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 선거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정당 별 후보자를 뽑는 투표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고국은 오는 13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
선거나 정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많은 분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하여 불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막상 정치에 대하여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부 종교인은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을 아예 종교인의 긍정적 덕목인 양 자랑스레 여기기도 한다. 이해는 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분들에게 정치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외려 이상하게 바라보며 되묻는다. “뭐! 종교인이 정치를 좋아한다고?”
언제부터인가 정치에 무관심한 삶이 짐짓 고상해 보이고 세상사에 초연한 도덕군자의 삶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정치 그 자체라기보다는 일부 정치인 혹은 혼란하고 부패한 정치의 어두운 면에 대한 실망에서 오는 것일지 싶다. 실제로 주변의 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도 있지만, 정치적 실망이나 정치적 무관심 심지어 정치에 대한 혐오의 태도를 지닌 분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정치는 정말 무관심이 미덕일 정도로 그렇게 세속적이고 심지어 혐오스럽기까지 한 것인가?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치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없다. 넓은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정치란 사회 구성원들이 혹은 그들이 선출한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통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거나 통제하면서 공동체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말 너무나 필요하며 또 중요한 일이다.
사회구성원인 우리 인간은 서로 너무 다르다. 또한 개개인은 자율성과 합리적 이성과 신념을 통하여, 자신의 존엄성과 권리와 이익과 이념적 가치를 지켜나가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어느 사회이건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의 차이와 대립과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며 그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서로 다른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이미 거기에 정치가 없을 수가 없다. 정치는 인류의 인간화, 사회화, 집단 지성화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나 국제 사회 안에서 성숙하고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하고,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정치는 더욱 세련되고, 발전하여 예술화되어야 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정치를 벗어날 수 없다. 물고기가 물 안에서 살듯이, 싫든 좋든 정치 행위 안에서 살아야 한다. 간혹 정치에 실망하여 비정치적 삶, 정치적 무행위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이다. 투표를 하는 것도 정치적인 행위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투표를 안 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이다.
그렇게 함으로 그는 이미 세상을 더 바르게 할 중요한 사회적 사안을 폐기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것이다.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부 혹은 독재자에 대한 정치적 침묵이나 무행위 역시 비정치적일 수 없다. 이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권이나 독재에 대한 정치적 용인이나 동조로 간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는 정부나 정치인에 대하여는 무관심 할 수 있어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자신이나 이웃의 더 나은 삶과 시민 주권의 포기이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불신, 심지어 혐오적 존재(?)로 전락한 ‘정치’를 살려야 한다. 정치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정의롭고 맑고 따듯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정치를 살리는 일이 곧 세상을 바르게 하는 일이며,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논어’에 노(魯)나라의 계강자라는 사람이 공자께 정치에 대하여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공자는 “정자, 정야(政者, 正也)”, 곧 정치는 바르게(正) 하는 것이라는 짧고 굵은 만고의 명언을 들려주신다.
정치는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지배하거나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입신양명의 수단이 아니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을 바르게 하고,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조정하고,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모든 시민과 종교인 그리고 정치인이 정치에 관심을 쏟고, 정치를 좋아하고, 정치를 잘하고 예술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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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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