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숨은 하늘보다 귀하고 우주보다 가치가 있다. 우주가, 하늘이 있다 해도 내 목숨이 사라진다면 우주와 하늘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가 지닌 생명, 즉 목숨의 가치는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가치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소유한 생명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그렇다.
그런 목숨을 명예살인이란 명목으로 파리 목숨처럼 사람을 죽이는 곳이 있다. 그것도 1년에 1,000여명 이상이나 생명이 사라진다. 하루에 3명꼴로 목숨이 없어지는 거다. 2015년 파키스탄에선 1,096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이란 죄목 하에 목숨을 잃었다. 무슬림들의 자기 가족 살인이다. 가문의 명예 때문에 저질러지는 악습이다.
지난 15일 파키스탄의 SNS(소셜네트웍서비스) 스타인 26살의 유명 여성 모델인 찬딜 발로치가 자기 집에서 목 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친 오빠가 죽였다. 오빠는 동생이 SNS에 노출사진을 올리는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자신이 한 행동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족이 용서할 경우 오빠는 무죄가 된다.
발로치는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펼치겠다며 파키스탄엔 좋은 건 하나도 없다, 자신은 평등을 믿고 특정한 여성 역할을 강요당할 필요가 없다는 등 여성의 인권과 평등을 위한 언행을 해왔었다. 17일 CNN이 보도한 이 기사는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고 슬프게 했지만 명예살인은 계속될 것 같다.
가족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딸, 아내, 여동생, 친척 여성들 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은 파키스탄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00여명이 죽어가고 있다는 통계다. 대게의 경우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는 아랍권 나라들에서 행해지고 있다. 명예살인이란 죄목은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도 없는 악습 중의 악습이다.
우리말 중에 ‘도무지’란 말이 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어원은 ‘도모지’에서 왔다. 도모지(塗貌紙)란 한자어에서 유래됐고 사형에 해당되는 형벌 이름의 하나다. 조선시대, 양반의 가문에서 자식이 용서받을 수 없는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을 때 아비가 자식에게 내리는 형벌 중의 하나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식을 꼼짝 못하게 묶어 놓는다. 얼굴에 물을 뿜은 창호지를 덕지덕지 붙인다. 종이에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종이가 짝 달라붙어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숨을 못 쉬게 하여 죽게 하는 형벌이 도모지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옛 우리 조상들도 모도지를 행해 명예살인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엔 남편이 죽으면 과부가 된 아내를 열녀로 만든다고 하여 굶겨 죽인 사례도 있다. 또 남자가 전쟁에 나가 죽으면 따라 죽게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명예살인은 이슬람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아르메니아와 알바니아 같은 곳엔 ‘카눈’이란 이름의 명예살인이 이슬람권과 일부 기독교도에 의해 행해진다고 한다.
명예가 도대체 무언가. 명예가 사람목숨보다 더 귀한가. 전통과 관습, 가문과 혈통,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그게 생명보다 더 중하지는 않다. 아직도 잘못된 가치관으로 관습과 전통을 내세워 명예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미개인이라 할 수 있다. 본래 이슬람은 여성을 보호하는 종교인데 잘못된 관습이 명예살인을 부추기는 거다.
종교적 제의에 의해 희생제물이 되어 살해되는 동물이 있다. 반면, 고대 중국의 상나라, 잉카와 아즈텍 제국 등에선 양이나 동물이 아닌 사람이 직접 희생제물이 되기도 했다. 명예살인이 아닌 인신공양(人身供養•human Sacrifice), 즉 종교적 살인에 해당된다. 터키의 유적지에선 8,000년 전 인신공양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신공양은 사라진지 오래다. 있다면 특종감이다. 그런데 명예살인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그것도 힘없는 여성들이 목표가 되어. 유엔과 인권단체들이 명예살인을 없애보려 노력하고 있다지만 불가항력이다. 가족이 용서하면 살인자가 무죄가 되는 어이없는 법이 있기에 그렇다. 명예살인 언제나 사라질까,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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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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