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작곡가로서, 바하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양음악은 바하(1685-1750)로 시작해서 바하로 끝난다. 서양음악의 뼈대는 바하이며, 바하없는 음악은 기둥없는 건축… 안꼬없는 찐빵일 뿐이다. 피아노의 평균율… 오케스트라의 대위법은 바하가 만들어냈고 수많은 종교곡을 빼고라도, 수많은 독주곡,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만으로도 바하의 이름은 영원하리 만큼 선율미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람이 바로 바하였다.
그런 바하에게도 부러움을 느꼈던 작곡가가 있었으니 바로 캐논 D장조의 작곡가 요한 파헬벨(1653 ~ 1706)이었다. 파헬벨의 캐논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바하의 Air G(G선상의 아리아)는 그저 시적인 서정미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만큼, 바하의 모든 작품을 훑어봐도 캐논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선율은 작곡되지 못했다.(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반면 패커벨은 바하에 비하면 서양음악사에서 그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 그러나 암담한 바로크의 정체된 그 침묵의 시기 속에서 신의 한수와 같은 역작이 있었으니 바로 캐논 D라는 작품이었다.
캐논이란 바로크 시대에 많이 쓰였던 다성 음악으로, 주어진 성부(파트)에 다른 성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충실히 모방하는,‘돌림노래’와 같은 음악형식을 말하는 것이었다.원래 3대의 바이올린과 낮은 통주저음을 연주하는 악기로 구성되었던 곡인데 관현악 합주곡으로 편곡되어 오늘날에는‘현악 합주곡의 거울’이라고 할 만큼 많이 연주되고 있다.
특히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를 들어보면 어딘가 파헬벨의 캐논(D 장조)을 연상시키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단순한 맛, 순수한 맛… 마치 꽃비를 맞고 무한히 걷는 듯한 로맨틱한 감상 등은 바로크 음악이 주는 원시적 아름다움때문이겠지만 이 두 작품만큼 또한 우리에게 서로의 다름 속에 닮음을… 또 닮음 속에 다름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자극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해 내는, 예술만의 생명력을 느끼게하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캐논은 바로크 시대의 (낡은)형식으로 쓰여졌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 쇼팽에 비교해도 그 아름다움에서 결코 뒤지지않는…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었으니, 당시 음악의 천재 바하에게 있어서 캐논에 대한 감동과 경이로움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바 있다 할 것이다.
(오늘날의)서양음악은 바하에서 출발했지만 캐논이야말로 그 스스로 하나의 고독한 섬이었다고 할까. 바하에게조차 선율미에 있어서는 결코 캐논을 넘지 못했지만, 캐논이야말로 바하의 마음 속에 神이 내려준 선물… (영원한 동경이자)음악의 큐피트는 아니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묘한 것이 삼각관계가 아닐까 한다. 남녀간의 사랑도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에는 묘하게 색다른 매력으로 서로의 감정을 이간질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바하의 Air G와 파헬벨의 캐논… 어디가 먼저고 어디가 나중인지 모르게 서로 닮았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작품…. 갈 수 없는 나라, 갈 수 없는 길… 인간은 누구에게나 노력해도 갈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부럽고, 안타깝지만 자기의 것이 아닌 것… 그러기에 더욱 멀어보이고 아름답기만 한 것… 그것이 이성이건, 스펙이건… 재능이건, 인간은 자신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하는, 한계의 존재이다.
부러움과 동경… 富에 대한 시기… 재능에 대한 질투… 인간이 느끼는 콤프렉스는 많지만, 인간의 위대한 점은 그 부러움때문에 꿈을 꾸고, 끝없는 노력과 고투 속에서 겸허히 자신을 채찍질하고… 도전받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G선상의 아리아는 바하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 장조’(BWV 1068)의 일부인데, 19세기 후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용도로 편곡할 때 G선 하나로만 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관현악 모음곡’에서 떨어져 나와 특히 단독의 소품으로 영화음악 등에 널리 사용되었는데 원래의‘캐논 D’보다 더 유명하게 된 것은 바하가 받은 축복이라고해야할까… 아이러니라고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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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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