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여름 필라델피아의 여름은 푹푹쪘다. 이 무더위 속에 모인 56명의 연방 의회 대의원들은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7월4일 ‘독립 선언서’에 서명함으로써 미합중국을 탄생시킨 것이다.
미국의 탄생은 다른 나라의 탄생과는의미가 좀 다르다. 미국 이전 모든 나라들은 그 탄생 과정이 신화와 전설에 묻혀 있었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나라를 세운다는 목적을 가지고 모여 국가를 창설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미국은 또 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게됐으며 국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명백히 밝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 미국 이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왕이 국가의 주인이며 백성은 왕에 충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독립 선언서’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 받았으며 이중에는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이 포함돼 있고 이런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창설되었으며 그 권력의 정당성은 피치자의동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시하고있다.
국민은 더 이상 국왕에 충성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수단임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단순히 식민지와 본국간의 분쟁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있어 진정한 혁명적 사건임은 그 때문이다.
영국이 7년 간에 걸친 프랑스와의전쟁을 통해 발생한 부채를 메우기 위해 13개 식민지에 세금을 부과하기시작하면서 발생한 분쟁 초기만 해도대다수 식민지인들은 모국과의 분리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1775년 4월 19일 렉싱턴과 콩코드에서 식민지 민병대와 영국군과의 충돌이 일어난 뒤에도 1년이 넘게 본국과의 화해를 위한노력이 계속됐다.
‘독립 선언서’가 나온 뒤에도 식민지 주민의 1/3은 독립에 반대하고 1/3은 중립이었으며 1/3만이 이에 찬성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경험이 없는민병대가 주축이던 독립군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영국군에 연전연패, 독립은 해보지도 맛하고 지도자들이 모두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인다. 1776년12월 25일 조지 워싱턴이 얼음으로덮인 델라웨어 강을 건너 뉴저지 트렌튼과 프린스턴의 영국군과 헤스 용병들을 기습 공격, 승리하지 않았더라면독립 전쟁은 독립 선언서를 발표한 해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싱턴과 독립군은 포지 밸리의 궁핍과 추위를 견디고 사라토가와요크타운에서 대승함으로써 영국군의항복을 받아내고 독립을 쟁취했다. 독립전쟁에서의 승리가 없었다면 ‘독립 선언서’는 휴지가 되고 미국은 사산아가되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1776년 미국에서 독립선언서가 발표되는 동안 영국에서는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그것이다.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미스는 이 책에서 왜 어느 나라는 부유하고 어느 나라는 가난한가를 체계적으로 파헤쳤으며 그 비밀을 분업과 자유 시장 경제에서 찾았다. 한 사람이혼자 힘으로 핀을 만들려면 하루 10개도 힘들지만 열 사람이 여러 공정으로 나눠 만들면 1인당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아직까지도 분업의 힘을 명쾌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심도 있는 분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대량생산된 핀을 팔 수있는 넓은 시장의 존재가 필수적으로봤다. 세계화와 부의 창출의 상관관계를 일찍이 내다 본 셈이다. 그는 또 정부는 역할을 법질서 확립과 국방, 치안, 도로와 항만 같은 공공재 마련, 교육 등에 국한하고 재화의 창출은 개개인의 노력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봤다.
인간은 누구나 잘 살려는 욕망이 있기때문에 이들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 수있도록 허용하면 국부는 자연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업자, 빵집 주인이 우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국부론의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올해는 ‘독립선언서’와 ‘국부론’이 나온 지 240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아직 거기 담긴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 체제 아래 살고 있다. 이 두 체제가 수많은 도전을 물리치고 지금까지살아남은 것은 아직 인간이 이보다 나은 주장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한 해만이라도 두 체제 탄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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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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