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한인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으로 은근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매력인 박은림 회장을 만나 뉴저지한인회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수리’를 따르는 2세들
“전직회장단 모두 지난 6월에 열린 친선골프대회에 참여하여 한인회의 발전을 기원해주셨다. 회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사진, 스탭진에 능력 있는 분들이 많아 큰 의지가 된다. 뉴저지한인상록회를 비롯 체육단체, 네일협회, 세탁협회 등 대다수 단체들이 뉴저지 한인을 위해서라면 한마음이 되어준다.”
박은림 회장은 뉴저지한인회 4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회장으로 작년 5월 1일 제27대 뉴저지한인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별명은 ‘무수리’다. 궂은 일, 험한 일 가리지 않고 몸소 실천하면서도 늘 밝게 웃는 그에게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이다.
현재 김재윤 사무총장이 박은림 회장을 보좌하며 38~40명의 이사(이사장 김만식) 및 자문위원, 10명의 부회장, 분과위원회 8명 등이 한인회를 위해 봉사한다. 박은림은 오랜 산고 끝에 회장이 되었다.
2015년 3차에 걸쳐 27대 회장 입후보 공고를 했으나 후보가 없었다. 3개월간 유강훈 회장직무대행이 운영 중 박은림 부회장이 단독으로 회장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하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5월 1일 취임식에서 ‘행동하는 한인회’, ‘젊은 한인회’ 를 약속했고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한인회의 내실과 화합을 다지고 있다.
각종 공식적인 행사와 뉴저지한인회 갈라, 기금모금 골프대회를 주최하거나 참석하며 사회보장 서비스와 법률 상담은 물론 연중내내 조은학교(시니어)를 운영하여 영어, 컴퓨터, 서예, 기타교실, 사군자반, 등산반, 골프반 교실 등을 열고 있다.
“한인회의 본업인 봉사 및 민원상담에 치중하고 있다. 각 지역 한인회 및 직능단체와도 긴밀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또한 작년 11월 한국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와 MOU(진료협정)를 체결, 한인회 발급 진료요청서가 있는 한인은 한국연합회소속 의료기관18곳에서 건강보험가입자와 동일 비용으로 진료를 받게 했다.
●뉴저지 추석맞이 대잔치
오는 9월 24~25일 뉴저지 오버팩 공원에서 뉴저지 추석맞이 대잔치가 열린다.
“회장이 되어 작년에 처음 추석맞이 행사를 치르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올해는 농담으로 이거 안하고 지나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다들 이 잔치를 기다리는 한인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아느냐고 했다. 요즘은 한인회 멤버 모두 추석맞이행사에 올인했다. 70개이상의 부스 계약을 받고 후원을 얻고 공식행사와 문화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박은림은 벌써부터 마음이 바쁜데 젊은이들이 한인회에 적극 참여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추석맞이행사때 들어온 10명 내외의 유스(Youth) 이사들이 올해에도 적극 도울 것이다. 2세 자원봉사자 100여명도 있다. 이들이 한인회에서 적극 활동하기를 기대한다.”추석맞이 행사는 전통무용, 젊은세대를 위한 공연, 연날리기, 가훈 쓰기, 사생대회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대잔치다.
한국 지상사 미주본사가 몰려있는 뉴저지 지역이라 이들의 참여가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거의 없다. “경제가 어려워도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사회에 한국문화를 보여주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는 그다.
●뉴저지 한인회의 역사
1976년 출범한 뉴저지 한인회는 김상진 초대회장을 시작으로 심재길, 김진국 등 회장을 거치면서 활발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럿거스 대학에 한국어반이 생기는데 힘을 보탰고 뉴저지 주 각 정부의 협의 대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뉴저지한인회는 주로 북부 뉴저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중앙뉴저지 한인회, 대남부뉴저지 한인회가 각 지역을 대표한다. 포트리한인회, 팰팍한인회 등 지역한인회도 각자 활동 중이다.
