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부부대통령 기록에 도전
▶ ’포용-개방-동맹’ 강조하며 트럼프와 차별화 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DB>>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2008년 6월7일)→"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유리천장을 깨는)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2016년 6월7일)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앞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과거와 현재 발언이다.
8년 전 대선 경선에서 초반 '대세론'을 구축했지만, 결국 신예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면 올해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마침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미 주요 정당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가 탄생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26일 주별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을 통해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되지만, 후보수락 연설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8일에 있을 예정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여성에 대한 보이지 사회적 장벽인 최후의 '유리천장'을 깨면서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지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판가름난다.
변호사 시절의 힐러리 클린턴<<출처 : 페이스북>>
◇학창시절부터 '정치의 꿈'…퍼스트레이디→연방 상원의원→국무장관→첫 여성 대통령?클린턴 전 장관은 강한 신념과 열정을 보유한 미국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로 불린다.
변호사로 출발해 퍼스트레이디(대통령 부인),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쳐 미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후보 고지에 오른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첫 여성 대통령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첫 부부 대통령(남편 빌 클린턴) 도전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228년간 44대에 걸쳐 모두 남성 대통령이었고, 심지어 여성 부통령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미 대선후보 그 자체로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클린턴 전 장관은 1947년 10월 26일 미국 일리노이 주(州) 시카고 근교에서 3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휴 앨즈워스 로댐은 영국 웨일스 혈통으로, 시카고 시내에서 작은 섬유업체를 운영했고 어머니인 도로시 엠바 하월 로댐은 전업주부였다.
기독교를 믿는 보수적 가정에서 자란 클린턴 전 장관은 어려서부터 활동적이었고 정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16세 때 고교생으로서 '신보수주의 운동'의 기수였던 공화당 대통령 후보 베리 골드워터의 선거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말부터 미 전역에 불어닥친 민권운동 열풍, 특히 1968년의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과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민주당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웰즐리대 행정대학 학생회장이었던 클린턴 전 장관은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졸업연설을 하면서 동기 여학생들에게 "아직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도력과 힘을 발휘할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1969년 진학한 예일대 로스쿨에서 한 살 많은 아칸소 주 출신 법학도인 지금의 남편 빌을 만났고, 이것이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향후 먼 미래에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된다.
1975년 10월 빌과 결혼해 아칸소 주(州) 리틀 록에 보금자리를 꾸민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이 아칸소주 법무장관을 거쳐 1978년 주지사에 당선되는 등 정치인으로 날개를 펴는 동안 변호사로 명성을 쌓았다. 1988∼1991년 영향력 있는 100대 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빌이 대선과 재선에서 승리해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클린턴 전 장관은 '조용한 내조'에 방점을 뒀던 기존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일하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국가보건개혁 테스크포스 책임자를 맡아 '힐러리케어'(Hillarycare)로 불리는 보건개혁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백악관을 나와서는 2001년 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8년간 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이를 계기로 '정치인 힐러리'로 본격적으로 변신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3년 출간한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며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냈고, 이후 2008년 첫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이는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4년간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깊은 '내공'을 쌓았고 이를 자산 삼아 이번에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첫 일성부터 '트럼프 때리기' 예상…신뢰도 낮은 게 가장 큰 걸림돌내일 개막되는 민주당의 필라델피아 전당대회는 '힐러리 대선 출정식'이라는 의미에 더해 '미래 권력'인 클린턴 전 장관을 중심으로 당이 하나가 되는 무대다. 말 그대로 화합과 통합의 장이다.
'현재 권력'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막판까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인 샌더스 의원 모두 '힐러리 대관식'에 참석해 지지 연설을 한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월가와 지나치게 가깝고 당의 이념보다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는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반감을 품은 진보성향의 당내 지지자들, 특히 '집토끼'들을 공략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기 말에도 50%를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과 흑인표, 또 샌더스·워런 의원은 젊은층의 표심을 각각 잡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당 화합 메시지와 더불어 구체적인 집권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고립주의'와 '반(反)이민정책'을 내세우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는 달리, 다자에 의한 '제한적 개입주의', '이민 포용', '동맹 우선'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본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거부감이 가장 큰 본선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 '특권층'에다가 '부정직'한 이미지까지 덧씌워지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는 60%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편이다. 더욱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불기소 권고와 법무부의 수용으로 최대 장애물이었던 '이메일 스캔들'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나 긍정적 여론보다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면서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앞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본선전을 좌우할 최대 변수 중 하나라는 게 대부분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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