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이 은밀한 제의를 해왔다. 중국 핵시설 선제공격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온 것이다. 그 저의를 알 수 없어 (백악관은) 그 제의를 거부 했다.”
중국이 미사일과 핵 개발에 손대기 시작한 해는 1959년이다. 처음에는 소련의 도움을 기대했다. 그러나 핵심 기술을 알려주지 않았다. 거기다가 중소결렬로 그나마 있었던 소련 기술진들도 철수했다.
중국은 1962년부터 자체 개발에 들어갔다. 1965년 고비사막에서 실시한 원폭실험이 성공했다. 이어 1967년 수소폭탄실험에도 성공한다. 중국은 마침내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 무렵을 전 후 해 전해진 강대국 간의 핵을 둘러싼 뒤안길 흥정 비화다.
그 때 그 무렵 핵과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 사토 당시 일본 총리는 중국의 핵무장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착수한 게 자체 핵개발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당시 존슨행정부는 반대로 가닥을 정했다. 일본의 핵 야망은 좌절됐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장은 허용했다. 그런데 같은 맹방인 일본의 핵무장은 막았다. 왜. 2중 잣대를 적용한 것인가. 일본은 진주만 습격의 원흉이다. 그런 전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답은 일단 ‘예스’로 기운다.
그러나 그보다는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는 냉정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공산이데올로기로 하나가 된 확고한 동맹관계로 보였다. 그 소련과 중국이 결별 상황을 맞았다. 그 정황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때 중국은 또 다시 소련과 밀착될 수 있다. 그 같은 판단 하에 워싱턴은 일본의 핵무장을 막았다.
‘중국과 소련의 동맹관계가 밀접하게 유지됐다면…’- 나중에 와서 던져지는 질문이다. ‘아마도 일본의 핵무장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그 답이다. 그리고 한국도, 대만도 핵 무장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부연적인 해설이다.
워싱턴 안팎에서 핵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 그러니까 한국, 일본, 호주 등의 핵무장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그 주된 논쟁이다.
1차, 2차, 3차, 4차. 그것도 모자라 제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 거기다가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이란 미사일은 죄다 쏴댄다. 고삐가 풀렸다고 할까. 그 논쟁의 출발점을 제공한 것은 북한의 소년 독재자 김정은의 ‘막가파’식 도발이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진다. ‘중국의 군사적 굴기’다.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은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툭하면 그 근육을 자랑한다. 동중국해에서, 또 남중국해에서. 이와 함께 동아시아의 안보지형에 구조적 변화가 일고 있다.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얼마 전 까지 터부시 되던 어젠다가 새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핵 확산금지체제(NPT)준수가 우선인가, 미국의 이해(interest)보호가 우선인가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비유하자면 동아시아에서 NPT는 배드 가이(bad guy)들은 모두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데 반해 선량한 시민은 단속을 당하는 ‘건 컨트롤’같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의 우방인 한국 일본은 핵무장을 하지 않고 있다.”
케이토 연구소의 도우 밴도우의 지적이다. 이런 지적과 함께 미국의 핵우산정책에 회의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워싱턴은 서울을, 도쿄를 지키기 위해 LA를, 시애틀을 과연 포기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과 함께.
밴도우뿐이 아니다. MIT의 석좌교수 하비 샤포스키를 비롯해 적지 않은 안보전문가들은 마치 금과옥조인 양 핵 확산금지체제 준수를 고집하고 있는 기존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로, 믿을 수 있는 미국의 맹방이다. 이들 우방의 독자적인 핵무기개발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의 군사비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 일본, 더 나가 호주의 핵무장은 미국의 이해에 부합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 논란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연방 상원에서도 새삼 논란거리로 떠올려지고 있는 것이 ‘한국 핵무장론’이다. 그 뿐이 아니다. 트럼프현상과 함께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핵무장론은 미국 대선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아시아동맹국 자체 핵무장론은 싱크탱크 중심의, 담론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핵우산 회의론과 함께 현실의 정책이 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궁극적인 방안은 자체 핵무장이 아닐까.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변모하고 있다. 동북아의 힘의 균형이 큰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핵 무장만이 중국을 움직일 수 있어서다.
보다 합리적이고, 정교한 자체 핵무장 담론 제시와 함께 이제는 행동에 돌입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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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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