201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뉴저지 지역 한인 인구가 17만, 현재는 2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버겐카운티 지역에만 6~7만으로 추산된다박은림이 한인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1983년도 미국으로 이민 와 저지시티를 거쳐 뉴저지에 정착하면서 결혼하고 딸 둘을 낳아 키웠다.
남편은 비즈니스를 하느라 바쁘다보니 자연 그가 팰팍의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딸 학부모로써 9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이 10년간 학교와 학부모의 중간역할을 했다.
“한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못받는데 울분이 생겨났다. 어느 날, 학교 콘서트에 갔는데 한인학생이 50%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주이시 노래, 일본 노래를 불렀다. 당시 학교에 1%정도 되는 주이시 노래는 가르쳐서 발표하게 하면서 레퍼토리에 한국노래는 한 곡도 없었다. 그날부터 한인학부모의 사인을 모두 받아서 학교측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다음해부터 당장 콘서트에서 아이들이 ‘아리랑’ 노래를 부르더라. 이때 나서서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박은림은 학부모 기금모금이나 한국음식파티를 열면서 한창 학부모회 활동을 하던 2002년 당시 김진국 뉴저지한인회장의 추천으로 부회장을 맡아 한인회에 발을 디뎠다. 그후 여러 번의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살림을 맡아와 누구보다도 뉴저지한인회에 대해 잘 안다.
●연방선출직 공무원 배출 많아
뉴저지한인회는 지난 5월 뉴욕한인회에 한인회칙 제4조 관할구역 조항을 협의안건으로 공개서한을 보냈고 이에 대해 뉴욕한인회측으로부터 수용불가 의견을 받은 바 있다.
“뉴욕한인회 회칙은 60년전 창립 당시 정해진 것이고 60년후인 지금은 뉴저지 한인인구가 20만명이다. 회칙 개정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영토싸움이 아니라 서로 존중해서 잘하자는 의도다. 계속 이 문제가 논의되기 바란다”
뉴저지 지역은 미동부 어느 지역보다 선출직 공무원이 많다는 점이 하나의 장점이다. 이종철 팰팍 부시장ㆍ시의원, 클로스터 제니 정 시의원, 잉글우드 박명근 시의원, 글로리아 오 시의원 등에 한인경찰관까지 많은 이들이 주류사회에서 활동한다.
“한인회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번 상원의원에 출마한 로이 조는 아깝게 낙마했지만 그런 가능성을 지닌 한인 2세가 많다. 우리가 그 밑걸음 작업을 해야 한다.“박은림은 연방의회로부터 차세대 리더십상을 받은 바 있다.
●한인회관 건립 시드 머니
뉴저지 한인회(21 Grand Ave #26-B 2nd FL Palpak NJ)는 얼마 전부터 뉴저지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시드머니를 모으고 있다.
“뉴저지한인회가 지역행사에 참여하면 작은 성의라도 보이다보니 나가는 게 많지만 갈라모임, 골프시합 등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모은 한인회관 건립 시드머니(Seed Money)가 4,760달러다. 우리가 시발점이 되어 영원한 뉴저지 한인들의 집이 7~8년 후에는 완공되기 바란다.”
작년부터 ‘ 박회장이 왜 회관에 꽂혀서 힘들게 하느냐’ , ‘한번 결정하면 고집이 있어 해낸다’ 는 등등의 말을 듣지만 그는 지금부터 땅을 보러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빈틈없이, 사심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목표를 이루지 않겠느냐. 뉴저지의 수많은 한인단체들이 한인에게 이득이 가는 일이라면 다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무슨 한인회가 이러냐 저러냐 지적하는 분들도 한인회에 애정을 가졌기에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도네이션도 좋고 재능 기부도 좋고 그냥 관객으로 한인회 행사에 오시는 것도 무조건 환영한다. ”
한인회의 대다수 멤버가 남자이다보니 홍일점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흔쾌히 “ 많이들 도와주신다. 오히려 여성이라서 더 도와주시는 것도 있다”고 답한다. 오늘도, 내일도 한인회가 봉사하고 섬겨야 할 대상은 늘 한인임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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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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