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이 닳을 때까지 노동으로 밥을 빌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다가, 마치 하나의 낡은 의복이 불에 타 사라지듯이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聖人)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인 셈이다. 그 가정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은 이미 종신서약을 약속한 수도자들인 것이다. 가족이라는 수도원에서 우리는 일상을 공유하며 사랑을 수양하고 있다”-최인호 산문집 산중일기 중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가족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힘의 원천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심신이 지쳐도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한다. 고달픈 상황도 견디고 극복하도록 한다. 가족은 그만큼 자신보다 소중하고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계공동체다. 가장 원초적인 단위로 형성돼 있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충족과 심적인 안정을 준다. 가정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사랑, 위로와 격려가 있다. 치유와 회복도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생활의 터전이자 행복의 보금자리다.
가정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형제자매 간의 사랑이 어우러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가정에서 이런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온전한 인격자로 성장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도 잘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우리주변엔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정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 간에, 부부 간에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가정도 적지 않다. 때문에 가족은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근본이 튼튼해야 한다. 근본이 튼튼하려면 ‘믿음’과 ‘사랑’이 돈독해야 한다.
가족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명확하지 않다. 가족을 혈연으로 정의하자니 형식적이고 사랑으로 정의하자니 너무 규범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5월을 앞두고 지인으로부터 ‘가족의 의미’라는 좋은 글을 문자로 받았다. 출처는 확실하지 않지만 내용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의 골자는 가족의 의미가 ‘두부, 붕어빵, 피로회복제, 저금통, 시계바늘, 화초, 진입로, 풍선, 밥’ 등에 비유된다는 내용이다 .
‘두부’의 비유는 조심하지 않으면 부서질 수가 있으니까 언제나 가만가만히 다루어야 하는 소중한 존재란 의미다. ‘붕어빵’은 추운 겨울에 무엇보다 절실하게 생각나고 급히 먹으면 상처입고 중요한 것(단팥)은 겉이 아닌 속에 있기 때문이란다. ‘피로회복제’는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보면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금통’은 처음 시작할 땐 달가닥달가닥 요란하지만 채우면 채울수록 무겁고 든든하고 따뜻하고 기뻐진다는 말이다. ‘시계바늘’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보기고 하고, 함께 하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 것이 가족이란 뜻이다. ‘화초’는 애정과 관심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진입로’는 진입로에서는 양보가 필요하듯 가족끼리도 상대를 위해 늘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것이다.
‘풍선’은 누군가가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으면 날아갈 듯 부풀어서 행복해 지듯 가족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밥’은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어도 다음날 또 배고픈 것처럼 사랑도 꾸준히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가족은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힘들고 외롭고 쓸쓸할 때 더 많이 생각나는 것을 비유함이다.
기쁜 일은 배가 되게 하고, 힘든 일은 아낌없이 나누는 게 가족이다. 가정이 안정돼야 사회생활도 희망과 자신감을 얻은 수 있다. 모든 출발과 끝의 원천은 바로 가족인 셈이다. 제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가정이 무너지면 행복은 끝, 불행이 시작인 이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모두는 ‘가족이 가장 든든한 울타리’임을 잊지 말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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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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