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의회가 최근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오는 2022년(직원 25명 이하 직장은 2023년) 까지 시간 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엄청난 실험이다.
가주의 실험에 따라 미 전역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봉급쟁이들은 "물가는 해마다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해왔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며 환호하는 반면 고용주들은 “비즈니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LA 타임스는 UC 버클리 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될 경우 요식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평균 4~6% 밖에 안 되는 낮은 이익률과 운영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LA 한인타운 웨스턴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불경기로 장사가 너무 안 돼 5년 이상 일해 온 웨이트리스를 한달 전 내보냈다”며 “대학생 딸이 가끔씩 식당에 나와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한인운영 식당이 비용 절감을 위해 ‘남’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식당에서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하는 광경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그만큼 먹고살기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 다른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탈 LA'를 서두르는 마당에 최저임금 15달러라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LA 다운타운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임금이 오르면 모든 사업체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종업원 상해보험료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재정부담이 배가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주들에게 ‘가주를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임금 인상 등 계속되는 비용 상승으로 인해 3~4년 전 6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며 이대로 가다간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주에선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9달러에서 10달러로 올랐고, LA시와 LA카운티는 오는 2020년 7월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인상된다.
2022년 또는 2023년부터는 주 전역의 최저임금이 15달러가 되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가주를 떠나지 않고서는 임금 인상 화살을 피할 수가 없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과연 근로자, 또는 가주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찬성쪽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소득층의 가계수지가 안정되고, 소비가 늘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은 빈곤층의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고용주들에게 부담을 줘 일자리가 줄어들고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 수준이 낮고 특별한 스킬이 없는 단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15달러는 ‘그림의 떡’ 일수도 있다.
최저임금이 지금 수준보다 50%나 오르니 고용주 입장에선 필요하면 직원 또는 근로시간을 줄이되 하나라도 더 할 줄 아는 경쟁력 있는 직원을 구하는데 ‘올인’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고용주가 경영환경이 어려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소규모 식당, 세탁소, 마켓, 리커 등 스몰 비즈니스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된다. 업주가 “돈을 더 달라고 하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해고할 수도 있으니 주는 대로 받고 일하라”고 엄포를 놓으면 근로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저임금을 주는 업체는 대부분 영세업체들이다. 임금이 올라도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근로자 개개인이 손에 쥐는 돈은 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한 조치지만 목적과 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오는 6월과 11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최저임금 인상조치 이후 승자 없는 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찜찜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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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경제부·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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