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부모가 가장 힘든 일이 아마도 자녀들의 전공 선택과 커리어 결정일 것이다.
해마다 명문대 입시에 합격했다는 한인 학생들의 석세스 스토리는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그들이 명문대에 진학해서 과연 졸업을 했는 지 혹은 어떤 커리어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할 것이다.
사무엘 김씨가 컬럼비아대 박사논문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비리그 등 14개 명문대학에 입학한 한인학생 중 44%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대학의 평균 중퇴율 34%, 인도계 21.5%, 중국계 25%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 학생들의 중퇴율이 타민족보다 높은 것은 한인 학부모의 지나친 학업위주의 교육방식 때문으로 나타났다. 일반 미국 학생들은 공부와 과외활동 및 봉사에 절반씩 투자한 반면 한인 학생들은 공부에 75%, 과외활동 및 봉사에 25%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인타운 학원가에서도 이젠 고등학생의 대입상담 못지 않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상담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담의 대부분은 전공을 정하고 인턴십을 구하는 문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로의 취업, 전문 대학원 입학 등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을 주로 받다 보니 과연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며 교우관계를 어떻게 맺고, 장기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덧 대학을 졸업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한인 이민사회의 특성상 안정된 전문직에 종사하기 원하는 부모들의 바람으로 자녀들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의대, 법대, 치대, 약대, 공대 등의 진학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물론 본인의 적성과 능력이 맞을 경우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사자의 오판과 부모의 잘못된 권유로 인해 괜히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 한인 변호사는 주변의 권고로 의대 입학을 위한 프리메드 과정을 공부하다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법대로 바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현재 변호사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최근 UC 계열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한 여학생은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모가 자신을 이해 해주지 못하고 잔소리만 늘어 점차 부모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고 한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보험회사에서 일하면서 사람을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껴 병원 사무직으로 취직 후 현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UC 샌타바바라에서 프리메드 과정을 공부하려다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군에 입대한 후 결국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 현재는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데이빗 오 학생의 이야기를 취재한 적이 있다. 본인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주변과 부모의 의견을 잘 고려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전공과 커리어를 찾아간 사례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릴 때부터 성장하기까지 유심히 살펴보고 객관적인 적성검사도 해보면서 어떤 일을 하면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지를 가슴속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성장과정에서 자녀가 올바른 전공을 찾는 문제는 일단 자녀의 몫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방황을 하는 듯 보인다 할지라도 스스로 자신의 전공과 커리어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주면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부모와 스승, 주변의 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겠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결국 본인이 내리게 할 필요가 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찾는 작업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이뤄내야 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내가 정말 하고 싶고, 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무엇이 되어도 좋다.
자녀가 올바른 전공선택으로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일굴 수 있다면 그것은 자녀 개인의 행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가 행복해진다. Follow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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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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