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수성가한 여성 파일럿 보고 자신감 얻어
▶ 최적의 근무환경 “선입견 버리고 도전하기를”
알래스카 에어라인의 한인 여성 파일럿인 켈리 김 기장이 기내 조종실에 앉아 웃음 짓고 있다.
"꿈을 향해 날아오르세요.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죠. 열정만 있으면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요"
한인 여성 최초의 미국 항공사 기장, 알래스카 에어라인 파일럿인 켈리 김 크네블(51)씨는 젊은이들에게 열정을 품으라고 역설한다. 세상과 자신 안에 있는 편견을 뚫고 그가 서른다섯에 이룬 조종사의 꿈을 하늘을 품은 느낌이었다.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으로 시작해 파일럿이 된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천직이라고 했다.
한 달을 기다려 쉬는 날 인터뷰 약속을 했는데 김 기장은 파일럿 제복차림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 항공그룹의 버진 아메리카 인수 발표일이었는데 새벽 3시께 '혹시 오늘 운항이 가능한지' 묻는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집(포틀랜드)으로 돌아가는 길은 비행기를 몰고 가게 되었다"고 되레 기뻐했다.
다음은 켈리 김 크네이블 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인 여성 파일럿은 처음 만난다
▶알래스카 항공에 여성 파일럿이 45명 정도 있는데 한인여성 파일럿은 혼자로 알고 있다. 미국여성기장협회의 이사로 2년 일했는데 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종사 1,700여명이 등록돼 있더라. 비행기 조종은 여성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간주하지만 1929년 99명의 여성 파일럿이 창설한 국제여성조종사협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Women Pilots)가 주창하듯이 파일럿은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
-소수계 여성으로 미국 5위 항공사 기장에 올랐는데
▶9.11테러 이후 아무리 실력 있는 파일럿이라도 메이저 에어라인 진출은 힘들어졌다. 대우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파일럿 절반이 여기까지 오면 다행이다. 파일럿 세계는 백인 남성 위주여서 아시안 남성 파일럿을 만나기도 힘들다. 내 경우는 지역 항공사 파일럿 근무 4년과 비행교관(Chief Flying Instructor) 경력이 인정되어 2006년 알래스카 항공에 입사했다.
-어려서 꿈이 파일럿이었나
▶여자로서 파일럿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뉴멕시코로 이민을 와 뉴멕시코 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이 됐다. 비행을 다니면서 보니 당시 유나이티드에서 알고 지낸 여성 파일럿이 4~5명 있었다. 여군 출신 아니면 아버지가 파일럿이었는데 그 중 흑인 여성 파일럿은 빈민가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경우였다. 파일럿이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나랑 비슷한 처지라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목표를 정했다.
-남편도 기장이다. 가족 소개를 하면
▶맞다. 덴버에 있는 항공대학을 다니면서 남편(로버트 크네블)을 만났고 결혼한 지 5년 됐다. 같은 일을 하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 쉽고 의지가 많이 된다. 어머니는 올해 81세인데 이화여대 출신의 약사로 은퇴해서 뉴멕시코에 사신다. 큰언니는 뉴멕시코 대학 물리학 교수이고 남동생이 엔지니어, 작은 언니가 정신병원 심리치료사다. 오픈 마인드를 강조한 어머니 덕분에 가족 모두가 꿈을 쫒아 살고 있다.
-여객기 조종사가 되는 길은
▶여객기 조종은 비행만 하는 게 아니기에 적성이 중요하다. 융통성도 필요하고 문제해결사 기질은 플러스 요인이다. 물론 연방항공청(FAA)이 인정하는 항공학교의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메트로폴리탄 스테이트 칼리지 오브 덴버에서 항공우주과학을 전공했다. 4년 학교를 다니면서 잠 한숨 못 잤다. 비행시간을 채우고 파일럿 시험에 합격해 미국 중부의 지역 항공사(Great Lakes Airlines)의 조종사로 출발, 캡틴이 되고 체크 에어맨겸 강사를 지냈다.
-항공사 기장이면 대우가 좋을 것 같다
▶메이저 항공사의 경우 중간급 파일럿이 되면 월 85~90시간 비행을 하고 시간당 150~220달러를 받는다. 첫째 주 금요일에 다음 달 운항일정이 공고되는데 자신이 원하는 노선을 선택해 탑5 비드(bid)를 한다. 최소한 15일 전에는 다음 달 스케줄이 정해진다. 한 달에 절반은 쉬는 날이라 개인적인 시간활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연 1회 교육이 있고 새로운 파일럿이 들어오면 멘토 역할도 한다.
-알래스카 항공은 고객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알래스카 항공처럼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회사가 드물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먼저 인사하고 상대방을 우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으니 당연히 승객 만족도가 높다. 또 직원들의 봉사활동도 적극 권장해서 개인이 10달러 기부를 하면 회사가 봉사단체에 10달러를 매칭한다. 또, 버진 아메리카 인수로 워싱턴 DC, 뉴욕 등 동부노선 진출 및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국제선 연결편 증가로 고객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파일럿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민생활에서는 '멘토'가 정말 중요하다. '비행기 조종은 여성이 하는 일이 아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젊은 여성들이 파일럿을 꿈꾸게 하고 싶다. 한인은 물론 아시안 여성들은 파일럿을 멀게만 생각하는데 안타깝다. 이제는 여성들이 세상과 자신 안에 있는 편견을 뚫고 날아올라야 한다. 하늘을 품는다는 것 멋지지 않은가. 파일럿을 꿈꾸는 여대생, 파일럿의 꿈을 딸에게 심어주고 싶은 부모를 진정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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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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