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분란이 생기면 은혜로운 신앙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신앙보다 각종 추측과 억측이 교회를 지배 한다. 분위기가 뒤숭숭해 조용히 예배만 보고 돌아가기가 힘들어진다. 확인이 불가능한 ‘카더라’식 소문까지 가세되면 분란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해결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교회가 갈라지거나 교인들은 마음에 아픈 상처만 간직한 채 이곳저곳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결국 교회 분란의 최대 희생자는 교인이다. 목사도 아니고 교단도 아니다. 목사는 떠나면 그만이고 교단은 재산권과 권위를 챙기면 된다. 분란의 고통은 고스란히 교인들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동안 많은 교회 싸움을 지켜봐온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기자도 그 분란의 희생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성영락교회가 뜻밖의 분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70년대 한인 이민 교계의 든든한 기둥으로, 43년간 고달픈 한인 이민자들의 쉼터와 안식처가 되어 왔던 또하나의 중심 교회가 쪼개지는 것 같아 착잡하다.
갈보리교회, 빌라델비아교회, 나성한인교회, 윌셔그레이스교회, 동양선교교회, 청운교회, 토렌스제일장로교회, 미주성산교회, 열린문교회 등등 한인사회 역사와 기독교 신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기라성 같은 교회들이 줄줄이 분규에 휩싸여 교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나같이 70~80년대 한인 이민자들의 눈과 발이 돼주며 미국 정착에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교회들이었다. 신앙 공동체로서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직업도 알선해주고, 중매도 섰다. 일가친척 하나 없이 공항에 도착한 한인들의 발이 되어주며 거처도 마련해줬다. 때로는 먼 곳으로 이사하는 교인들을 위해 목사가 운전까지 해주며 이삿짐센터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던 한인사회 성장의 동력원들이 줄줄이 쪼개지고 갈려지고 말았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원인이 돼 분규와 송사에 빠졌겠지만 그 공통적 결과는 봉합되기 힘든 분열이다.
교회 싸움은 한쪽편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다. 믿음을 전제로 한 신앙인들의 분쟁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명분과 신념이 탄탄하고 뚜렷하다.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쪽의 말이나 주장이 귀에 들어 올 리가 없다. 결말은 사회법정에서 끝나지만 이미 양쪽으로 갈라져 교회는 두 동강 나게 된 뒤이고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 교회 재정은 변호사 비용으로 만신창이가 되기 마련이다.
개척교회 1세대 목사를 따랐던 교인들은 목사의 설교나 인품, 친분관계로 모여 나름대로의 위계와 신망을 바탕으로 똘똘 뭉친다. 목사가 바람을 피웠거나 교리에 맞지 않는 행동, 횡령, 탐욕으로 인한 재산권 행사 등등 사회의 지탄을 받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분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뒤를 잇는 다음세대 목사들은 다르다. 1세대 목사의 설교나 행동, 규칙에 길들여진 교인들이 전혀 다른 환경과 목회 철학을 가진 2세대 목사에게 선 듯 마음을 열어 주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을 열려면 2세 목사들의 부단한 노력, 낮은 자세와 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목사들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해 스스로 분규의 씨앗을 키운다.
기자 역시 교회의 분규로 몸살을 앓았다. 1세대 목사의 퇴임과 후임 목사 청빙, 이 과정서 발생한 오해와 괴담수준의 소문, 이로 인한 1세대 목사와 2세대 목사의 갈등, 욕설과 저주, 노회 탈퇴, 소송, 그리고 패소, 2세대 목사의 분교 등등. 소송과정에서 거의 40만 달러가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됐다. 엄청난 비용을 쓰고서도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 어제까지 힘든 이민사회의 동반자로 함께 웃고 울던 교인들이 하루아침에 ‘원수’로 돌아서며 말도 섞지 않는다. 분규가 10년을 넘기고 있지만 그때의 아픔의 상처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표적 모범교회로 꼽혀온 영락교회가 결과가 뻔한 분규의 불구덩이로 뛰어들려 하고 있다. 이겨도 져도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분열의 상처만 남겨주는 것이 교회 싸움이다. 지켜보기가 너무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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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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