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순 기념 초대전 여는 이영애 선생
▶ “서예는 삶의 동반자이자 세상과 만나는 장소 돼”
21~28일 리앤리 갤러리에서 구순 축하 서예작품 초대전을 갖는 송연 이(한)영애 선생.
"붓과 함께, 먹 향기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구순을 맞은 원로 서예가 송연 이(한)영애 선생이 오는 21~28일 LA한인타운 리앤리 갤러리에서 초대전 '붓과 한평생'을 개최한다. 구순의 나이에도 매일 10~13시간씩 붓을 잡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영애 선생은 '송연'이라는 호와 너무도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 우리말로 풀이해 '소나무 같더라'는 뜻 그대로 늘 씩씩하고 푸른 기상이 느껴진다.
흙 한줌 없이도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가듯 구순의 나이에도 소나무의 기상을 그대로 내뿜고 있는 송연 선생을 지난 6일 리앤리 갤러리에서 만났다. 다음은 송연 이(한)영애 선생과의 일문일답.
-팔순 기념 개인전 이후 10년 만이다
▶2006년 세 번째 서집을 발간하며 샌타모니카 새라 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했다. 그 때 발간한 서집에 UCLA 리처드 스트라스버그 교수가 작품 해설을 썼는데 지금 읽어봐도 마음에 와 닿는 글이다. 스트라스버그 교수와의 인연은 작고한 한 화백(남편)과 함께 LA에서 '한화랑'을 운영할 때부터였다. 차이나타운, 리틀 도쿄에 이어 한인타운에 생긴 화랑이라 들렸다고 했는데 그 후 만남을 이어갔다.
-스트라스버그 교수가 송연 선생의 작품에 매료됐다고 들었다.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한화랑을 운영하던 시절이었는데 '종려나무'(Palm Tree)를 묵으로 그린 작품을 보고 놀라더라. L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자수를 나름대로 그린 것뿐인데 팜 트리를 묵화로 그릴 생각을 했냐며 창의적이라고 감탄(?)했고 이후 화랑을 자주 찾았다. 스트라스버그 교수는 아시아 언어·문화 전공이라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해서 일본어로 소통했고 막힘이 생기면 한문을 써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송연 이영애 작품 ‘병’
-이번 전시 초대장 표지에 실린 작품은 '병'(아우를 병)이다.
▶변하지 않는 내 작업의 모티브가 '너와 나의 관계'이다. '병'이란 글자는 '너와 나가 나란히 있는데 둘이 묶여있는' 형상이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상형문자들이 여럿 있고 초서로 쓴 '병'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초서로 쓴 '병'자는 더 많은 움직임이 있는 형태이고 전체적으로 색채(컬러링)를 입혔다.
- 구순의 나이에 창작을 한다는 것 어렵지 않은지
▶시간 날 때마다 옥편을 뒤진다. 그러다보면 꼬리를 물고 물어 창작이 된다. '늙으니까' 아프기도 하지만 지독하게 작업하는 편이다. 내가 사치라고는 모르는 사람인데 누군가가 한가하게 시간을 갖는 것도 '사치'라고 하더라. 그렇게 보면 내게도 '사치'가 생긴 거다. 시간이 많아서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지난 10년 간 개인전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팔순 개인전 이후 한국에서 전시활동을 좀 했다. 2009년 서예평론가인 김병기 교수가 월간 '서예'에 논문 발표를 하며 내 작품을 언급했는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선정돼 2011년 전시에 참가했다. 그 이후 '명사 초대전' 작가로 초청을 받아 2회 더 출품했고 한국에서 개인전도 가졌다. 미국에서 '아트 오브 잉크' 회원으로 활동하지만 '서예'라는 것이 한국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다.
- 이번 전시 작품은 근작들인가
▶구순 전시는 내 의도는 아니다. 사실 2년 전 미수에 다섯 번째 책 '붓글씨로 보는 마음의 노트'를 냈는데 이번 전시는 작고한 한 선생 후배가 이미 갤러리랑 일정을 잡고 통보를 하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작품을 한 300점 골랐다. 이번 전시에는 재미있는 소품들도 있고 해서 50~70점 출품할 수 있을 것 같다.
송연 이영애 작품 ‘귀’
-작업 방식이 독특해 보인다
▶최근작들은 단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귀'(돌아올 귀)는 우유를 이용해 하얀 글씨로 글자를 쓰고 흘림체로 크게 쓴 글자로 전체를 엮어놓았고 젖은 종이를 뒤에서 스프레이로 칠한 것이다. 또, '덕불고필유린'(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항상 이웃이 있다)과 '진인사이대천명'(사람으로 할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리라)이라는 작품은 물감을 손으로 튕겨서 색칠을 했는데 늙은 손이다보니 거칠게 표현되어 작업이 잘 되더라.
-전시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은
▶작품전을 통해서 그동안 함께한 모든 분들과 좀 더 가까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스트라스버그 교수도 언급했듯이 제 생애 속에서 서예는 인생의 동반자이고 세상과의 만남의 장소이고, 다양한 두 가지 미학의 관계의 조화를 그려내는 예술이다. 많이들 오셔서 먹의 향기, 붓의 노래를 함께 즐기고 제 창작활동을 격려해주면 영광이겠다.
■ 송연 이(한)영애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적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송연 선생은 전통서예의 5가지 서체는 물론 한글, 다양하고 창조적인 현대서예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1926년 태어났다. 1948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 의사 개업을 했고 1966∼73년 서울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3년 도미한 이후 작고한 화가 한우식씨와 LA한인타운에서 한화랑(Hahn’s Gallery)을 운영하면서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쳤다.
미국과 서울에서 6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많은 국제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쳐왔다. 2011년 최고 명성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총감독 이병기 교수) 초대작가전에 초청된 이후 명사초대작가로 선정돼 2013년과 2015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명사 서예전'에 연이어 참가했다.
한중일 서예교류협회 및 미주 한인서예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아메리카 소사이어티 아트 오브 잉크 이사, 미주 한인서예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연 이(한)영애 구순 축하 서예작품 초대전 '붓과 한평생' 개막 리셉션은 오는 21일 오후 4~6시 리앤리 갤러리(3130 Wilshire Blvd. #502)에서 열린다. 문의 (213)365-8285
<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