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은 아버지의 날인 ‘파더스 데이(Father's Day)’다. 어머니날인 5월의 ‘마더스 데이(Mother's Day)’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한인 교계도 마찬가지. 어머니날에 맞춰 어버이 주일로 지키며 아버지날은 거의 잊혀졌다.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기관마다 여성들의 활동이 더 두드러진 편이지만 남성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집에서도 자주 착용하지 않는 앞치마를 힘껏 두르고 주방을 활보하거나 오렌지 조끼를 입은 주차 도우미까지 온갖 궂은일은 남성들이 도맡고 있다. 때로는 주어진 달란트를 적극 활용해 또 다른 방법으로 봉사하는 우리의 아빠들이 있다. 이름 하여 아빠 밴드다. 파더스 데이를 맞아 각자의 재능대로 그들만의 특색을 살려 활동 중인 한인 교계의 대표적인 아빠 밴드를 살펴본다.
■파더락스 밴드
뉴욕감리교회의 파더락스 밴드. <사진제공=파더락스>
언뜻 들으면 ‘록 음악을 즐기는 아빠 밴드인가?’ 싶지만 실은 ‘아버지들이 반석 위에 굳게 서야한다’는 나름의 신앙 철학을 담은 이름으로 영문 표기는 ‘FaTheRocks’다. 물론 첫 두 글자인 ‘Fa’는 ‘파더(Father)’에서 따온 것이다.
뉴욕감리교회(담임목사 강원근)를 출석하는 김순식 집사(보컬), 김승중 장로(드럼), 박춘근 권사(앨토 색소폰), 손해인 권사(키보드), 박건일 권사(유포늄), 박중섭 집사(베이스기타), 윤현중 권사(리드기타) 등 7인의 남성들로 구성돼 있다. 일반 밴드와 달리 관악기까지 포함한 악기 구성이 특징이다.
평소 악기 연주의 꿈을 갖고 있었으나 바쁜 이민생활로 기회가 없던 아빠들이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교회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순수 아마추어 밴드다. 연령층도 40대부터 60대까지 폭넓고 직업군도 다양하다.
지난해 1월 결성돼 그해 파더스 데이 주일에 주일예배 헌금송으로 첫 공식 무대를 선보였고 올해 파더스 데이 주일에도 연주할 예정이다. 올해 연말에는 양로원 위문 공연도 앞두고 있다. 교회가 아닌 장소에서는 추억의 가요를 비롯해 다인종을 겨냥한 팝송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한다.
리드 기타를 맡고 있는 윤현중 권사는 “현재 2기 단원을 모집 중인데 반응이 뜨겁다”며 “지역사회 활동이 확대되면서 교회 밖 한인들의 참여 문의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숙련된 연주자가 아닌 초보자들에게는 기존 단원들이 품앗이로 무료 악기 지도까지 해줄 정도로 모두가 열성이다.
단원들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던 이민생활 속에서 찬양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가족들의 지지가 큰 원동력임은 말할 것도 없다고. 자신들이 찬양하며 경험한 치유의 축복과 위로를 다른 한인들과 나누고자 교회와 지역사회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노아의 방주
최근 플러싱타운홀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연 노아의 방주. <사진제공=노아의 방주>
100% 순수 창작곡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아의 방주’는 1집 앨범까지 발매한 관록 있는 전문 록밴드다. 2003년부터 혼자 활동하던 김세웅(리드기타․보컬) 집사(뉴하트선교교회)가 2011년 김좌훈(베이스기타․보컬) 안수집사(미주사랑의교회)를 만나 2인조 밴드로 활동하다 이후 주영효(드럼) 안수집사(세계로교회)가 합류하면서 3인조가 됐다. 여기에 최준성(키보드) 집사(뉴저지찬양교회)가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최소 30~40년 가까이 음악활동을 한 전문 연주자들이다.
비록 지금은 각기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하나님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삶이 완전히 변한 체험을 계기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각자 가장 잘하는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겠다는 마음으로 뭉쳤다.
김세웅 집사는 “예전부터 돈을 벌면 크리스찬 카페를 하고 싶었다. 이름도 그때 이미 ‘노아의 방주’라고 지었는데 아직 카페는 하지 못하지만 밴드부터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처럼 무엇이든 같이 하면 모두 함께 살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한창 방황하며 신앙적으로 살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잘못을 회개하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고.
이 같은 회개의 마음은 1집 앨범의 대표작인 ‘내가 태어난 곳’, ‘십자가를 지고’ 등을 비롯해 밴드가 연주하고 발표하는 자작곡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서로 다른 교회에 등록돼 있지만 이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던 큰 힘은 밴드 연습실을 흔쾌히 내어준 뉴욕타임교회(담임목사 로렌스 이)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습실을 제공 받은 밴드 단원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등록교회의 주일예배와 더불어 개척교회인 뉴욕타임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해 교회가 자리를 잡아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창작곡 위주로 공연하지만 기존 곡을 편곡한 작품도 연주한다. 이달 5일 플러싱타운홀에서 펼친 무료 콘서트를 비롯해 3년째 정기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고 내년 연주회 예약도 이미 끝난 상태다. 여러 곳에서 초청 연주 요청도 쇄도하는 밴드는 조만간 뉴욕타임교회 주차장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야외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소프트하면서도 귀에 익숙한 록 장르로 교회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싶다는 밴드는 가족들의 응원 속에 열심히 찬양하고 신앙생활을 하며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자녀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이웃에게는 자연스러운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길 기도하고 있다.
■바라아제 밴드
순수 아마추어 불자밴드인 뉴욕대관음사의 바라아제 밴드. <사진제공=바라아제 밴드>
뉴욕대관음사(주지 청호 스님) 신도들로 구성된 ‘바라아제 밴드’는 지난해 1월1일 1기 밴드가 결성돼 미사리 포크송 가수 출신인 진영우 신도의 지도로 매주 연습을 거듭하며 같은 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 때 정식으로 첫 공연을 선보였다.
밴드는 현우(보컬), 길상화(스트링), 자재연(오르간), 원명(드럼), 설정(베이스기타), 진영우(리드기타) 등 6명의 남녀 신도로 출발한 순수 아마추어 불자밴드로 악기를 처음 다뤄본 초보자들이 대부분이다. 1기에 이어 2기는 묘길상화(보컬), 길상화(오르간), 일규(베이스기타), 현우(리드 기타), 설정(드럼) 등으로 구성됐다.
‘바라아제’는 ‘너머 가세’란 뜻의 불교 용어다. 다 같이 언덕을 넘어 가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따온 것으로 언덕 너머는 깨달음의 세계를 지칭한다.
밴드 일원으로 활동하는 이창석 신도회장은 “아마추어이고 연습시간도 짧아 음악적 실력보다는 도반으로서 신심과 화합을 이뤄낸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함께 모여 연습하는 것이 수행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밴드는 대중가요나 팝송은 물론 불교식으로 개사한 찬불가 연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불교행사의 초청 공연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밴드는 앞으로 불교행사의 찬조 출연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미국내 포교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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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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