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미국의 공화당 전당대회가 모두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식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이번 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다. 전당대회에서는 수많은 연설들이 행해진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행해진 연설들 중에 후보 부인과 아들이 행한 연설이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을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학년 때 영어 과목 시간에 논문 작성 방법을 배웠다. 기본적인 리서치 요령, 인덱스카드 사용법, 참고문헌 리스트 작성과 인용표기 방법 등에 대해 배웠다.
참고문헌 리스트 작성과 인용표기 방법 등에 대한 공부는 이후 대학과 로스쿨에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서 항상 강조되었던 것이 표절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나 글을 사용할 경우 어느 저자의 어떤 문헌에서 옮겨 왔는지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남의 지적재산을 도둑질 하는 것이라고 했다.
표절에 대한 처벌도 엄격했다. 표절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표절이 포함된 과제의 성적은 F학점으로 처리된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정학 등의 학사징계까지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표절은 학생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의 하나로 강조되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어떻게 표절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요즈음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적발할 수 있다고 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내에서도 그러한 프로그램이 사용된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표절 논란은 캠페인 관계자나 연설자들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안이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도 교육위원으로서 종종 연설을 한다.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었을 때에는 그런 자리가 더욱 많았다. 그리고 조금 길게 해야 하는 연설일 경우에는 담당 스탭의 도움을 종종 받는다.
기본적 내용을 스탭에 알려주면 스탭이 초안을 준비한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연설들도 나의 연설이기에 내용과 표현 하나하나 모두 내가 챙겨야 한다. 당연히 내용과 표현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 스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내가 스탭의 연설을 대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나의 연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에 후보자 부인의 연설 내용 중 표절된 부분에 대한 공개적 해명은 나를 만족시키기에 상당히 미흡했다. 결국 연설 작성을 도운 스탭이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설명인데, 아무리 스탭이 준비했어도 그 연설의 최종 책임은 연설자 본인에게 있다. 그런데 정작 연설자 본인은 이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나 사과를 했다는 것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표절되었던 내용이 일반적 정보나 표현이 아니라 연설자 본인의 가족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내용인데 그러한 내용을 스탭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썼을 리도 없고 그렇게 했어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표절 논란에 대해 스탭의 해명과 사과로는 절대 부족하다.
아들이 행한 연설에 대한 표절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연설의 일부가 이미 다른 사람이 발표했던 글의 내용과 흡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이 내가 보기에는 가관이다. 바로 그 글을 발표했던 사람이 이번에 연설 작성을 도왔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행해진 연설은 연설문 작성을 도운 사람이 행한 것이 아니라 바로 후보자 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것이다. 후보자 아들의 연설에 이 연설은 내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써 준 것이라는 말은 당연히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연설문 작성 도움자가 이미 발표했던 글에서 그냥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게 바로 표절이다.
표절행위는 종종 있다. 때로는 불순한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적이 있을 때 솔직한 인정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연설문 작성을 도왔기에 내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어떻게 보아도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지도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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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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