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명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만 명의 한국인, 수십 명의 미국인 포로. 그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최초 원폭투하의 현장 히로시마를 찾았다. 그리고 한 연설이다.
감성을 파고들었다. 오바마 특유의 달변을 통해. 그래서인지 그 울림이 크다. 찬사가 쏟아진다. 핵 없는 세상을 호소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무기 반대 노력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 이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상(理想)이다. 현실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다. 핵무기 확산, 핵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렸다. 일부 상아탑에서의 공허한 논란으로 치부될 정도로. 그 소리가 계속 확산되면서 거대한 굉음처럼 번져온다. 펜타곤 정책결정자들조차 일본과 한국이 머지않아 자체 핵 개발을 서두를 것이라는 우려를 공공연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같은 전망을 불러오고 있나. 1차, 2차, 3차,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곧 5차 핵실험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북한이 그 첫 원인 제공자다. 또 다른 원인 제공자는 중국이다. 군사굴기와 함께 완력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 중국이 핵무기 체계의 현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한 가지 주장이 워싱턴 일각에서 새삼 제기되고 있다. 선제공격을 통한 북한 핵시설 파괴 주장이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연초 북한이 떠들썩하게 발표한 내용이다. 그 실험은 실패라는 게 서방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무기 완성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란 진단과 함께 타임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북한을 공격할 때가 아닐까’하는 질문이다.
싱크 탱크 스트랫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한은 선을 넘은지 오래다. 이와 함께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론이 새삼 대두되고 있다는 거다. 중국이 등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도 호의적이 아니다, 때문에 미국의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은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결코 배제될 수 없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센터 포 내셔널 인터레스트’도 유사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 핵시설 파괴를 일본과 한국도 주요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같은 옵션을 사용했을 때 따르는 결과다. 최악의 경우 북한은 핵무기로 대응하는 사태도 올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한반도, 더 나가 일본도 대 참화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새삼 선제공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작은 위기가 초대형 위기보다 오히려 낫다’는 논리에서다. 선제공격은 유혈의 시나리오를 수반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완성은 악몽 중에서도 악몽이다.
동아시아의 안보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그리고 핵무장 도미노현상을 불러온다. 북한핵무장을 못 막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일본이, 한국이 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가 핵무장 북한의 붕괴는 대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차라리 작은 위기가 더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왜 새삼스런 선제공격 론인가. 그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초조감의 발로에서가 아닐까. 그만큼 상황은 급박하다는 거다. ‘선거의 해인 2016년이 특히 위험한 해’라는 것이 스트랫포의 진단으로 핵무기 완성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그 위기의 해 2016년 5월 마지막 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로 보이는 회의가 일본에서 열렸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다. 예상대로 G7은 가장 강력한 수사를 동원해 북한 핵개발을 경고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도 모자랐는지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과의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핵무장을 비난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보도가 유럽연합(EU)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대 북한 추가제재 단행이다.
이 일련의 이벤트에서 안 보이는 것이 있다. 북한 핵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다. 그 한국의 대통령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G7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려 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극력 사양하고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선택해 떠났다.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독재국가 우간다 등 3개국 순방일정에 나선 것이다.
안보보다 세일즈 외교를 더 중시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안보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박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은 한민족의 생존은 물론 세계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고 에티오피아 총리는 ‘화답성’지지를 보냈다.
그 발언이 그렇다. 공허하다 못해 허무하게까지 들린다. 뭐라고 할까. 중요한 중앙무대는 애써 외면하고 변두리를 도는 게 한국 외교의 현주소로 보여 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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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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