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카드…패배와 ‘국론 분열’ 책임론 거세질 듯
▶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차기 보수당 대표 유력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잔류 진영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초래한 책임론이 확실시된다.
그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그가 꺼내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자충수로 드러남에 따라 정치적 행운을 이어가던 그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캐머런은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당시 43세로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캐머런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연립정부로 끌어들였다.. 여기서 국민투표 기류는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캐머런은 EU 회의론자로 분류됐다. 여당 내 EU 회의론자들의 EU 탈퇴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원래 영국 정치권에서 EU 논쟁은 전통적으로 보수당 내 논쟁이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지지하는 정당이었다. 캐머런은 당내 EU 탈퇴파와 이를 반대하는 연정 파트너 자유민주당 사이에 끼여 국정 운영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반(反) EU를 주창한 영국독립당(UKIP)이 급격히 세력을 불리는 등 영국 사회에서 EU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던 무렵이다.
2013년 1월 캐머런은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2015년 5월 총선에 공약으로 삼겠다고 했다.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 승리로 국민투표는 기정사실화됐다.
지난 2월 EU와 벌인 협상을 마친 캐머런은 6월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영국이 ‘EU 내 특별한 지위’를 얻어낸 협상이었다. EU 탈퇴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동의해줘 부글거리던 독립 여론을 누그러뜨린 ‘성공’ 경험도 있다.
그러나 캐머런의 예측은 빗나갔다. 투표일이 정해지자 보수당 내 EU 탈퇴파가 예상과 달리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머런 내각에서 6명의 ‘반란’ 장관들이 탈퇴 진영에 합류했다. 331명인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엇비슷하게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라졌다.
결정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캐머런에게 등을 돌리고 탈퇴 진영의 선봉에 섰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정치적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를 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표 운동을 시작한 보수당은 그야말로 ‘내전’을 치렀다. 상대 진영을 향해 비난과 독설들을 주고받았다.
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존슨 전 시장은 유력한 차기 보수당 대표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표 운동 기간 탈퇴 진영에서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총리의 호소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총리의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캐머런 정치적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보수당 탈퇴파가 투표에서 승리하면 그간 쌓일 대로 쌓인 캐머런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물리력 행사, 즉 사퇴 압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들은 관측한다. 투표를 앞두고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패배 시 캐머런 총리가 “30초도 못 버틸 것”이라고 공공연히 나왔다.
더욱이 이번 투표는 세대, 계층, 지역별로 갈라진 영국을 만들었다.
EU 잔류와 탈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투표였다. 하지만 41년 만에 벌이는 EU 찬반 선택을 놓고 세대, 계층, 지역별로 입장이 뚜렷이 갈렸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만이 표출됐다. 또 찬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갈등과 대립은 더욱 증폭됐다. 투표 결과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좌절시킬 것이다.
투표 운동이 통합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국민들의 70%가 ‘분열적’이었다고 인식했다.(유고브 6월16~17일 여론조사)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자로서 캐먼이 사임할 수 없다는 여론도 거세다.
투표 운동 과정에서 보수당 탈퇴파는 물론 국민에게서도 총리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탓이다.
각종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투표 운동 기간 총리가 한 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0% 안팎에 달했다.
심지어 투표 결과 EU 잔류로 나오더라도 연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3분의 1에 달했다.
하지만 캐머런은 최근 BBC 방송에 출연해 브렉시트 찬성 결과가 나오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재협상을 약속했고 이를 해왔으며 국민투표를 약속했고 우리는 하고 있다. 나는 영국 국민의 지시를 받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해왔고 그런 측면에서 남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이번 투표를 정치인의 미래나 특정 정치인과 엮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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