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방정부가 20달러짜리 지폐 앞면의 앤드류 잭슨 대통령 얼굴을 흑인 노예해방운동가 해리엣 터브먼 여사 얼굴로 대치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은 10달러짜리 앞면 얼굴도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연방정부 재무장관에서 다른 인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그런데 바뀌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의 최고인기 뮤지컬인 ‘해밀턴’때문이란다. 힙합, R&B 그리고 랩 등 현대(미국 흑인) 음악을 사용하는 ‘해밀턴’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티켓 판매액이 1억 달러를 바라보고 있으며 한 주당 이익금이 평균 50만 달러로 보도되고 있다.
린 ‘매뉴엘’ 미란다라는 사람이 론 체노우의 ‘해밀턴’ 전기를 읽다가 해밀턴의 일생이야 말로 가장 혁명적인 음악으로 각색해야 한다는 결정을 하고 주인공과 같은 불철주야의 근면성으로 작사 작곡에 더해 주인공역을 열연하고 있어 최고의 찬사와 상들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미란다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1980년에 태어나 고등학교부터 연극에 열중해 오다가 웨슬리언 대학을 거쳐 브로드웨이에서 작곡가 겸 배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단다.
다른 음악가들과 7년 전 백악관에 초청되었을 때 미란다가 해밀턴에 대한 뮤지컬을 만들 것이라면서 그 주제곡이 될 노래를 불렀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는 해밀턴 등 미국건국의 아버지들이 백인일색인 것이 오늘날의 미국사회를 보여준다면서 거의 모든 역을 흑인이나 히스패닉으로 채웠고, 여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발상이라고 평가받는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내가 일생동안 보아온 어느 형태의 예술작품 가운데서 최고’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한번 그리고 현 장소에서 한번 관람했단다. 두 번째 관람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 딸도 동행했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표 사기도 어려워 한 표가 몇 천 달러씩에 밀매되고 있을 정도라니 미란다가 이미 천만장자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런 미란다가 잭 류 재무장관을 만나 해밀턴이 10달러 지폐의 얼굴로 계속 있어야 한다고 로비를 했으니 먹혀들었음직도 하다.
미란다는 해밀턴 때문에 퓰리처상, 그래미 상 등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토니상의 역사상 최다수인 16개 부분에서 지명을 받았다. 그의 뛰어난 재주는 이미 널리 인정되어 맥아더 재단의 천재상을 받은바 있다. 맥아더상은 신청이나 추천절차 없이 학계와 문화계 등 모든 분야에서 1년에 한사람씩 선발해서 아무런 조건 없이 20여만 달러를 지불하는 상이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캐러비안 어느 섬에서 스코틀랜드계의 뜨내기 아버지와 별로 행실이 좋지 않았던 프랑스계 여인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였다. 아버지는 진작 가족을 버리고 어머니마저 11세에 잃은 그는 모진 고생을 했지만 가난과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결심과 노력이 대단해서 주변 어른들을 감복시킨 결과 17세에 뉴욕의 킹스 칼리지(현 컬럼비아 대학)에 유학을 온다. 비상한 머리, 목표설정과 달성을 위한 부지런함, 입과 글을 통한 논리적인 이론 전개 등의 천재성은 대학생 때부터 뛰어나 미국 독립전쟁 때 조지 워싱턴 장군의 부관 중 하나가 된다. 조지 워싱턴이 천신만고 끝에 영국군의 항복을 받고는 정치에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그를 설득시켜 초대 대통령이 되게 한 주역 중 하나가 해밀턴이다. 그리고 초대 재무장관이 되어 오늘의 미국의 초석을 놓는다.
건국의 아버지들 중 최연소였던 그는 토마스 제퍼슨 등이 거의 독립적인 주정부의 주권을 고집하여 연방정부의 경제권을 배척하던 것과는 달리 연방정부의 힘이 13개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경제활동 및 조세권 등으로 강화되어야만 미국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연방주의자들의 논문들’에서 전개한다. 해밀턴은 아론버라는 부통령 출신이 뉴욕지사로 나오는 것을 ‘위험한 인물’이라며 선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신문에 쓴 글 때문에 결투 도전을 받아 40세에 목숨을 잃는다. 미란다는 신문 인터뷰에서 해밀턴이 이민자로서 미국에 큰 공헌을 한 첫 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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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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