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둘을 꼽으라면 항상 1,2위를 다투는것이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 컨이다. 워싱턴은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인물이고 링컨은 남북 전쟁에서 승리해 미국의 분열을 막고 노예제를 폐지한 사람인만큼 이 둘을 능가하는 업적을 남긴 정치인은 미국에 없다고 봐도 좋다.
이 중 한 사람은 지주의 아들로 나중에 버지니아 최고 부자 과부와 결혼해 많은 땅과 노예를 가졌던 인 물이고 다른 하나는 켄터키 통나무 집에서 태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고학으로 변호사가 돼 마침내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토록 다른 출신 성분과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한데 묶는 공통 요소가 있다. 정직 함이다. 워싱턴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널리 알려 진 것은 벚나무 이야기다. 아버지로부터 도끼를 선물 받은 어린 워싱턴은 도끼를 휘두르는 맛에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베고 만다. 나중에 아버지로부터 추궁 당하자 그는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순순히 자백했다고 한다.
1799년 워싱턴이 죽은 다음 해 메이슨 윔스라는 목사가 쓴 전기에 실린 이 이야기는 그 후 200년 가까 운 세월 동안 교과서에까지 실리며 미국인의 머릿속에 각인됐지만 지금 학자들은 이 에피소드는 역사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것은 워싱턴의 정직함이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링컨의 정직함은 잡화점 점원일 때부터 정평이 있었다. 물건을 팔고 계산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라도 발 견하면 손님이 어디 살건 가게 문을 닫고 찾아가 돌려줬다. 분쟁이 있을때는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와 중재를 부탁했고 그가 내린 결정에는 모두 승복했다. ‘정직한 에이브’라는 별명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가 나중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그의 평생 라이벌이었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스티븐 더글러스마저 공화당원들에게 “당신들은 매우 유능하고 정직한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링컨이 암살된 지 151년이 지난 지금 정직은 미국 정치판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제임스 코미 연 방수사국장은 지난 주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이메일 수사를 종결지으며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연방 법무부에 불기소를 건의했다.
이로써 힐러리는 기소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그가 발표한 수사 결과는 이메일에 관한 한 힐러리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힐러리가 국무부에 넘긴 3만 통의 이메일 중 110개에는 당시 기밀 사항으로 분류된 정보가 담겨 있었 다.이는 기밀이 든 이메일은 단 하나도 없다던 힐러리의 거듭된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그는 이밖에 힐러리가 국무부에 넘기지 않은 수천 통의 업무관계 이메일을 발견했으며 여기서도 일부 에 기밀 정보가 담겨 있었고 힐러리는 외국을 여행하면서도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외국 정부가 이를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업무 편의를 위해 단 하나의 서버만을 사용했다는 힐러리의 주장과는 달리 여러 개의 서버를 사용했 음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힐러리는 ‘개인 이메일을 사용할 경우 보안이 어려우니 이를 중단해 달라’는 국무부 내의 건의를 묵살했으며 이메일 스캔들이 터진 후 시작된 내부 조사 때도 철저한 비협조로 일관해왔다.
그럼에도 코미는 힐러리의 행동이 고의로 기밀을 누설할 의도가 없었고“ 지극히 부주의 하기는 하지 만” (extremely careless) 범죄 요건인“ 매우 부주의 한데는” (grossly neg- ligent) 미치지 못한다며 불기소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극한 부주의’와 ‘매우 부주의’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통 사람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차라리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주요 대선 후보를 기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다.
올해가 보통 선거의 해였다면 FBI 국장으로부터 이런 꾸중을 들은 후 보는 백악관 꿈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보통 해가 아니다. 공화당은 그런 힐러리에게 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택했다.
올 대선에서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와, 상습적인 거짓말에 날사기, 인종 차별, 성차별, 장애인 차별,종교차별 발언을 일삼는 빈 깡통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미국인들의 처지가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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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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