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은 미국국회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 “만일 나의 아버지가 미국사람이었더라면 아마 오늘 나는 지금 여러 분들이 앉아 있는 곳에 앉아 있었을 것입니다” 라고 연설의 서두를 시작하자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박수갈채로 그를 환영하였다고 한다.
그는 군말을 하지않고 그가 몹시 사랑하고 그리워했으면서도 생전에는 먼 거리에서 보고만 있어야 했던 그의 어머니 Jennie Jerome 이 미국사람 이었음을 상기시켰고 미국사람들 역시 그런 인연 관계를 좋아하고 있었다고한다. 역사적인 관계로만 보면 미국과 영국은 애초부터 잘못 맺어진 인연을 온 세계가 다 알도록 폭력적인 전쟁으로 끊었지만 그후 시대에 따라서는 “우리가 남이가!” 라고나 말하는 것처럼 위기를 서로 도와가며 끈끈한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해오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말에 독일이 거의 매일 비행기 폭격으로 런던을 초토화하고 있을때 “We will fight on the land, we will fight on the sea, we will fight everywhere and we will never surrender!” 라고 영국 국민을 독려하던 윈스턴 처칠의 위대한 영도력에도 불구하고 만일 미국의 막대한 군수물자 지원이 없었더라면 전쟁은 영국의 패전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
극심한 폭격으로 왕실의 안위가 염려되자 영국민들은 왕후가 엘리자베스 와 마가렛 두 공주를 데리고 캐나다로 피난하라고 권유하였으나 엘리자베스 왕후는 거절하고 도리어 런던 에서 앰뷸런스를 직접 운전하고 나섬으로써 모범을 보였고 영국의 전통대로 왕족의 남자들은 모두 전투에 직접 참전했었다고 한다.
이 영국왕실의 모범적인 전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가지 우스운 일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하고 민주화가된 나라인 까닭에 귀족이나 귀족계급, 귀족사회 같은 것은 없어야 하는 것이 원칙일텐데 비법률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에는 엄연히 “귀족, 귀족계급, 귀족사회, 귀족 서클” 등이 있고 귀족 중에도 “진골,” ”성골”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종교, 출신지역, 학벌, 재산규모 등등 까지 가미하면 아마도 영국 못지않은 복잡하고 미묘한 상류사회가 미국에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1963년 Rhode Island주립대학교를 다닐때에 같은 교회의 교인으로 필자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던 노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댁을 방문하였더니 필자에게 족보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미국사람들도 족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필자에게 자기의 몇 대 전 할아버지가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에 처음 건너온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미국식 “진골”이었다. 그러면 미국의 “성골”은 누구일가? 대부분 앵글로 색슨 족으로서 최초에 미국의 거부가 된 사람들이었다. 이런 분류법에 따르면 카네기나 라커펠러 같은 사람들도 졸부나 벼락부자이었지 원래부터 양반이었던 성골에는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성골들도 실은 본국에서는 별 볼일들이 없어서 조금 먼저 미국에 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었지만.
