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1월17일 노스리지 지진(진도 6.9)으로 LA 바닥이 크게 흔들린 후 임동선 목사(당시 동양선교교회 담임)가 설교 중 우스갯말을 했다. “나는 요즘 하나님께 자주자주, 살짝살짝 흔들어 주십사 하고 기도한다”며 강대상을 흔드는 시늉을 했다. 지진 직후 교인들의 새벽예배 출석률이 급등했다가 금방 다시 줄어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꼬집은 말이다.
내겐 그날 지진이 첫 경험이었다. 꼭두새벽에 탱크가 집을 덮치는 듯한 무서운 굉음에 잠이 깼다. 침대가 미끄럼질을 했다. 노스리지는 내 집에서 불과 30여마일 거리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1년 2월28일 신문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두 번째인 니스퀄리 지진(진도 6.8)을 겪었다. 건물지붕이 파도처럼 들썩였다. 시애틀로 전근 온 지 1년 반 만이다.
임 목사님의 기도 때문인지 땅덩어리가 자주 흔들린다. 지구촌에서 지진이 연간 140만 번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집계한다. 지난주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규모 7이상의 강진도 매월 한번 꼴(연평균 15차례)로 일어나지만 진앙이 십중팔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먼 오지거나 깊은 해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친다고 했다.
이들 지진의 90%가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한다. 남미 칠레 끝에서 알래스카까지 태평양 해안을 따라 북상해 알류샨 열도를 따라 러시아와 일본 동해안으로 남하한 후 동남아와 뉴질랜드까지 이어지는 편자(말발굽 쇠) 모양이다. 지난 1만1,700년간 발생한 최악의 화산폭발 25건 가운데 22건도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내륙에서도 강진이 일어난다. 중국에선 1920년 12월 7.8 강진으로 20여만명, 1976년 7월 7.5 강진으로 24만 2,000여명, 2008년 5월 7.9 강진으로 8만7,000여명, 2008년 5월 7.9 강진으로 8만7,00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파키스탄에서도 2005년 7.6 강진으로 8만6,000여명이 죽었고, 인도에서는 2001년 7.7 강진이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었다.
일본 규슈에서 7.3 여진이 발생한 16일, 불의 고리 반대쪽 에콰도르에서 7.8 강진이 터지자 사람들이 불안해했다. LA에서 강진이 터지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애틀에서도 덩달아 터질 것 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두 지진엔 연관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일본의 규모 7 지진은 너무 약하고, 에콰도르까지 9,590마일 거리는 너무 멀다는 것이다.
두 지진의 규모 차이는 0.5지만 지진계가 계산한 실제 파괴력은 거의 16배나 차이 난다. 일본 희생자는 50명 미만인데 에콰도르 희생자는 10배가 넘는 570여명에 달했다. 일본인들의 교과서적 지진대비 건축방식도 큰 몫을 했다. 노스리지 지진과 니스퀄리 지진은 규모 차가 고작 0.1이지만 진원지가 상대적으로 깊고 멀었던 니스퀄리 쪽 피해가 훨씬 적었다.
지난 18일은 샌프란시스코에서 3,000여명을 희생시키고 도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든 강진(7.8)이 발생한지 꼭 110년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네팔에서 8,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강진(7.8)도, 2010년 중국에서 거의 3,000명을 희생시킨 6.9 지진도, 역시 중국에서 3년 전 192명의 사망자를 낸 7.0 지진도, 이번 일본 및 에콰도르 강진도 모두 4월에 발생했다.
지진이 다반사인 일본 및 중국과 달리 그 중간의 한국은 신통하게도 지진무풍 지대다. 지난 21일 제주도에서 2.7 ‘미진’이 두 차례 발생했지만 6.5 이상 강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백두산 화산 폭발도 2만년 내에는 없을 거란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이 인공지진 역할을 해 백두산 폭발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설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천재지변은 예고도, 예외도 없다. 가뭄이 아무리 오래 계속돼도 언젠가는 비거 오듯이 지진도 언젠가는 일어난다. 규모 8.0 이상의 ‘빅원’이 매년 평균 한 차례 일어나고 있다. 남가주에 규모 8, 워싱턴 주(또는 오리건)에 규모 9의 빅원이 터질 거라고 겁주는 학자도 있다. ‘말발굽’에 밟히기 전에 식수와 가공식품과 배터리 등을 갖춰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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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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