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면서 많은 팬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인기배우 마이클 J 팍스(55)가 출연해 인기를 몰았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악역을 맡았던 ‘비프’란 캐릭터는 미래에 터질 로토와 스포츠 베팅 결과를 모두 담은 책을 손에 쥐게 된다. 이 책만 있으면 향후 수십 년간 로토와 스포츠 베팅을 통해 수억, 아니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의 이 같은 계획은 마이클 잭슨이 이 책을 수거해 없애면서 수포로 돌아갔지만 우리 모두 한두 번쯤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로토에 당첨됐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지난 한 주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결과가 전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투표 당일까지 모든 여론조사들이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찬성이 반대를 앞지르면서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4일 다우지수는 무려 610.32포인트(3.38%)나 급락했는데 이는 다우지수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8위에 해당된다. 다우는 27일에도 260.51포인트(1.50%) 하락하는 등 이틀 동안에만 870.83포인트나 급락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지고 충격이 완화되면서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다우지수는 각각 269.48포인트(1.57), 284.96포인트(1.64%), 235.31포인트(1.33%) 반등하는 등 이틀 동안 까먹은 하락세를 거의 만회했다.
경제학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뉴욕 증시의 이 같은 널뛰기 반응을 ‘경제의 불확실성’(economics of uncertainty)의 극단적인 예라고 표현한다. 증시 투자나 소비, 부동산 매매 등 경제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불확실성이며 브렉시트처럼 전례가 없고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실물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소비자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은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상이나 확신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증시 투자자들이 기업 투자를 결정할 때도 이 기업이 미래에도 존속하고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어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도 내 집 마련이 렌트를 하는 것 보다 이득이 많고 장기적으로 집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보았듯 인간은 미래 상황을 100%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 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충격과 공포감은 상당 부분 가라앉았지만 불확실성의 여파는 앞으로 실물경제를 포함해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몇 가지 예측은 가능하다.
브렉시트로 인해 안전자산, 안전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인 미국, 세계 1위 대외 순채권국인 일본에 돈이 몰리게 되고 반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앞 다퉈 기축통화인 달러와 엔화, 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돼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달러와 엔의 저주’라고도 하는데 사실 미국이나 일본도 경제적으로 그리 좋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그래도 믿을 곳은 미국이나 일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도 한동안 강한 달러에 따른 실물경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몇 가지 예측은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가 약세가 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은 좋지만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나 원화를 바꿔 미국으로 송금해야하는 한국인은 힘들어질 것이다. 라면 등 한국산 제품 가격은 가격상승 압박이 한층 완화될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도 다시 해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 상승압박을 받게 돼 내 집 마련을 생각하는 서민층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또한 강한 달러는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하는 미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투자를 줄이게 되고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소비가 움츠러들면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이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의 기본원리에 충실해야한다. 분수에 맞는 건전한 소비와 장기적이고 안전적인 투자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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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 경제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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