이 성골들 중에 John Astor 라는 미국의 초대 억만장자가 있었다. 모피를 영국과 중국에도 수출해서 큰 돈을 벌었고 아편도 영국과 중국에 수출해서 더 큰 돈을 모은 후 아직 맨하탄 중북부가 허허들판이었을 때 땅을 많이 구입하여 억만장자가 되었고 아들대에 와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도 지은 사람이었는데 뉴욕의 성골이 었다. 이런 사람들끼리만 만나는 폐쇄적인 모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모임에 Mrs. Astor 의 초청을 받지 못하고 “속을 부글 거리는” 사람들 중에 Mrs. Alva Vanderbilt 가 있었다. 물론 “철도왕” 벤더빌트 가의 손자며느리인데,벼락부자급으로 취급되었던 까닭이다. “벼락부자”급 부인네들이 “성골”부인들에게 보복할 궁리들을 하였을 것이다. “성골”들도 뿌리를 찾아 보면 원래 부터 거부이었던 사람은 없었고 본국에서 귀족이었던 사람은 더군다나 없었다. 이 성골들을 분명하게 기를 죽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었다. 벼락부자들이 영국 등 유럽의 어느 나라 왕족이나 귀족과 사돈을 맺는 것이었다. 사위를 운이 좋게 잘 골르면 딸이 이름앞에 HRH (Her Royal Highness) 라고 불리게도 되고, 조금 낮아져도 Countess 라고 불리게 되는 것인데 이런 타이틀은 Mrs. Astor 가 골백번 죽었다가 깨어나도 붙여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신부쪽의 사정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신랑쪽의 형편은 어떠했을까? 안성맞춤이라더니 유럽쪽 귀족 신랑들은 미국의 부자신부를 원하고 있었다. 영국의 귀족 (Duke, 공후백자남작 등) 들은 큰 토지로 구성되는Estate을 가지고 수 많은 직원과 하인들을 거느리고 궁같은 큰 저택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1800년대 말쯤에 이르러서는 영국의 경제구조가 많이 변하여서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는 큰 Estate 를 유지해 나가 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었다. 하인은 줄이더라도 거대한 저택들을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하기 조차 어려워지는 귀족들이 늘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양반은 굶어도 노동은 않했던 것처럼 영국에서도 귀족들은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금기시 되었다고 한다.
귀족노릇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속빈강정”인 귀족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럴 때에 지참금을 많이 보내주는 미국사람과 사돈을 맺을 수가 있다면 “감불청이나 고소원”인 일이었을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전래대로 귀족들 간에 사돈을 맺으면 되었을 것 같지만 문제는 양쪽 귀족들이 공통적으로 딱한 처지에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귀족의 딸들은 대게 집안에서 별로 학식이 없던 Tutor 들로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하였고 바깥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젊은 귀족총각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양반댁 따님들의 자질”만을 가진 규수들이었다.
반면에 미국의 신부감들은 대게 최고의 대학에서 수준높은 현대교육을 받았고 세상 물정에 밝았으며 영국 귀족들 딸들에 비해서 성격이 발랄하고 세계여행도 많이 한 매력적인 젊은 여성들이었다. 금상첨화로 미국 규수들은 공통적으로 “부자”집 딸들이 었다. 영국 귀족 총각들이 미국신부들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부유국가 이었던 영국의 형편이 이러했었다면 유럽의 딴 나라들의 사정은 어떠했을까” 군소국가들을 포함 해서 유럽에 여러 나라들에는 가진 것이라고는 귀족칭호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혼령기의 딸을 가진 미국의 “벼락부자”급의 마나님들은 “성골”급 마나님들에 대한 한풀이도 겸해서 영국의 귀족사윗감을 찾아나섰다.
대게 먼저 영국에 시집을 와서 영국의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 여성들이 중매를 하였다. 미국의 어머니들은 중매인들을 통해서 대여섯 명의 후보자들을 구해놓고 딸을 데리고 맞선을 보러갔다고 한다. 물론 당사자가 여행을 하다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게 되는 운이 좋은 경우도 있었다. 맞선 과정을 통과하면 “지참금흥정” 이 있었다고 한다. “귀족신랑” 의 귀족급이 높지않아 미국 측이 퇴짜를 놓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미국신부의 지참금이 충분치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 미국신부들의 시집살이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돈으로 귀족신분을 사들인 이 미국신부들을 영국의 귀족 계층에서는 “Dollar Princess” 라고 깔보며 그들의 “저속한 물질주의” (vulgar materialism) 를 흉 보았다고 한다.
또 꼭 사랑때문에 시작된 결혼이 아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궁합이 잘 맞는 행복한 결합이 되는 수도 있었겠지만 서로 맞지않아 불행한 결혼이 되는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주 성공해 (행복해?) 보였던 결혼과 아주 불행 해 보였던 결혼의 예를 하나씩 들어 보고자 한다.
“보였던”이란 애매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필자도 인생 8학년이 되어가면서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니 과연 무엇이 성공이고 행복인지 절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드는 것임을 깨달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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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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