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5월16일이었다. 그 해는 1966년. 중국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그날 이른바 마오쩌둥의 ‘5.16 통지’를 채택했다. 이후 전 중국은 집단 히스테리성 광란에 빠져 든다. 문화대혁명, 홍위병 광풍이 몰아친 것이다. 그 날 그 때부터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기까지 10년. 그 기간 중국 대륙을 휩쓴 것은 무지와 몽매, 파괴와 파멸, 그리고 죽음이었다. 홍위병들은 낡은 습성, 사상, 관습, 문화의 ‘사구(四舊) 타파’를 외치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뒤따른 것은 사실상의 내전이다. 오늘의 고문자가 다음 날에는 고문을 당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범벅이 되는 것이다. 극도의 혼란이 지배하는 유혈광란의 시기를 맞은 것이다. 그 와중에 베이징 일원에서만 6,843개 문화재 가운데 4,992개가 파손됐다. 오늘날 회교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의 문화재 파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이다.
주자파로, 또 악질분자로 몰려 맞아죽고, 불타죽고, 생매장 된다. 심지어 정적에게 도살돼 ‘인육(人肉) 파티’에 올려 지기까지 한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200만에서 700만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거기다가 수천만이 이른바 하방정책에 따라 농촌으로 추방됐다. 하루아침에 살던 곳을 떠나 유랑민 신세가 된 것이다. 경제적 손실도 천문학적이다. 그 결과 2억에 이르는(당시 중국 인구는 7억5000여만) 농촌주민은 만성영양실조에 시달렸다.
문화대혁명 10년간 중국인들이 입은 피해는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입은 피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외적인, 물리적인 피해다. 홍위병 난동과 함께 파괴된 것은 중국인의 양심과 인간성, 그리고 가치관이다. 때문에 중국의 한 지식인은 문화혁명을 유대인 학살에 비유한다. 일종의 ‘영적 홀로코스트’가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다.
그 후유증은 오늘날 각종 고질적 사회악으로 불거지고 있다. 가짜 약품에, 가짜 식품이 판 치는 사회, 아버지와 아들 외에는 아무도 못 믿는 철저한 불신 사회가 그것이다.
중요 역사적 이벤트, 그 이벤트가 특히 10년 주기의 타이밍을 맞으면 거기에 거창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는 현실 정치에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적을 비난하거나 공산당에게 교묘히 그 영광을 돌리는 거다. 지난해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천안문 광장에서 펼친 대대적 군사퍼레이드가 그 케이스로 그것이 베이징 당국의 주특기다.
중국공산당은 그런데 문화대혁명 50주기를 맞아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극히 어둡다. 그렇지만 중국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중요한 한 시기다. 이 기간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왜.
중국이 치욕을 당했다. 뭔가 잘못 됐다. 그럴 때마다 그 책임을 외부세력에게 돌린다. 역사를 대하는 중국공산당의 자세다.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중국이 맞이했던 어려움 중 적지 않은 경우 외세가 그 원인이기도 했으니까.
문화대혁명은 외부세력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경제를 도산시키고, 문화를 파괴하고 수백, 수천만을 죽음으로 몰아간 문화혁명은 권력에 눈이 먼 마오쩌둥이 인민을 동원해 직접 연출한 권력투쟁이다. 그러니까 그 원죄는 중국공산당의 아버지격인 마오쩌둥에게서 찾아지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인민에게 세 차례 거대한 재앙을 안겼다. 그 첫 번째는 대약진운동이다. 서방을 따라잡는다는 무모한 경제개혁 결과 3,000만에 가까운 인민이 굶어 죽었다. 두 번째는 문화대혁명이다. 세 번째는 살인적 공해에 따른 환경파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환경파괴는 앞으로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전문가 로더릭 맥파쿠하의 말이다.
말 그대로 수천만이 죽어나갔다. 1949년 중국 인민공화국 선포 이후. 일본군국주의 침략에 따른 희생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 대살육의 장본인이 마오쩌둥이다. 그 마오쩌둥의 죄과를 공개한다. 이는 바로 공산당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때문에 수천만이 죽어간 대약진운동, 그리고 문화혁명에 대해 공식적인 역사 기록을 아예 않고 있다. 고의성 역사 건망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주년, 20주년…. 50주년을 맞아서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인가. 50년이 지난 오늘도 중국천지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문화혁명의 망령이다. 대대적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패전쟁을 빌미로 권력은 시진핑 1인에게 집중되고 개인숭배가 강화되고 있다. “문화혁명에서 살아남은 지도자들이 잠재의식 중에 가해자의 포악한 박해수단을 배워 인민을 탄압하고 있다.” 한 중국관측통의 시진핑 정권에 대한 비판이다.
고의성 역사 건망증을 보이고 있는 중국, 마오쩌둥의 망령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중국. 그래서 중국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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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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