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합리적 의심 이상으로 확신”…미 정부, 일단 신중 반응
[AP=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앞두고 터진 위키리크스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 대선에 개입하려고 한 첫 번째 시도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움직임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이번 의혹의 파장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폭로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천252건 등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들 이메일에는 지도부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선을 편파 진행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EPA=연합뉴스]
이를 두고 미 정부 안팎의 많은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사주를 받은 해커가 해당 자료를 빼내 위키리크스에 흘렸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미 NBC뉴스, ABC뉴스 등이 25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리적, 언어적, 법의학적 증거와 러시아가 지닌 동기, 역사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DNC를 공격한 최소 1명 이상의 해커 그룹의 작업 시간이 러시아의 시간대와 일치하고, 러시아 공휴일에는 공격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사이버보안업체 '파이어아이'는 분석했다.
이 해커들은 러시아 키릴문자로 된 서명이 드러나는 디지털 지문을 남기기도 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클린턴보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길 바랄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이 경우, 클린턴에 대한 타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이메일이 폭로됐다는 점에서 '동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AP=연합뉴스]
앞서 푸틴은 트럼프를 "특출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재능있는 인물"이라고 칭찬했고 트럼프도 푸틴을 "훌륭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여러 차례 '호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도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 역시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어서 러시아 측이 트럼프의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AP=연합뉴스]
반면, 푸틴과 클린턴은 이전에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는 등 '악연'이 있다.
2011년 러시아 야권의 총선 부정 항의시위에 대해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이 "러시아 총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하자, 총리였던 푸틴은 해당 시위의 배후에 클린턴이 있다고 주장하며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 내에서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러시아에 맞선 미국 등 서구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이메일이 폭로된 직후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한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은 "이 이메일들이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공개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비롯한 미 정보당국 관리들은 과거에도 외국 해커들이 미 대선후보들을 염탐한 증거들이 있으며, 이 중에는 특정 국가의 지원으로 이뤄진 사례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해커들을 여러 임무에 이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러시아인들이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란다는 것도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연이어 지낸 마이클 헤이든 역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에서 그들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정보를 조종하는 배후였다"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일단 이번 이메일 해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연방수사국(FBI)에 맡긴 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시리아 사태부터 북핵 문제까지 러시아와의 공조가 필수적인 국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를 지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미 정부는 사이버보안 문제가 미국과 러시아 간 우려되는 현안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사이버보안의 취약점을 노리는 여러 행위자(actors)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기에는 러시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무슨 일이 벌어졌고, 그 뒤에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하기 전에 FBI의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