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고 일어나면 새 건물이 들어서거나 새 공사가 시작돼요”
LA시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라는 재개발 붐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LA 한인타운과 LA 다운타운 주민들이 요즘 하는 말이다. 부동산 관련 뉴스를 많이 취재하는 기자도 재개발·신축 프로젝트들이 워낙 많아 일일이 다 확인하기가 힘들 정도다.
넓이가 5 스퀘어평방마일에 불과한 LA 한인타운만 해도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아파트와 콘도, 호텔, 주상복합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조그만 자투리땅만 있어도 아파트와 콘도가 들어서고 부지를 찾기 힘들어지자 개발업자들이 돈다발을 뿌리며 오래된 주택들을 매입해 아파트나 콘도를 짓고 있다.
남가주 6개 카운티정부 협의체인 남가주정부연합(SCAG) 자료 등에 따르면 2000~2014년 LA 한인타운에서는 단독주택 약 855채와 아파트 약 894유닛이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고 아파트 4,858채가 신축되거나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 3,109채의 순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SCAG는 철거된 주거 유닛들이 노후해 가격이나 렌트가 낮았지만 새로 건설된 아파트의 절대 다수는 렌트가 너무 높아 서민층들이 부담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2000년 당시 한인타운 인구는 약 16만7,000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1만명이 줄며 6% 감소를 보였다. 한인타운의 높아진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서민층들이 타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한인타운은 고급 럭서리 아파트는 차고 넘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부부, 학생이나 노인들은 적정한 렌트 수준의 아파트를 찾지 못하는 ‘렌트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요즘 한인타운은 스튜디오까지도 1,500달러까지 요구하고 있고 1베드룸은 2,000달러, 2베드룸은 3,000달러를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자 주위에도 한인타운의 치솟는 렌트로 인한 웃지 못할 사연들이 많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힘겹게 연봉 5만달러 첫 직장을 찾은 한 한인 청년은 독립된 생활을 꿈꾸었지만 비싼 렌트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청년은 “직장을 얻으며 독립하고 싶었지만 내 소득으로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며 “결혼도 하고 싶지만 어느 여자가 부모 집에 살고 있는 남자와 결혼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청년은 8만달러대의 비교적 좋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월 3,000달러에 달하는 아파트에서 살면서 부모로부터 재정보조를 받고 있다. 이 청년은 그나마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부모가 있는 ‘행운아’에 속한다. 최근 결혼한 한 신혼부부는 생활비를 아끼고 집 살 돈을 마련하기위해 1,200달러 스튜디오에서 살고 있다.
실제로 뉴욕대학 펄먼센터에 따르면 수입의 30%이상을 렌트로 지불하는 소위 ‘하우스 푸어’의 LA 가구 비중은 61%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 수입의 50%를 렌트로 지불하는 LA 가구도 33%나 된다. 이 보고서 역시 “LA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공급이 시급하지만 신축되는 아파트들이 주로 럭서리 아파트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이 LA 주민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 응답자가 LA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경제이슈로 치솟는 주거비를 꼽았다.
LA 시정부도 날로 심각해지는 서민층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위해 서민아파트 건축 예산을 늘리고 신축되는 개인 아파트의 일부를 저소득층에게 배정할 경우 높이와 용적률 제한을 완화시켜주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서민층 아파트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오래 계속 될 것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여러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건축하면 채워지리라’라는 한인타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맹신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신축된 한인타운 내 많은 고급 아파트의 경우 공실률이 20%~30%를 넘어 50%를 넘는 경우도 있다며 수요(세입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공급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경제 불황으로 최근 몇 년간 한인타운 콘도와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큰 손’이었던 중국인까지 최근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도 균형과 밸런스가 필요하다. 다양한 소득계층과 인종 구성원이 공존하고 살 수 있는 한인타운이 건강한 한인타운이다. 지금의 한인타운 부동산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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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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