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한도전 출연진들과 웹툰 작가들이 팀을 이뤄 6주 간 포털 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는 릴레이 웹툰이 인기다. 인터넷에서 보는 만화 - 웹툰이 유행한지는 꽤 되었는데, 인기 웹툰의 경우 회 당 조회수가 수십 만 건이 넘고 억 대 연봉의 웹툰 작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웹툰 원작의 드라마와 영화도 수십 편 제작되었다. 윤태호 작가 의 ‘미생’ 과 ‘내부자들’은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소개되어 사회적으로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고,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 해츨링 작가의 ‘동네변호사 조들호’, 기안84 작가의 ‘패션왕’ 등 익숙한 이름의 작품들이 줄지어 나왔다.
종이로 된 만화책과 차별화 된 웹툰의 매력은 독자들이 연재 중인 만화를 별도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볼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다음 회가 업데이트되며, 별점을 주거나 댓글을 달아 만화가 및 다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들도 인터넷이라는 특성을 살려 만화 내용과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나오게 하는 등 기기적 장치를 활용하여 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웹툰이 유행하기 전에는 종이로 된 만화책이 있었다. 학창 시절 만화책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분기에 한 권 발행되는 다음 편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만화책의 신권이 발매될 때면 하굣길에 동네 만화책방을 들렀다. 신권은 대여 중일 때가 잦아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기도 했지만, 운 좋게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면 재빨리 뽑아 손에 쥐고, 선 자리에서 이전 편을 꺼내 결말 부분을 복기를 한 후 만화책방을 나서곤 했다.
만화의 정수는 만화가의 개성이 묻어난 작화 스타일대로 펜 끝에서 하나하나 창조되는 그림들이다. 유명 소설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그만의 스타일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듯, 유명 만화가들도 각자 독특한 그림체가 있어서 표지만 봐도 누가 그린 작품인지 알 수 있는데, 자신만의 시그니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만화가에게도 다른 예술가에게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녹록치 않다.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면 이를 한 컷 단위로 나눠 인물들을 그리고, 배경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말풍선에 대사까지 넣어야 한다. 웹툰은 타블릿과 포토샵 등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작업이 용이하지만, 종이에 그려야 하는 만화책은 긴 노동을 요한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펜으로 덧그리고, 펜이 마르길 기다렸다가 밑그림을 지우고, 명암을 그려넣고, 종이에 프린트 한 대사들을 말풍선 크기에 맡게 하나 하나 오려서 풀로 붙인다. 그런 노력 끝에 한 장 한 장 원고가 쌓여 한 회가 연재되고, 여러 회가 모여 만화책 한 권이 출판된다.
웹툰은 이런 수고스러운 노력을 다소 덜어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만화가들이 만화책 대신 웹툰을 그리기도 한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바뀐 풍경 중 하나이다. 이에 편승하여 나도 여러 웹툰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나 작화의 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만화가로 등단하는 벽을 낮춤으로써 좋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로운 만화가들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올라올 때면 학창 시절 만화책을 읽던 기억들이 난다. 몰래 빌린 한 권을 독서실에 가서 숨죽여 본 적도 있었고, 기말 고사를 무사히 끝내고 부모님의 허락 하에 만화책을 열 권씩 빌려와서 당당하게 거실 소파에 누워 본 적도 있었다. 대학교 때는 만화 동아리에 들어가 일년에 한 번 내는 동아리 회지에 낼 단편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증강현실( AR)과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기술들이 보다 상용화되면 ‘포켓몬 고’를 넘어서는 다양한 오락거리들이 나오겠지만, 2016년 오늘 하루 바쁘게 지낸 나에게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은 웹툰에 그려진 2D의 가상인물들이 벌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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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 아마존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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