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7일)는 초복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삼복더위가 찾아왔다. 예로부터 삼복더위에는 ‘보양식’으로 무더위를 이겨냈다. 보양식은 무더위로 사라진 입맛을 살리고 영양을 돋우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여름철 ‘보양식’ 재료는 ‘닭, 오리, 장어’ 등이다. 이 보양식을 먹고 나면 힘이 나는 것 같다.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보양식은 비만을 가져올 수도 있다. 복부비만을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나 지방간으로 만성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서일까? 삼복더위의 진짜 보양식은 육류가 아닌 ‘채소와 과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채소와 과일은 여름철 땀으로 배출된 수분은 채워준다.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준다.
여름철 과일인 수박이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혈압을 낮춰주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준다. 키위는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회복을 돕고 단백질을 분해하여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칼슘이나 철분 등의 흡수를 도와주고 미네랄이 풍부해 여름철 빼앗긴 체력을 보충하는 데는 최고다. 옥수수 역시 여름철 기력이 없을 때 보양음식으로 먹으면 좋다. 단백질, 지질, 섬유소, 당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수염을 차로 우려서 먹는 사람들도 꽤있다.
예로부터 옥수수수염 차는 ‘옥미수’라 했는데 배뇨작용으로 소변 양을 늘려주고 얼굴의 붓기를 빼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식물성 보양식으로 검은깨나 검은콩, 흑미 등의 ‘블랙 푸드’도 한 몫 한다. 블랙 푸드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란 색소는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암을 예방한다. 검은깨나 검은콩을 갈아 시원하게 먹는 콩국수가 여름철보양식에 제격인 이유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과일과 채소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육류를 안 먹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쌈 채소’가 어떨까? 쌈 채소를 육류와 함께 먹으면 소화력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흡수도 줄어든다. 생선을 먹을 때는 비린 맛을 없애주고 식중독 예방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쌈 채소는 신선하고 영양성분이 그대로 살아 있다. 고유의 향도 즐길 수 있다. 입맛도 돋운다. 칼로리는 적지만 포만감이 크다.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하기에도 적합하다. 무더위로 지치기 쉬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데 제격인 이유다.
여름철 쌈 채소의 대표선수는 상추와 깻잎이다. 상추는 줄기에 잇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신경안정작용을 도와 숙면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피로해소를 돕는 효과가 있다. 깻잎은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하지만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준다. 철분이 시금치의 2배 이상,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와 C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고등어, 꽁치 등 붉은 살 생선은 살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많아 상추나 깻잎으로 싸서 먹으면 육류처럼 씹히는 맛과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흰 살 생선은 기름기가 적어 쌈과 함께 먹으며 다이어트식으로 좋다. 삼겹살, 오리, 장어 등 고기요리를 상추나 깻잎으로 쌈을 싸서 먹으며 고기의 담백하고 기름진 맛과 채소의 싱싱한 맛이 잘 어울린다. 베이컨이나 햄 역시 쌈으로 싸먹으면 맛있다. 짭짤한 베이컨과 햄을 노릇하게 구워 쌈과 곁들이면 밥반찬으로 좋아.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추나 깻잎의 제 맛을 못 누리는 한인들이 수두룩하다. 이유는 쌈을 앞면으로만 싸서 먹기 때문이다. 채소는 앞, 뒷면의 맛이 다르다. 상추를 뒤집고 깻잎도 까끌까끌한 면이 앞으로 들어가게 고기를 감싸게 해서 보들보들한 면이 혓바닥에 먼저 닿게 쌈을 싸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상추와 깻잎을 뒤집어 싸면 입에 들어갈 때 더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혀에 딱 감기는 채소의 단맛이 먼저 오고, 씹으며 쌈장, 마늘, 고추, 고기가 한꺼번에 씹히는 순간 육즙이 팍 나오면서 입안에서 조화가 이뤄진다. 이처럼 상추와 깻잎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비법은 바로 ‘뒤집어 싼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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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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