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식탁엔 쿠키, 냉장고엔 아이스크림, 자동차 안엔 사탕이나 초콜릿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도 블랙보다 크림과 설탕을 넉넉하게 탄 게 맛있다. 산 정상에서 끓여 마시는 ‘김연아 표’ 봉지커피 맛은 시쳇말로 끝내준다. 노래도 1960년대 유행했던 ‘슈거 슈거’(아치스), ‘슈거타임’(매과이어 시스터스) 따위가 여전히 귀에 달콤하다.
오래 전에 문우인 손창묵 박사가 전화를 걸어와 ‘원조교제’가 뭐냐고 물었다. 워싱턴 주정부 수석경제학자로 박학다식의 대명사인 손 박사가 한국을 떠난지 오래돼선지 ‘援助’를 ‘元朝’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 말이 ‘Sugar Daddy’를 의미한다고 알려줬더라면 손 박사가 금방 이해했으련만, 원조교제를 손 박사가 몰랐듯이 나는 ‘슈거 대디’라는 말을 몰랐었다.
며칠 전 전국 주요 일간지에 AP통신의 슈거 대디 기획기사가 전재됐다. 대학 등록금이 매년 치솟자 돈 많은 아버지뻘 남자(슈거 대디)와 원조교제를 통해 학비를 해결하는 여대생(대학원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였다. ‘슈거 베이비’로 불리는 이들 여대생을 슈거 대디와 연결해주는 SeekingArrangement,com 등의 웹사이트도 성업을 구가한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대학졸업생들은 1인당 평균 3만5,000달러, 대학원 졸업생들은 7만5,000달러의 학비 융자금 빚을 졌다.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장학금과 융자금으로 간신히 등록금을 해결한 후에도 기숙사(아파트) 비용과 용돈을 벌기 위해 공부시간을 축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의 여대생들이 찾는 쉬운 대안이 바로 슈거 대디다.
AP기사에 자기 얼굴 사진을 떳떳하게 공개한 빌라노바대학 법대(필라델피아) 출신의 한 슈거 베이비는 올봄 여섯 자릿수의 빚을 지고 졸업한 동급생들과 달리 자기는 한 푼도 빚이 없다고 자랑했다. 슈거 대디 덕분이다. 콜럼비아대학의 한 졸업생은 두 명의 슈거 대디와 동시에 원조교제하며 용돈과 월 2,000달러 가까운 아파트 렌트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물론 슈거 대디들이 헛돈을 쓰지는 않는다. 딸뻘의 여성, 더구나 청순미와 지성미를 겸비한 여대생에게서 섹스 서비스를 대가로 받는다. 비즈니스 여행에 동반하며 낮엔 비서로, 밤엔 연인으로 삼기도 한다. 슈거 베이비들의 월 평균 용돈수입이 3,000달러라지만, 한 슈거 대디는 지난 2년간 3명의 슈거 베이비와 교제하며 10만달러 가량을 썼다고 실토했다.
전문 웹사이트 ‘Seeking…’은 2010년 7만9,400여명이었던 등록자 수가 금년엔 190여만명으로 늘어났고, 이들 중 약 3분의1이 여대생이라고 밝혔다. 매일 수천명이 새로 등록하지만 특히 등록금 납부시즌인 8월과 1월엔 등록자가 평소의 두 배로 폭증한다고 했다. MIT 출신이 2006년에 만든 이 교제알선 사이트는 2011년부터 여대생 등록도 받기 시작했다.
사회학자들은 슈거 베이비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들이 본질적으로 매춘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매일 상대를 바꾸는 창녀와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슈거 대디와의 교제는 지속적이고 서로 배려하는 ‘인격적 관계’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슈거 대디와 결혼하는 슈거 베이비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슈거 대디 아닌 ‘슈거 마마’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들뻘 청년을 슈거 베이비 삼아 원조교제하는 돈 많은 중년여성들이다. 이들 청년은 한국의 ‘제비족’처럼 꼭 남자 대학생이 아닐 수도 있다. ‘Seeking…’ 웹사이트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을 끼리끼리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슈거 대디-슈거 베이비 관계가 가장 흔하다고 밝혔다.
한국 원조교제의 원조(元朝)는 일본의 ‘엔조코사이’(援助交際)다. 성인남자가 여중고생에게 금품을 주면서 성노리개로 삼는 행위다. 지금은 당국이 ‘청소년 성매매’로 규정해 원조교제라는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슈거 베이비들은 성인이므로 법적 제재대상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터이다. 슈거 대디라는 말을 알게 된 후 설탕 맛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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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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