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불신이미지 해소 주력…연설 중간중간 완벽한 스페인어 구사해 눈길
▶ “트럼프 말끝마다 믿어달라지만 못믿을 사람”…대의원들 ‘한마디도 못믿어’ 연호
"내 아들의 목숨을 맡길 만큼 힐러리 클린턴을 믿는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27일 공식 지명된 팀 케인이 이날 밤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 행한 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팀 케인의 아들 냇(26)은 현역 해병대원으로 복무하는 만큼 '내 아들의 목숨'이라는 그의 말은 절대 가볍지 않은 무게로 대의원을 비롯한 청중들에게 다가갔다. 대통령은 군의 최고 통수권자고 미국은 현재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연설에서 케인은 아내와 가족,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자신이 자라고 정치 경력을 쌓아 연방 상원의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케인은 이날 클린턴 후보의 살아온 인생 궤적과 업적 등을 거론하면서 '준비된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동시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격에 할애했다.
연설 첫 부분부터 케인은 "(아들) 냇이 이틀 전에 도널드 트럼프가 포기하려 하는 바로 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해 그의 소속 부대와 함께 배치됐다"며 트럼프의 '나토 재편' 또는 '나토 무용론'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힐러리는 어린이와 가족에 대해 열정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도 열정을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케인은 트럼프가 "많은 약속을 하지만, 쉽게 알 수 있듯이, 그는 가장 중요한 약속들을 할 때마다 똑같은 두 마디의 말을 한다. 그것은 '나를 믿어달라'라는 말"이라며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거나 'IS를 아주 빨리 파괴하겠다'라고 말하면서 트럼프가 종종 '믿어달라'고 말하는 점을 꼬집은 케인은 "대부분의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할 때는 '나를 믿어달라'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해낼지를 보이면서 여러분에게 존경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때 케인은 '트럼프의 억양'을 흉내 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경력을 고려할 때 그를 믿지 않는 편이 좋다"고 비판한 케인은 트럼프가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에 카지노를 지은 뒤 파산하면서 중소 건설업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점, 플로리다 주에 은퇴자 거주지를 짓겠다고 하며 분양대금을 받은 뒤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았다는 의혹,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기부하지 않았거나 뒤늦게 기부한 일, 그리고 '트럼프 대학'을 차례로 꼬집었다.
케인은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며 공격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한 마디도"(not a word)라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고, 대의원들은 '한마디도'를 연호하며 뜨겁게 환호했다.
이어 그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여사를 비롯해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같은 공화당 인물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신뢰도에 했던 말들을 끄집어내 "내 말을 믿지 말고 이들의 말을 믿으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케인은 클린턴에 대해 '신뢰'라는 말을 거듭 사용하며 클린턴이 좀처럼 벗지 못하는 불신의 이미지를 씻으려 노력했다.
"그녀(클린턴)는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한 케인은 이 말에 대해 클린턴이 어린이 복지에 일관된 노력을 했던 점을 근거로 들었고, "힐러리는 성과를 내고 실천한다"고 주장한 그는 2001년 9·11 테러 때 응급구조에 나섰던 이들에 대한 보상을 비롯해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추적 살해한 일 등을 언급했다.
케인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증명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게 좋다"고 강조한 뒤 "그녀(클린턴)의 믿음, 마음, 경험 때문에 그녀는 (대통령 일을 하기 위해) 준비돼 있으며, 미국이 함께했을 때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준비돼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설 중간중간에 완벽한 스페인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클린턴 후보가 '준비돼 있다'는 주장을 할 때 그는 자신이 봉사 활동을 했던 온두라스에서 '준비돼 있다'는 뜻인 'listo'라는 스페인어가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설 중간에 청중의 호응을 끌어낼 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예스 위 캔'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Si se puede'를 연호했다.
"분열이라는 어둠의 힘을 물리치고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케인은 클린턴이 "싸울 준비가 됐고, 이길 준비가 됐으며, 이끌 준비가 됐다"고 호소한 뒤 연단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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