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매주 화요일 1시 LA카운티 뮤지엄 빙극장서 상영
세상의 고독을 몽땅 혼자 등에 지고 다니는 분위기를 지녔던 아름다운 얼굴과 섬세하고 민감한 내면의 소유자로 절제되고 심오한 연기를 보여 주었던 몬고메리(몬티) 클리프트(1920~1966)의 영화 4편이 5월 매주 화요일 하오 1시에 LA카운티 뮤지엄(윌셔와 페어팩스) 내 빙극장에서 상영된다.
■ 10일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less·1949)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원작으로 만든 빈틈없이 잘 짜여지고 절제된 흑백명화다. 거장 윌리엄 와일러의 엄격한 연출솜씨가 뛰어난 부녀 간의 갈등과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내용과 연기, 음악(아론 코플랜드가 오스카상을 탔다)과 세트와 의상 등이 모두 훌륭한 영화로 계속해 봐도 매번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는 걸작이다.
19세기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에 사는 유복하나 냉혹한 의사 슬로퍼(랄프 리처드슨)는 잔인할 정도로 엄격하게 외동딸 캐서린(올리비아 디 해빌랜드)을 통제한다. 그래서 소심한 캐서린은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집안에서 수나 놓으며 사는 노처녀가 된다.
이런 캐서린에게 그의 숙모가 미남 백수 모리스(몬티)를 소개하면서 사랑에 굶주린 캐서린은 이 말 수단 좋고 잘 생긴 건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모리스가 노리는 것은 캐서린의 재산. 건달의 심중을 파악한 슬로퍼는 딸에게 “네가 만약 상속녀가 아니더라도 그가 널 좋아할 것 같으냐”고 힐문하다. 그리고 캐서린은 유산상속에서 제외되는데 이를 안 모리스가 둘이 함께 야반도주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는다. 디 해빌랜드가 오스카 주연상을 탔고 그밖에도 의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 17일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영상미가 만개한 이 영화는 강렬한 사랑의 얘기이자 인간영혼에 관한 힘찬 분석으로 디오더어 드라이저의 소설 ‘미국의 비극’이 원작. 유난히 클로스업과 오버랩이 많은 영화다.
가난한 시골청년 조지(몬티)가 공장을 소유한 부유한 도시의 먼 친척집을 찾아와 공장에 취직한다.
그는 여기서 역시 외로운 여공 앨리스(셸리 윈터스)와 사귀면서 앨리스가 임신을 하는데 조지가 회사사장의 아름다운 딸 앤젤라(17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깊이 고뇌한다.
그리고 조지는 함께 보트놀이를 갔다가 익사한 앨리스의 죽음을 방관,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두 아름다운 배우 몬티와 리즈의 콤비가 절묘한 화합을 이룬 작품으로 화면에 가득히 클로스업되는 둘의 얼굴이 지극히 아름답다.
몬티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연기와 함께 첫 성숙한 여인의 역을 부드럽고 순수하고 또 강렬히 표현한 리즈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오스카 감독, 각색, 촬영(흑백), 편집, 의상 및 음악상을 탔다.
■ 24일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1953)일본의 진주만 습격 직전과 직후 하와이의 군 병영 내의 군인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이들의 연인들을 함께 휩쓸고 간 모진 운명의 드라마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연출력이 달인의 경지에 이른 흑백영화다. 원작은 제임스 존스의 동명소설.
군대를 집으로 삼는 직업군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고독의 영화이자 압제에 저항하는 투쟁의 영화이기도 하다.
세 남자 즉 말뚝상사인 워든(버트 랜카스터)과 권투선수인 고집불통의 졸병 프루(몬티) 그리고 ‘케세라 세라’ 스타일의 졸병 마지오(프랭크 시내트라)의 신념과 명예를 지키려는 고집과 범할 수 없는 인간정신의 드라마가 이들의 여인(데보라 카와 다나 리드)들과의 로맨스와 함께 소용돌이를 치면서 강력하고도 가차 없이 사실적으로 전개되는 걸작이다. 특히 유명한 장면은 밤의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워든과 그의 애인으로 자기 상관의 아내인 캐런(데보라 카)과의 뜨거운 키스신.
몬티와 랜카스터의 불타는 연기가 감동적인데 둘은 다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제17 포로수용소’의 윌리엄 홀든이 가져갔다.
이 영화로 가수와 배우로서의 삶이 하락일로에 있던 시내트라가 오스카 조연상을 타면서 재생하게 되고 프루의 애인으로 클럽의 호스테스 알마 역을 한 다나 리드가 역시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어려서 본 이 영화 때문에 필자가 영화광이 되고 말았다.
■ 31일 ‘애정이 꽃 피는 나무’(Raintree County·1957)
에드워드 드미트릭이 감독한 총천연색 182분짜리 멜로드라마로 원작은 로스 라크리지 주니어의 소설. 몬티와 리즈 테일러 그리고 에바 마리 세인트 및 리 마빈 등이 나온다.
1859년. 인디애나주 레인트리 카운티가 무대. 이상주의자로 노예제 폐지론자인 잔(몬티)은 뉴올리언스에서 이 곳으로 방문 온 아름다운 부잣집 딸 수잰나(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고교시절 애인 넬(마리 세인트)을 버린다. 남으로 내려갔던 수잰나가 다시 잔을 찾아와 자기가 잔의 아기를 가졌다고 고백, 둘은 결혼해 뉴올리언스로 간다.
그리고 잔은 수잰나의 어머니가 광인의 돼 남편과 남편의 흑인노예 정부와 함께 불타는 집에서 소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수잰나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 둘은 다시 레인트리로 이주하고 아들 지미를 낳는데 수잰나가 점점 더 심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 이윽고 수잰나는 지미를 데리고 자기 가족이 있는 조지아로 도주한다.
남북전쟁이 나자 잔은 아내와 아들을 찾기 위해 북군에 입대한다. 잔은 수잰나를 정신병원에서 찾아내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데려가나 아직도 남편이 넬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 수잰나는 늪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한다.
이 영화를 찍던 중 몬티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는데 그래서 영화를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그의 얼굴 특히 코 모양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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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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