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는 ‘세계 테마 공원의 수도’로 불린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디즈니월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월드 등 유원지를 찾아 수 천 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곳은 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컨벤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2014년 6,200만 명에 달했다. 올랜도 인구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올 여름은 올랜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기가 될 것 같다. 12일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인 펄스에서 49명이 희생되고 50여명이 다치는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자식인 29살 난 오마르 마틴으로 수년전부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회교 테러 단체인 IS에 빠져 FBI의 조사까지 받았으나 별 다른 혐의를 찾지 못해 수사를 종결하고 케이스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미국을 갈라놓고 있는 회교 테러 문제, 총기 규제 문제, 동성애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앞으로 오랫동안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샌디 후크 학살 사건과 샌버나디노 회교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세 문제 모두 미국인 사이에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기 때문이다.
연방 대법원이 동성애자간 결혼을 인정하고 미 국민 과반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보수파 기독교와 회교도들은 이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번에 오마르가 동성애자 클럽을 범행 장소로 택한 것도 그의 극렬 회교 성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마르 마틴에게 테러 행각을 저지르도록 선동한 IS는 아들 부시의 무모한 이라크 침공과 오바마의 성급한 철군, 그리고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수수방관으로 진공 상태가 된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를 발판으로 일어선 테러 조직이다. 이들은 중동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수없이 학살하고 인질 몸값으로 테러 자금을 마련하는가 하면 어린 소녀들을 성노예로 삼거나 매매하는 등 인간 이하의 만행을 끝없이 저지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선전에도 능해 유럽과 미국에서 서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젊은 회교도들을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파리와 브뤼셀, 샌버나디노 테러 등은 모두 이들 선전에 놀아난 자생 테러 조직의 소행이다. IS가 존재하는 한 이들을 모방한 유사 범죄 발생은 필연임에도 이라크에서 혼이 난 미국과 오바마는 아직도 지상군 파병은 물론 이들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 지원도 거부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학살의 수단인 총기 규제는 강력한 총기 소유권 옹호 단체의 로비로 대량 학살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안이 만들어져 시행된다 해도 이미 미국 사회에 퍼져 있는 수 억정의 총기를 회수한다는 것은 난망하다. 이들 총기 소유주 중 0.0001%만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과격 회교 선전에 빠진다면 올랜도나 샌디 후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트럼프 주장대로 회교도의 미 입국을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인의 선조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집권자의 압제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들의 총기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 후 200년 동안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은 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조상들이 인디언을 살해하면서 지은 죄의 업보를 후손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회교의 경전 코란의 첫마디는 “자비롭고 자애로운 알라의 이름으로”(b-ismi-ll?hi r-ra?m?ni r-ra??mi)라는 문구다. 그 후 코란의 거의 모든 챕터는 ‘비스밀라’로 불리는 이 문구로 시작된다. 이처럼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종교가 지금은 테러의 대명사처럼 됐고 국민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수정 헌법 2조가 지금은 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