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지 않겠다” 교포 2세 국적포기 매년 증가’ 라는 제목의 포퓰리즘 기사가 보도됐다. 이 기사는 한국의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으며, 얼마 전에 모 주요 일간지에 “군대 가지 않겠다”라는 유사 제목으로 나온 기사의 재탕이다. 포퓰리즘을 자극하면 소위 기사가 뜨는 것만 생각하고, 그 기사 때문에 한국과 한국인의 국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군대 가지 않겠다”는 제목만 봐도 재미 한인 2세는 의도적으로 한국 군대를 피하려고 국적이탈을 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제목대로라면 전 세계의 모든 한인 2세들은 한국 군대에 가야 애국자가 되는 것인가? 이로 인해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해외 한인 간에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더 강화시키는 기사임에 틀림없다. 포퓰리즘 기사는 마치 애국적인 기사 같지만 실은 매우 매국적인 기사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제 2의 김창준 의원’이 나오길 바라는가? 아마 한국과 미국에 사는 모든 한국인이라면 그렇게 되길 바랄 것이다. 한인 최초 미 연방 하원의원이 되신 김창준 의원 이래 약 20년 동안 한인 2세 연방의원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미국에서 ‘제 2의 김창준 의원’이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악법 중의 악법이다.
한국 국적법상, 미국에서 태어날 때 부모 중 한명이라도 한국국적일 경우 자동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된다. 올해부터 더 악화된 개정법에 의하면 미국인 군인과 국제 결혼한 한인 여성의 자녀도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어 한미 간 외교적 마찰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는 한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 영주권을 받고 나중에 미 시민권을 획득한 유승준과 구별된다. 그리고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는 부모가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의 자녀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미국 방문해서 아이를 낳은 원정 출산자와도 구별된다. 그런데 한국의 국적법은 원정출산과 유승준을 잡아야 한다는 포퓰리즘의 파도를 지나치게 타면서 엉뚱하게도 의도하지 않은 한인 2세까지 잡고 만 것이다.
병역법에 의하면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라고 하더라도 만 18세가 되는 해에 한국국적을 이탈을 하지 않으면 만 37세까지 한국 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다. 즉 국적이탈 시기를 놓치면 만 37세까지 병역기피자로 몰려서 한국 방문도 못한다.
따라서 한국의 해외 인재 등용이란 허울 좋은 정책은 현행 국적법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상태이다. 또한, 국적 이탈 의무 조항을 몰라서 이중국적자로 남아서 공직 진출이나 사관학교 또는 ‘제 2의 김창준’이 되기 위한 정치입문에도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한국 국적이탈을 해도 불이익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의무적으로 하여야 하기에 이중국적을 했다는 증거가 남게 된다. 최근에 보도된 피해 사례를 소개하면, 미 해군 장교로 핵 전함 훈련 중 한국 이중국적이 나타나 보직 임명이 철회되었다고 한다. 사연인 즉, 한국 영사과에서 아들을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여 병역연기를 해야 한다고 자문해 준대로 따라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것이다.
전문적인 법적 자문이나 지식 없이 포퓰리즘에 이끌려 함부로 쓰는 기사의 독을 마시는 사람은 결국 국민이다. 한국 국민도 망하고, 재미 한인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 것이다.
이런 부당함을 나는 국회 토론회에서 지적하였고, 헌법소원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인 2세 국적이탈자를 “군대 가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언론 기사까지 나오는 실정이니 한국의 법상식이 의심스러운 정도이다.
앞으로 한국이나 미국에서 피해 사례에 관한 법적 소송이 예상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아버지 나라 케냐의 국적법이나 일본 국적법처럼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한국국적이 상실되는 ‘국적 유보제’로 개정하여야 한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는 이기적 포퓰리즘은 또 다른 의미의 불의이다. 선천적 복수국적의 모순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정의이다. 이제 한국의 국익과 세계화를 위해 상식이 통하는 법으로의 개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전종준 /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