설뿐 아니라, 전당대회의 전체적인 모습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확연히 대조됐다.
민주당에서는 당내 경선 패자인 버니 샌더스가 전당대회 첫날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데 이어 둘째 날에는 만장일치로 힐러리를 추대하자고 제의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공화당에서는 경선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자신의 가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끝내 전당대회장에서 트럼프를 정식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대선후보를 정식으로 지명하는 절차를 보더라도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그 역할을 맡았지만,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후보 지명을 선언했다.
민주·공화 두 당의 전당대회에서는 비슷한 모습도 물론 나타났다.
클린턴을 지원하기 위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가 연사로 나선 것처럼 트럼프를 위해서 아내 멜라니아와 이방카, 도널드 주니어 등 자녀들이 전당대회장에서 트럼프를 도왔다.
전당대회에 내내 민주당에서는 트럼프를, 공화당에서는 클린턴을 각각 성토하며 각각 자기 당의 후보가 대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후보에 대한 반대시위도 닮은꼴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지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는 트럼프 반대시위자들이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를 하다 체포됐고, 민주당 전당대회지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이 대회장 주변 통제구역으로 담을 넘어 진입하려다 체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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