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박병호, 극과 극의 행보
▶ 강정호, 성폭행 추문 충격…류현진, 640일 만의 복귀전에서 쓴맛
<그래픽> 한국인 메이저리거 8인방 전반기 성적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처럼 역대 가장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8명을 배출한 올해 전반기에 즐거운 일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구단의 마이너리그 압박과 홈 개막전 야유를 딛고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내는 모습에 환호한 것도 잠시였다.
시즌 초반 외야 관중석 2층을 폭격하며 김현수의 부진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던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5월 중반 이후 급격히 페이스를 잃고 마이너리그행의 수모를 맛봤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성폭행 추문에 휩싸이면서 선수 생명을 위협받게 됐다.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어깨 수술 이후 21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부침 속에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 등 '맏형' 3인방의 안정적인 활약은 버팀목이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연합뉴스TV 제공]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복귀한 최지만(25·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2루타를 쳐내고 희망을 쐈다.
◇ 김현수와 박병호, 희비 교차 = 김현수와 박병호의 운명은 거짓말처럼 엇갈렸다.
"한국 유턴은 실패자라고 생각한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태평양을 건넌 김현수는 정규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김현수가 빠른 볼에 적응하지 못하며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에 그치자 구단은 그에게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하는 한편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언론에 흘리며 압박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해 메이저리그에서 잔류한 김현수는 개막전에서 홈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김현수는 로스터 한 자리만 차지했을 뿐 대타로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현수에게는 더그아웃이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경기 중 상대 투수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경기가 없을 때는 피칭머신과 싸우며 빠른 공에 적응해갔다.
강정호(왼쪽)와 박병호가 19일 플로리다 브래든턴 매케니필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이 장면을 공식 트위터에 올렸다. 2016.3.20 [피츠버그 파이리츠 트위터]
김현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설움을 견디며 남몰래 흘린 땀방울이었다.
김현수는 경쟁자 조이 리카드의 부진으로 얻은 기회를 허투루 날리지 않았고, 이제는 거의 매 경기 벅 쇼월터 감독의 칭찬을 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김현수는 전반기 46경기에 출전 타율 0.329(152타수 50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돼 찜찜함을 남겼다.
박병호는 김현수와 달리 출발은 순조로웠다.
박병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안타를 쳤고, 데뷔 3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역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빨리 손맛을 보는 짜릿함도 누렸다.
4월 한 달 동안 6홈런을 쳤다. 박병호의 무시무시한 비거리는 연일 화제가 됐다.
류현진, 640일 만의 복귀전서 패전…4⅔이닝 6실점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5월 중반부터였다. 박병호가 빠른 공에 약점을 보이자 상대 투수들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침묵이 길어진 박병호는 6월 극심한 부진 끝에 타율이 0.191(215타수 41안타)로 떨어졌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를 통틀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최하위라는 오명을 쓰고 지난 2일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내려갔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는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 강정호 파문…640일 만의 복귀전에서 웃지 못한 류현진 = 미국에서 날아온 강정호의 성폭행 의혹은 충격적이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6일 "강정호가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23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강정호 성폭행 혐의 보도한 시카고트리뷴
미국 현지 유력 매체들도 크게 보도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1호 메이저리그 야수인 강정호를 응원했던 국내 팬들도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무릎 수술 이후 귀국도 미루고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강정호는 선수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강정호는 혐의가 확정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츠버그 구단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강정호를 변함없이 중용하고 있다. 강정호 역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호는 전반기 최종전에서 9회 대타로 등장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강정호는 전반기를 타율 0.248(165타수 41안타) 11홈런 30타점으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이후 640일 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돌아왔다.
류현진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동안 안타 8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6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수술 이후 첫 빅리그 등판인 탓인지 류현진은 구위와 구속 모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투구 수 70개를 넘긴 5회부터 구속이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프로야구(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오른쪽)이 7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뒤 동료 야디어 몰리나와 환호하고 있다. 팀 세인트루이스는 피츠버그에 5-1로 승리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나 미국 현지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경기 뒤 "류현진이 21개월 만의 복귀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도, 낙관론을 지피지도 못했다. 선수 인생의 기로가 될 어깨 수술 이후 첫 등판에서 회의론만 짙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 오승환·이대호·추신수, '맏형'의 힘 = 메이저리그 무대에 뜬 8개의 별 가운데 가장 찬란하게 빛난 별을 꼽으라면 단연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팀이 3-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안타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리그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린 유일한 한국인 선수가 됐다.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한 오승환은 석 달 만에 전통의 강호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맡게 됐다.
오승환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 투구로 마침표까지 완벽하게 찍었다.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3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홈런과 안타를 모두 기록했다. 이날 1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1회 첫타석에서 시즌 6호 홈런을, 7회 2사 만루에서 2루타를 기록했다. 추신수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텍사스는 미네소타에 4-5로 패했다. 사진은 솔로 홈런을 터뜨린 추신수가 동료와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오승환의 전반기 성적은 45경기 45⅓이닝 2승 무패 2세이브 59탈삼진 13볼넷 평균자책점 1.59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선 최근 올스타 후보로 오승환을 거론할 정도로 현재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이대호는 적지 않은 나이와 주루, 수비에서의 우려 탓에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이라는 치욕적인 조건에 계약했으나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안착했다.
이대호는 왼손 투수가 나올 때 주로 선발로 출전하는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좌타자 애덤 린드 못지않은 1루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대호는 오른손 타박상으로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는 휴식을 취하고, 후반기를 준비했다. 이대호는 전반기를 타율 0.288(177타수 53안타)에 12홈런 37타점으로 마감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DL)에 올랐으나 건강할 때는 가장 꾸준한 선수였다.
추신수는 이날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600번째 볼넷을 골라냈다.
현역 선수 중 37번째 기록이다. 아시아 선수로 한정하면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 말린스)의 617개에 이어 2위다.
올 시즌 1회 선두타자 홈런을 4개나 쳐내며 '거포 1번'으로 자리매김한 추신수는 타율 0.274(117타수 32안타) 7홈런 17타점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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