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EPL 첫 시즌서 8골 불구, 기대에 못 미쳐
▶ 기성용-이청용은 오프시즌 이적여부 고민할 처지, 구자철-홍정호 순항, 박주호-석현준은 이적 실패
손흥민(왼쪽)은 EPL 첫 시즌에서 8골을 뽑고도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지만 구자철(오른쪽 위)은 유럽파 한인선수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석현준(오른쪽 아래)은 명문 포르투 이적 후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축구의 해외파가 아쉬움을 안고 2015-16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제외하면 해외파 대부분이 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고전했던 1년으로 요약된다. 어느 때보다 해외파의 이적이 많았지만, 새 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데 애를 먹었고 출전 시간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다. 이에 일부 해외파는 다시 새로운 팀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 여름 시장에서 이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파 선수들의 현 입지를 살펴본다.
◇손흥민 첫 시즌 8골에도 ‘아쉬움’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이적한 첫 시즌에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작성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꺼내 들었다. 정규리그에서 4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유로파리그에서는 3골 4도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1골을 보태 총 8골 5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 당시 아시아 선수로 역대 최고 이적료(약 3,160만달러)를 기록할 만큼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은 남는다. 이적 초기였던 지난해 9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전 멀티골에 이어 리그 홈 데뷔전이었던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안겼으나 같은 달 왼발(족저근막) 부상을 당해 6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토트넘이 레스터시티와 리그 우승을 다툴 때는 제대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되는 정도였다. 시즌 막판 팀 경쟁자인 델리 알리가 징계를 당하면서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고,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손흥민은 EPL 첫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총 1,104분을 뛰었다. 이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30경기 총 2,291분을 뛰었던 것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0분을 채 뛰지 못한 경우도 7경기에 달했다. 8골이라는 기록 뒤 이번 시즌 아쉬움의 한 단면이다.
◇좁아든 입지… 이적 고민 기성용·이청용
스완지시티 기성용과 크리스털 팰리스 이청용은 시즌 후 이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성용은 2014-15 시즌 EPL에서 8골을 터뜨려 아시아 선수 역대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으나 이번 시즌 2골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출장시간도 크게 줄어 직전 시즌엔 33경기에서 총 2,690분을 뛰었으나 이번 시즌엔 28경기에서 1,851분에 그쳤다.
출전시간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1월 프란체스코 귀돌린(61) 감독 부임 이후에는 출전 기회마저 줄어들면서 시즌을 마쳤다. 귀돌린 감독이 스완지와 재계약으로 팀에 잔류하게 되면서 기성용의 입지는 불투명하게 됐다. 현지 언론은 기성용의 이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청용은 지난해 2월 챔피언십(2부리그) 볼턴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해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그리고 당시 부상으로 뛰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 본격적인 시즌을 맞았지만,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출전 시간도 385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18일 스토크시티 전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팀에 어필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시즌 막판에는 앨런 파듀 감독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가 아예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했고, 벌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이적을 시사했다.
◇구자철 8골 개인 최다…박주호는 이적 후 흔들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구자철은 이번 시즌 해외파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 마인츠에서 이적해 자신에게 딱 맞는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개막 후 팀을 옮겼지만, 지난 시즌 마인츠에서 출전(23경기)했던 것보다 더 많은 27경기를 소화했다.
분데스리가 한 시즌이 34경기이고, 구자철의 시즌 초반 이적과 시즌 막판 부상을 감안하면 거의 전 경기에 나온 셈이다. 출전 시간도 지난 시즌 마인츠 1,486분에서 2,079분으로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정규리그에서 8골을 넣어 지난 시즌 5골을 훌쩍 뛰어넘으며 자신의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3월5일 레버쿠젠전에서는 해트트릭까지 터뜨리며 아우크스부르크 주전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같은 팀의 수비수 홍정호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다가 작년 10월 말 발목 인대 부상 이후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수비수임에도 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고, 막판 다시 다시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 시즌에는 17경기에서 938분을 뛰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음에도 23경기에서 1,714분을 뛰었다.
반면 역시 같은 팀 지동원은 주로 후반 교체로 출전하며 21경기에 나왔지만, 781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골 사냥에는 실패했다.
한편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수비수 박주호는 이적에 실패한 케이스가 됐다. 직전 두 시즌동안 마인츠에서 27경기와 16경기에 나섰던 그가 이번 시즌엔 정규리그에서 5경기 출전에 그쳤다. 호펜하임의 김진수는 1월31일을 마지막으로 소속팀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 포르투갈리그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FC포르투로 이적한 석현준도 팀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시즌을 마쳤다. 전반기 세투발에서 9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포르투로 옮긴 이후에는 1골에 그쳤다. 세투발에서는 전반기 16경기에서 1,367분을 뛰다가 포르투에서는 9경기(411분)밖에 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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