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는 요즘 ‘뽕’에 취해 산다. 매일 먹고 마시다보니 점점 중독이 되는 듯싶다. 그러다보니 부엌엔 늘 ‘뽕’ 향기가 짙게 배여 있다. ‘뽕’은 마약의 은어가 아닌 뽕나무를 말함이다.
뽕잎과 가지는 말려 차를 내어 마신다. 뽕잎은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상추와 함께 쌈을 싸먹는다. 나물반찬이나 장아찌로 맛있게 먹기도 한다. 열매인 오디는 날것으로 직접 따 먹는다. 냉장고에 보관했다 꺼내 먹기도 한다. 발효가 잘 되니 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뒤뜰에 크고 작은 뽕나무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당뇨병과 각종 성인병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니 효자나무 아닐 수 없다.
뽕나무는 오디나무, 백상, 당상, 재배상이라고도 부른다. 뽕나무를 뜻하는 한자 ‘상(桑)’은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오디 모양의 상형문자라고 한다. 예로부터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을 농업과 함께 ‘농상(農桑)’이라 해서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다. 뽕나무는 귀한 비단을 짜기 위해선 반드시 키워야 했던 나무다.
비단의 원료인 명주실을 만드는 누에의 먹이로 뽕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잎이 필요해서 키우던 나무였기에, 뽕나무는 잎을 따기 쉬운 높이까지만 자라도록 가지를 잡아주면서 키웠다. 뽕나무 대부분이 낮은 키에 옆으로 퍼지는 형태로 자란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자라게 두면 큰 나무로 자란다.
뽕나무는 녹음수로 가치가 있어 중국의 시경에는 ‘뽕나무 신록은 그늘로써 시원하여 좋다’고 했다. 잎이 무성하면 연인들의 은밀한 만남의 장소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19금 영화제목으로 ‘뽕’이 사용된 이유다. 옛 총각들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뽕 따러 가세”란 은어를 이용한 것도 그래서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이룸을 뜻하는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속담 역시 그런 근거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뽕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다.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누에를 치는 양잠용으로 사용된다.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는 약재로도 각광 받고 있다. 옛날에 신선들은 무병장수를 위한 차(茶)로 뽕잎과 쑥을 함께 끓여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엔 카페인이 전혀 없어 부작용이 없이 안전하며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과 비만 관리에 탁월한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뽕나무에는 오디라는 달고 맛이 좋은 열매가 맺힌다. 타원형으로 녹색과 빨간색을 거쳐 검붉은 색으로 익는다. 옛날 흉년엔 곡식 대신 먹을 수 있는 구황식물로 쓰였다. 오디는 건조시켜 한약재로 쓰며 이뇨효과와 함께 기침을 멈추게 한다. 오디의 즙액을 누룩과 함께 섞어 발효시킨 술을 상심주(桑椹酒)라 하며 정력제로 쓰인다고 한다.
오디는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마음이 안정되고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디는 영양도 풍부하지만 소화도 잘 된다. 그래서 많이 먹으면 방귀가 ‘뽕’하고 나오기 십상이다. 뽕나무 이름의 유래는 오디를 먹으면 ‘뽕, 뽕, 뽕’ 방귀소리를 내기 때문이라는 설이 나온 이유다.
뽕나무 겉껍질은 세로로 깊게 갈라진다. 속껍질은 노란 것이 특징이다. 껍질은 상백피라 하여 약으로 쓰인다. 오래된 뽕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상황버섯도 아주 귀한 약재로 쓰인다. 뿌리는 호흡기 질환과 신경통, 이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무속은 황색 빛을 띠고 있어서 독특한 정취가 있다. 단단하고 질기며 잘 썩지 않는다. 그래서 활을 만드는 재료로도 쓰인다.
우리가 사는 뉴욕에서도 뽕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집은 물론 동네공원과 골프장 등에도 뽕나무가 널려 있다.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어서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뽕나무는 흔하게 널려 있지만 잎, 열매, 뿌리, 줄기까지 나무 전체가 약으로 쓰이는 귀한 약재 중 하나다. 참으로 뽕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나무인 셈이다.
아직도 ‘뽕’을 잘 모르는 한인들에게 냉한체질이 아니라면 ‘뽕’을 적극 권한다. 지금부터라도 ‘뽕’에 취하다보면, 뽕내 맡은 누에 같아 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흡족해 어쩔 줄 몰라 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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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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