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 모르는 비밀계좌 남성 60% > 여성 40% 상대방 경제 형편에 무지
▶ “신용점수 모른다” 40% 점수 낮아 주택구입 못해, 부부갈등 최대 요인으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는 정말 비밀이 없을까?그렇지 않다. 신용추적회사인 엑스페리언의 최근 서베이에 따르면 신혼남녀의 16%는 배우자가 모르는 ‘비밀 계좌’를 갖고 있다.
상황이 나쁠 때나 좋을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일편단심 한 마음으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가자고 맹세한 연인들 중 다른 주머니를 찬 남녀가 거품처럼 끼어 있더라는 얘기다. 혼전계약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를 대충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비밀 계좌를 가진 쪽은 남성이 많았다.
배우자 몰래 비자금을 꼬불쳐 둔 약빠른 신혼 가운데 60%가 남성이었고, 40%는 여성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출 한도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혼자 조용히 쓸 수 있는 액수가 얼마냐는 질문에 여성들은 평균 383달러를 제시했다.
이에 비해 서베이에 응한 신혼남성들이 마누라에게 입도 뻥끗하지 않은 채 마음의 부담 없이 독단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고 밝힌 금액의 평균치는 1,259달러였다.
신참 커플들은 배우자의 주머니 사정에 상당한 무지를 드러냈다.
엑스페리언의 서베이에 참여한 신혼부부의 3분의 1은 남편이나 아내의 혼전 경제 형편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40%는 배우자의 크레딧 스코어가 몇 점인지 모른다고 털어놓았고 30%는 파트너의 장기적인 재정목표가 무엇인지 혹은 학비융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더욱 뜻밖인 것은 서베이에 참여한 남녀의 25% 가량이 배우자의 연소득이 얼마인지조차 모른다고 밝힌 점이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활동하는 재정설계사 메레디스 카브레이는 “신혼남녀 가운데 일부는 분명 배우자에게 숨기고 싶은 것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밝히지 않는 비밀이 그리 떳떳한 것일 리 없다.
메레디스는 “상당수의 커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돈 얘기를 나누기를 꺼린다”며 “배우자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 돈과 관련된 자신의 비밀을 차마 풀어 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혼전 대화’를 기피하는 남녀 또한 부지기수다.
그러나 단지 말을 꺼내기 어색하다는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 솔직한 대화의 자리를 갖지 않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일련의 서베이를 통해 확인됐듯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경제적 최대 목표는 돈을 모아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혼남녀의 3분의 1은 배우자의 낮은 크레딧 스코어로 인해 주택자금을 대출받을 길이 아예 막히거나 제한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용점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기 민망해 확인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결과다.
또한 응답자의 20%는 결혼한 후 돈이 많이 드는 중요한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위해 연대보증인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불량한 신용상태는 종종 배우자가 짊어지고 온 다양하고 골치 아픈 돈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응답자의 40%가 크레딧 스코어를 부부갈등의 최대 요인으로 꼽은 반면 25%는 부족한 예산, 20%는 채무상환을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했다.
배우자의 지출습관이 결혼 전과 너무 달라 실망했다는 볼멘소리도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이는 전체 응답자 3분의 1이 터뜨린 불만이다.
그러나 큰손인줄 알았는데 조막손이어서 실망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라 불만인지를 구분하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의 심리는 어디서나 어슷비슷하다.
배우자나 약혼자의 재정상태가 어딘지 석연치 않고 불안스러워 보여도 대놓고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한다고 믿지만 심정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도전이다.
그러나 이기죽거리거나 비난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파트너의 마음에서 빗장을 빼내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재정설계사나 그 밖의 다른 금융문제 전문가를 부부가 함께 만나보는 것도 편견에 물들지 않은 제 3자를 개입시켜 자연스레 상대의 비밀을 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카브레이는 “3자 대화는 배우자의 자산과 부채를 파악하고 너무 많은 빚을 진 것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공동으로 임대해도 파트너의 크레딧 스코어를 자연스레 들여다 보게 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배우자에게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혼남녀의 80%가 크레딧 스코어라는 반응을 보였고 92%가 경제적 책임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엑스페리언의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40%는 배우자의 크레딧 스코어가 몇 점인지 모른 채 결혼했다고 시인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응답자의 30%는 파트너의 장기적인 재정목표에 관해 단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카브레이는 혼전에 분명히 묻고 파악하고 확인했어야 할 사항들을 슬그머니 건너뛴 신혼커플이 수두룩하다며 바로 이 때문에 결혼생활 초반에 남편과 아내가 마주 앉아 돈 문제에 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부 중 누가 돈을 관리할 것인지를 정하는 가장 손쉽고 안전한 방법은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검약한지 따져보는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신혼가정에서 돈 관리를 맡은 남편이나 아내는 자신의 ‘유고상황’에 대비해 상대방에게 중요한 금전관련 서류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물론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비자금을 숨겨둔 장소나 비밀 계좌 번호를 볼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불성실 신고자’가 더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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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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